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의사의 정신건강 관리 모형 연구 발간
20-30대 의사, 우울증 의심군 각 14.3%, 13.8% 높게 나타나
40-50대 의사, 매너리즘 두드러져…직무 스트레스 중 관계 갈등 ‘최다’
환자안전 우려, 정신건강 검진 등 체계적인 제도적 개입 필요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대표적인 기득권으로 손꼽히는 의사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일반 직장인 대비 우울 고위험군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의사의 정신건강은 환자 진료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신건강 검진 등 체계적인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이하 의정연)는 최근 ‘의사의 정신건강 관리 모형–대한민국 의사의 정신건강 현황을 토대로’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내 의료진의 정신보건 현황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는 개원의 146명, 봉직의 111명 총 343명이 참여했으며 평균 연령은 44.4세였다.

연구 결과, 의사들은 직장인 대비 우울 고위험군 비율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직장인의 우울증 의심군은 20대에서 7.1%, 30대에서 6.5%, 40대에서 5.1%로 보고됐다.

하지만, 의사의 우울증 의심군은 20대 14.3%, 30대 13.8%, 40대 6.3%로 일반 직장인에 비해 우울증 의심군의 비율이 높았다.

30대의 우울증 의심군에서는 직군 상 1차병원 개원의, 봉직의의 비중이 높았으며, 직군 상 전체적으로는 봉직의, 전공의, 임상강사의 우울증 의심군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343명의 참가자들 중 31명(9%)은 주요우울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높은 점수가 보고되기도 했다.

31명 중 남자 20명, 여자 11명이었으며 연령별로는 20대 2명(14.3%), 30대 12명(13.8%), 40대 10명(6.3%), 50대 5명(8.37%), 60대 1명(5.3%), 70대 이상이 1명(20%)이었다.

의정연은 의사들의 스트레스 현황도 조사했다.

주요 스트레스 요인은 Daily Life Stressors Scale(DLSS)를 통해 파악했으며, 직무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Korean Occupational Stress Scale(KOSS) 척도를 통해 확인했다.

조사 결과, 참여자 전체적으로 직무스트레스 중 관계 갈등이 32.4%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은 직무 요구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분석해보면 20-30대 응답자는 직장 문제를 가장 흔하게 보고했다.

전공의와 임상 강사로 이루어진 20대의 경우 높은 직무요구 및 직장 문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30대는 개원의, 봉직의의 비중이 높았는데(65.5%, 87명 중 57명) 관계 갈등과 직무 불안정을 보고하는 비율이 높았다. 40-50대에서는 매너리즘이 두드러졌다.

번아웃과 관련해서도 설문조사가 진행됐는데 전반적으로 한국 직장인 대비 양호한 편이었으나, 20대의 번아웃 비율은 한국 직장인 대비 높은 편이었다.

20대 의사들의 우울증 의심군 비율이 높은 이유는 주로 전공의와 임상강사로 높은 직무요구, 직장문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다른 연령대의 의사들에 비해 수면 문제, 낮은 통제감, 식습관 문제, 높은 번아웃 빈도와 주당 근로시간이 보고됐다.

개원의와 봉직의 비중이 높은 30대 의사들의 경우 관계 갈등, 직무 불안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연령에 관계 없이 개원의의 경우 관계갈등이 높아 혼자서 진료와 운영 등을 모두 감당하며 주변에서 도움을 구하기 힘든 특성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의정연은 “의사의 정신건강은 개인의 건강에 한정된 것이 아니며 직무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업무 특성 상 업무 효율 및 생산성 저하는 진료의 질 저하, 환자들의 대기시간 증가, 진료 만족도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심각하게는 주의력, 집중력 저하로 인한 각종 사고는 의료 과실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경우 경제적 여파로 그치지 않고 불행한 경우 환자들의 건강에 직・간접적 위해가 될 수 있으므로 의사 단체의 관심뿐 아니라 국가 보건의 시점에서 의사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의 정신건강 관리 모형(출처=의료정책연구소 '의사의 정신건강 관리 모형–대한민국 의사의 정신건강 현황을 토대로’ 연구보고서)
▲의사들의 정신건강 관리 모형(출처=의료정책연구소 '의사의 정신건강 관리 모형–대한민국 의사의 정신건강 현황을 토대로’ 연구보고서)

이에 따라 의정연은 국내 의사들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개인적・조직적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입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청사진과 함께 의사들의 인생 시기에 따른 다양한 개입에 대한 모델을 제안했다.

의정연이 내놓은 개인적 개입 모델은 ▲의사들의 스트레스 관리, 정서적 소진 관리를 위한 다양한 방법 모색 ▲정신건강을 중시하는 문화 조성 ▲활발한 동아리 활동 지원, 문화 행사 개최 지원 등 ▲Physician Health Program 신설 ▲선별 검사 / 정신건강 이상 발생 시 의료인이 익명성 보장받고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연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협조 유지 ▲치료(진단 코드 신설, 치료 참여 시 면허 유지 인센티브 방안 마련, 위기 개입 핫라인 구축) ▲관리(전문가/준전문가에 대한 개인/집단 개입 프로그램 마련, 온라인 프로그램 마련) ▲워라밸 ▲충분한 휴식과 의료 외의 대인관계 함양 ▲다양한 커뮤니티 형성 ▲스스로의 건강에 전문가적인 자세로 책임 ▲부정적 문화에 기여하는 개인 행동에 책임 등이다.

구조적 개입 모델로는 ▲주기적 정신건강검진의 유도 ▲선별 PG 개발 ▲정신건강검진 참여 유도((예) 검사 시 평점 대체) ▲의과대학교(의학전문대학원) 내 관련 과목 개설 권고((예) 정신건강 관리 교육, 문제 선별 교육, 게이트키퍼 교육) ▲의사들 대상 정신건강 교육 개설 및 실시((예) 필수 이수 평점에 포함) ▲전임의 등의 연속근무시간 및 휴게시간에 대한 권고 규정 마련 ▲치료 개입 근거 마련: 익명성 보장 치료 창구 개설 ▲정신건강 검진 시행, 연수평점 제도 내용에 포함 근거 마련 ▲협력기관 네트워크 활성화: 일상 문제, 법률, 가정, 육아/교육 등의 다양한 분야의지지 체계 ▲익명 창구 개설 및 유지: 상위 기관에 신고자 익명성이 보장되는 창구 마련을 통해 문화 개선 등이다.

의정연은 “개인적 차원의 접근으로는 우선 개인 스스로의 건강에 전문가적인 자세로 책임감을 가지고, 20대에서 주요 직장스트레스 요인으로 꼽힌 직장문화 등에 있어 부정적 문화에 기여하는 개인 행동에 책임을 가지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라며 “다소 부족한 것으로 지적된 사회적 지지를 늘리기 위해 의료업무 외의 대인관계를 늘리고, 매너리즘 해소를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 동아리 활동, 문화 행사 등에의 참여 또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방의 원리를 기반으로 해 1차 예방으로 기본적인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교육 및 각 연령별, 직역별로 두드러진 스트레스 요인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을 도입하고, 2차 예방으로 의사들에 대한 정신건강 검진을 통한 선별검사를 유도하며, 치료적 개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익명성 보장 등을 통해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도적으로는 전공의 특별법에서와 같이 전임의 등의 연속 근무시간 및 휴게시간에 대한 권고 규정을 마련하고 익명성을 보장한 치료 창구를 개설하는 등 치료 개입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의사들의 정신건강 검진의 시행 및 정신건강 관련 교육을 연수평점 제도 내용에 포함하는 근거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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