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백신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 무력…4차 접종 활용은 ‘무리수’
올 도입 예정이던 초기 대응 코로나 백신…환불·활용 두고 ‘골머리’
하반기 개량 제품 등장 예고…변이용 백신 선제적 확보 목소리↑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오미크론 하위 변이 확산으로 재유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정부가 도입 예정인 코로나19 백신이 어떻게 사용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반기 중으로 개량 백신 등장이 예고돼 있어 변이에 효과가 제한적인 기존 백신의 경우 활용 폭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기존 백신을 토대로 한 전 국민 4차 접종 전략을 성급하게 수립하기보다는 변이용 백신 개발 추이를 지켜보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막대한 물량의 기존 백신이 처치 곤란 계륵 신세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최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2만 명에 육박하자 4차 접종 논의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기존 오미크론 변이(BA.1)보다 전파력이 1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진 BA.5가 단기간에 영향력을 확대하며 재유행을 재촉하고 있어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6월 다섯째주(6.26~7.2) 오미크론 세부 계통 변이 국내 감염 검출률에서 BA.5는 24.1%로 전주 대비(7.5%) 무려 16.6%p 수직 상승했다. 지난 5월 국내에 첫 보고가 됐던 것을 감안하면 확산세가 얼마나 빠른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정부의 방역 정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정치 방역’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과학 방역’을 출범 전후로 수 차례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여건은 녹록하지 않다. 성공적인 방역의 전제조건은 코로나19 백신인데 현재 확보하고 있는 물량은 변이에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초기 백신이어서다.

실제로 BA.5 변이는 전파력도 강하고, 기존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이 있어 초기 백신을 맞더라도 돌파 감염과 재감염을 막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한림대 의대 교수)은 최근 “기존 백신은 BA.5 같은 변이에 거의 효과가 없다”면서 “지금 (기존 백신으로) 추가 접종을 서두르기보다 변이용 백신이 개발되면 가을 재유행 이전에 전 국민에게 접종하는 게 낫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올해 도입될 예정인 약 1억3,000만 회분의 기존 백신 물량은 처치 곤란한 계륵 신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변이에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접종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은 데다 정부가 무리하게 기존 백신을 활용할 경우 그간 외쳐왔던 윤석열 정부의 과학 방역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기존 도입 물량 계약을 취소하고, 변이용 백신을 신속하게 확보해 전 국민 4차 접종을 시행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코백스를 통해 도입할 예정이었던 1,748만회분을 전량 취소했다고 전하면서 범정부 TF를 구성해 도입 계약을 맺은 개발사와도 환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 중인 오미크론 변이(BA.1) 백신이 기대를 받고 있지만 현재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하위 변이에는 효과가 1/3 수준으로 떨어져 FDA가 이들에게 BA.4와 BA.5 변이 항원도 포함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변이용 백신도 접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시간 수준으로 개발 계획을 수정하고 있는데 정부가 초기 백신을 전 국민 4차 접종 전략에 그대로 활용한다면 형식적인 방역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백신이 중증화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는 했지만 누적된 백신 접종의 피로감과 돌파감염과 재감염 사례의 증가로 국민 불신이 큰 상황이라 재유행이 도래해도 활용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올해 도입될 백신 물량 대부분은 악성 재고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