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제약바이오기업 56곳 외상매출 회수기간 해부
56개사 대금결제, 2017년 평균 126일서 올해 88일로 줄어
외상 비중 높은 이유 보니…대부분 회수 기간 100일 웃돌아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외상값 회수 기간을 단축시키면서 현금흐름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가 의약품을 팔고 외부로부터 받지 못한 돈을 회수하는데 걸린 시간은 평균 3개월 안(88일)으로 좁혀졌다.

이는 지난 2017년(평균 126일)과 비교하면 약 1개월(38일) 이상을 단축한 결과이며 지난해 말보다는 평균 3일이 줄어든 기록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나이스신용정보사가 제공한 매출채권회전율을 근거로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6곳의 매출채권(외상값) 회수 기간을 재계산 했다.

≫ 2017년 법 바뀌고 ‘확 줄어든’ 외상값 회수 기간…2017년 대비 38일 앞당겨

제약사들의 외상대금 회수 기간은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대상에 오른 56개사의 외상값 회수 기간은 올 1분기, 평균 88일(약 3개월)이었다. 지난 2017년 기록했던 127일(약 4개월)과 비교할 때 38일 정도 앞당겨진 수치다.

제약업계에 뿌리 깊게 내린 외상거래 관행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실제로 2018년 122일, 2019년 111일, 2020년 99일로 매년 외상값 회수기간이 감소했으며 지난해 연말에는 91일까지 줄어들면서 대금 회수 기간이 3개월 안으로 좁혀졌다.

이렇게 외상값 회수 기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제약사들 입장에서 보면 현금흐름이 나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긍정적인 신호다.

이는 의약품의 대금결제 기한을 6개월 이내로 강제한 약사법이 지난 2017년 12월 23일부터 시행되면서 업계의 인식 개선이 이뤄낸 결과로 풀이된다.

약사법 제47조(의약품 등의 판매질서)에 따르면 제약사 등과 거래하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의료기관, 약국 등은 의약품을 수령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거래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만약 대금 지급이 미뤄질 경우 연리 20% 내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는 이자를 추가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 외상 비중 높은 이유 보니…대부분이 회수기간 100일 넘어

올 1분기 기준, 매출 대비 외상값 비중이 높은 곳은 부광약품(매출比 매출채권 비중 228%, 매출채권 규모 840억 원), 신풍제약(195%, 913억 원), 셀트리온제약(182%, 1,617억 원). 메디톡스(157%, 624억 원), 조아제약(145%, 227억 원), 환인제약(142%, 692억 원), 경남제약(132%, 193억 원), 삼성제약(130%, 164억 원), 한독(127%, 1,607억 원), JW중외제약(125%, 1,954억 원), 이연제약(123%, 456억 원), 안국약품(115%, 544억 원), GC녹십자(104%, 4,355억 원), 영진약품(102%, 536억 원) 등이었다. 이들 기업 모두 외상값 비중이 1분기 매출의 100% 이상을 차지한 곳들이었다.

이들 기업들에서 나타난 흥미로운 공통점도 있었다. 전체 매출에서 외상값 규모가 100%를 웃돌았던 곳 중 상당수는 회수 기간도 100일 이상으로 대체로 길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부광약품의 경우 외상값을 돌려받기까지 평균 223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신풍제약(180일), 셀트리온(175일), 셀트리온제약(172일), 메디톡스(141일), 조아제약(132일), 환인제약(123일), 경남제약(118일) 등이 물건을 팔고 돈을 받기까지 약 4개월 이상 소요된 것으로 드러났다.

≫ 외상값 회수 속도 따라 영업실적도 ‘희비’

외상값의 회수 기간이 지난해보다 빨라진 제약사들은 대체로 영업실적이 개선된 반면 그 반대인 곳들은 수익성 부진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값 회수 기간을 5일 이상 앞당겨 재미를 본 곳으로는 화일약품(2021년말 회수일 113일→ 2022년 1분기 82일, 영업이익증가율 130%), 삼아제약(114일→89일, 흑자전환), 팜젠사이언스(93일→68일, 흑자전환), 삼일제약(86일→70일, 49%↑), 현대약품(99일→88일, 흑자전환), 삼성바이오로직스(79일→69일, 138%↑), 유유제약(67일→58일, 25%↑), 동화약품(74일→66일, 77%↑), 동국제약(78일→71일, 19%↑), 알리코제약(50일→44일, 99%↑), 국제약품(72일→66일, 164%↑), 유나이티드제약(65일→60일, 45%↑)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 상반기 회수 기간이 늘어난 곳들 가운데 실적 부진에 시달린 곳도 상당수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외상값을 회수하는 기간이 32일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이 56% 급감했다. 또 셀트리온제약, 부광약품, 경남제약, 차바이오텍, 영진약품, 삼진제약 등도 제품을 판 만큼 돈을 작년보다도 빠르게 거둬들이지 못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거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늦어진 외상값 회수가 현금흐름에 지장을 주면서 수익성 악화까지 초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 외상 회수기간 길 경우, 밀어넣기·부당 지원 오해 소지도

회수 기간이 가장 짧은 곳은 일동제약이었다. 이 회사는 33일 안에 외상값을 회수하고 있었다.

일동제약은 도·소매 거래처에 대한 비중이 83%나 차지하는 곳이다. 이 회사가 의약분업 이후 도·소매 유통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실제로 일동제약은 소매 거래처에 대한 매출은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처리해 신용위험을 줄이면서 채널별 영업이익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일동제약 외에도 외상값 회수 기간이 짧았던 곳은 동구바이오제약(40일), 경동제약(40일), 대웅제약(44일), 알리코제약(44일), 대원제약(45일), SK바이오사이언스(46일), 차바이오텍(46일), 동아에스티(50일), 종근당(54일), 휴젤(55일), 한미약품(56일), 유유제약(58일), 대화제약(58일) 등이었다. 이들 기업 모두 회수 기간이 약 2개월 이내로 외상값을 돌려받는 속도가 양호한 편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외상값 규모가 크고 대금 회수마저 늦어진다면 판매처에 밀어넣기 영업이라는 오해, 특히 계열사 거래와 관계해서는 불공정 지원이라는 지적도 받을 수 있는 만큼 거래처별로 외상대금의 합리적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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