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GIP 틸제파티드, 당뇨 넘어 비만 치료제 각광
잠재 블록버스터 신장약 케렌디아, 하위분석 결과 주목
당뇨병 넘어 심부전까지 명성 이어간 SGLT-2 자디앙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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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세계적으로 5억 명에 달하는 환자가 고통 받고 있는 질환 당뇨병. 올해 주목할 만한 당뇨분야 최신 신약 연구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당뇨 분야는 많은 환자 수에 따른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며 치열한 제약사간 연구 전쟁이 이뤄지고 있다. 매년 개최되는 미국당뇨병학회(ADA) 연례학술대회는 이 치열한 경쟁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된다.

항암제 분야에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가 있다면 당뇨병 분야에서는 ADA 연례학술대회가 최신 신약 연구의‘올림픽’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ADA 연례학술대회는 지난 3일~7일(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개최됐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올해 ADA 연례학술대회에서 세계적 시선을 사로잡은 최신 당뇨병 신약 연구를 모아봤다.

≫ GLP-1/GIP 틸제파티드, 당뇨 넘어 비만 치료제 각광

지난 5월 마운자로(Mounjaro)라는 상품명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틸제파티드(Tirzepatide)는 올해 ADA를 달군 대표적인 신약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미 FDA 허가를 획득한 당뇨병 치료제 역할과 더불어 비만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이목을 끌었다.

틸제파티드는 기존에 당뇨병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는 GLP(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수용체 작용제에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분비 촉진 폴리펩티드)를 하나의 새로운 분자로 합쳐 주 1회 투여하는 약물이다.

두 성분의 작용을 보완해 더 나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SURPASS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여러 임상 3상에서 틸제파티드는 당뇨병 치료제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더 주목받은 지점은 틸제파티드의 체중감량 효과였다. 이미 비만치료제로 시장에 나와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 보다도 더 놀라운 효과를 보인 것.

이에 당뇨병 여부와 상관없이 2,539명의 비만 및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틸제파티드의 비만치료제 가능성을 알아보는 SURMOUNT-1 연구에 시선이 쏠렸다. 지난 4월 개발사인 일라이 릴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틸제파티드의 비만치료제 가능성을 알아보는 SURMOUNT-1 연구 결과의 톱라인을 공개했으며 이번 ADA에서는 자세한 결과가 소개됐다.

발표에 따르면 평균 105kg, BMI 38kg/㎡의 참여 환자를 틸제파티드 5mg·10mg·15mg, 위약군으로 각각 배정해 72주간 관찰한 결과, 틸제파티드의 모든 용량은 5% 이상 체중감소 달성을 목표로 한 1차 평가변수를 달성했다.

세부적으로 5mg군 89.4%, 10mg군 96.2%, 15mg군 96.3%가 5% 이상 체중감소를 달성했다. 이때 위약군의 5% 이상 체중감소 달성률은 27.5%에 그쳤다.

놀라운 결과는 20% 이상 체중이 감소된 환자 비율이었다. 틸제파티드 5mg군은 31.6%, 10mg군 55.5%, 15mg군 62.9%에서 20% 이상 체중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과적 비만수술과 견줄 수 있을 만한 결과다.

전체 참여군의 평균 체중 감소는 5mg, 10mg, 15mg 용량별로 각각 16.1kg, 22.2kg, 23.6kg이었다.

연구진은 “틸제파티드를 투약한 10명 중 9명의 체중이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며 “비만 환자를 위한 효과적인 옵션으로서 이번 연구 결과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잠재 블록버스터 신장약 케렌디아, 하위분석 결과 주목

지난달 만성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신장병 환자의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획득한 바이엘의 케렌디아(성분명 피네레논)도 이번 ADA의 주인공 격이었다.

케렌디아는 당뇨병 환자의 가장 흔한 합병증 중 하나인 만성 신장질환에서 염증과 섬유화를 일으키는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억제제다.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신장질환 환자 5,700명을 대상으로 한 FIDELIO-DKD 연구에서 케렌디아군은 말기 신장병, 추정 사구체여과율이 40% 이상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신장 질환에 의한 사망을 위약 대비 18%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허가가 이뤄졌으며 이번 ADA에서는 FIDELIO-DKD와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FIGARO-DKD 연구의 통합 분석하는 FIDELITY 결과가 발표됐다.

발표에 따르면 케렌디아의 혜택은 당화 헤모글로빈(HbA1c)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심혈관 및 신장 위험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HbA1c 수준, HbA1c 변동성, 당뇨병 유병기간에 따른 하위분석 결과에서 심혈관 및 신장 관련 결과가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

또한 연구 시작 당시 GLP-1 수용체 작용제 사용 여부도 케렌디아의 심혈관 및 신장 관련 혜택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당뇨병 치료제와의 충돌을 일으키지 않아 케렌디아 선택에 폭을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발표에서는 케렌디아가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색적 데이터도 공개됐다.

발표에 따르면 케렌디아를 투여받은 134명 가운데 5명(3.7%)만이 2년 내 시력을 위협하는 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약군의 경우 110명의 환자 가운데 해당 사건 경험이 7명(6.4%)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ADA는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게 케렌디아의 투여를 표준 가이드라인에 포함시켰다.

≫ 당뇨병 넘어 심부전까지 명성 이어간 SGLT-2 자디앙

최근 수년간 글로벌 당뇨병 학술대회의 주인공은 SGLT-2 억제제 기전이었다. 심혈관계에서 혜택을 입증하며 당뇨병을 넘어 심장병 치료제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쏟아진 SGLT-2 억제제 연구의 중심에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이 있었다.

지난 2015년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는 자디앙의 심혈관계 혜택을 확인하는 EMPA-REG 임상 결과가 발표됐다. 자디앙은 이 연구에서 심혈관계 안전성은 물론 혜택까지 입증하는 결과로 이목을 끌었다.

이후 같은 기전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과 함께 SGLT-2 억제제의 심혈관계 위험 감소 관련 연구를 잇달아 공개했다.

이 과정을 거쳐 SGLT-2 억제제는 이제 만성 심부전 치료제로 영역을 넓혔다. 특히 지난해 유럽심장학회(ESC)에서 공개된 EMPEROR-Preserved 연구 결과는 그간 치료제 옵션이 부족하던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서도 SGLT-2 억제제의 역할을 확인하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올해 ADA에서도 자디앙의 연구 결과 발표는 이어졌다. 지난 5년간 리얼월드에서 당뇨병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 5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자디앙의 효과를 확인하는 EMPRISE 연구 결과다.

지난 2019년 중간 분석에서 자디앙은 DPP-4 억제제에 비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에 대한 상대적 위험을 41%, GLP-1 수용체 작용제 대비 17% 감소를 확인한 바 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자디앙은 DPP-4 억제제에 비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53%, GLP-1 수용체 작용제에 비해 38% 감소시켰다. 추적 기간이 길어질수록 심부전 위험 감소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난 것.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역시 자디앙군이 DPP-4 억제제군에 비해 44% 줄어들었다. 다만 GLP-1 수용체 작용제에 비해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한 8% 위험감소 경향만 보였다.

연구진은 “미국에서 2,900만 명 이상이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고, 그중 22% 가량이 심부전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연구는 일상적인 치료에서 심혈관 효과를 입증한 치료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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