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허투, 생존율 개선 확인…신시장 진입 가시화
트로델비, ASCO서도 데이터 의구심 남아…적신호

사진 ASCO 행사장 내부(출처 ASCO 홈페이지)
▲ 사진=ASCO 행사장 내부(출처: ASCO 홈페이지)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세계 최대 종양 학술대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가 4일~7일(현지시간) 일정으로 종료됐다. 올해도 ASCO에서는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다양한 항암제의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지난달 23일, <3년 만에 대면 개최, 항암 올림픽 ASCO 2022 주목할 발표는?>를 게재하며 주목할 만한 발표를 예상한 바 있다.

실제 결과는 어땠을까. 기존 종양 치료의 혁신을 기대하던 후보물질들은 결과에 희비가 엇갈렸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앞서 제시했던 후보물질의 세부 결과를 정리했다.

다만 베이진(BeiGene)의 티스렐리주맙(Tislelizumab) 비인두암 업데이트 데이터는 앞선 발표를 확인하는 수준이라 제외했다.

≫ 엔허투, HER2 저발현 환자 PFS·OS 개선…호르몬 음성 등 하위분석서도 확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 산쿄가 함께 개발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의 DESTINY-Breast04 연구 세부결과는 이번 ASCO 참가자의 시선을 모았다.

그간 유방암 치료에서는 HER2(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2형) 유전자의 발현율에 따라 예후가 엇갈렸다. HER2를 타깃으로 억제해 장기 생존의 가능성을 연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퍼제타(성분명 퍼투주맙),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엠탄신) 등에 대한 반응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엔허투는 2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로 HER2 관련 종양 치료의 발전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DESTINY-Breast04 연구 결과는 2세대 ADC의 역할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그간 예후가 좋지 않던 HER2 유전자 저발현 유방암 환자 557명이 참여한 DESTINY-Breast04 연구는 엔허투와 기존 치료법(화학요법)의 효과·안전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난 2월 아스트라제네카는 DESTINY-Breast04 연구의 톱라인을 발표하며 1차 평가변수인 호르몬 양성 환자에서 무진행 생존기간(PFS) 개선이 이뤄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HER2 저발현 유방암 치료의 새로운 옵션 가능성을 높인 것.

▲ ASCO 제공
▲ ASCO 제공

지난 5일, ASCO 2022에서 발표된 DESTINY-Breast04 세부 데이터는 이 같은 가능성을 선명하게 했다.

발표에 따르면 호르몬 양성 환자에서 엔허투군의 PFS 중앙값은 10.1개월로 화학요법군의 5.4개월 대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생존기간(OS) 또한 엔허투군은 23.9개월로 확인되며 17.5개월에 그친 화학요법군에 비해 우월했다.

주목할 점은 호르몬 음성 환자나 또다른 하위분석군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호르몬 음성 환자에서 엔허투군의 PFS 중앙값은 8.5개월로 화학요법군의 2.9개월 대비 5.4개월 연장을 보였다.

앞서 CDK4/6 억제제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도 엔허투군의 PFS 중앙값은 10.0개월, 화학요법군은 5.4개월로 나타났다. CDK4/6 억제제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군의 PFS 중앙값은 엔허투군 11.7개월, 화학요법군 5.9개월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전체 환자의 PFS 중앙값은 엔허투군 9.9개월, 화학요법군 5.1개월이었으며 OS 중앙값은 각각 23.4개월, 16.8개월로 확인됐다.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 역시 엔허투군이 52.6%로 화학요법군의 67.4%에 비해 낮았다. 다만 엔허투군에서 1~2등급의 약물 관련 메스꺼움 발생률이 화학요법군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발표를 맡은 뉴욕메모리얼슬론케터링 암센터의 샤누 모디 박사는 이번 결과에 대해 “엔허투는 HER2 저발현 환자에게 표준 화학요법 대비 PFS, OS를 통계적으로 유의한 임상적 개선을 입증한 최초의 HER2 표적치료제”라며 “이 결과가 기존 치료법을 변화시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 트로델비, TROPiCS-02 임상 결과…“의구심 남아있어”

엔허투가 성공적인 결과를 공개한 반면, 또 다른 2세대 ADC인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는 만족할 수 없는 결과를 발표했다.

트로델비는 길러어드사이언스의 항암제로 Trop-2를 표적해 기존 치료제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번 발표는 내분비요법, CDK4/6 억제제, 2~4회 화학요법 등의 치료경험이 있는 호르몬 양성, HER2 음성 환자 543명을 대상으로 트로델비를 기존 표준요법(화학요법)과 비교하는 TROPiCS-02 연구 결과다.

앞서 지난 3월 길리어드는 해당 연구의 톱라인을 발표하며 1차 평가변수인 PFS 개선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확인했음을 알린 바 있다. 하지만 이 발표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 가려져 있어 의구심이 남아있었다.

이 의구심은 ASCO 발표에 시선이 쏠리는 배경이기도 했다. 하지만, 4일 ASCO 발표에서도 이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 ASCO 기자회견, 호프 루고 박사 자료

발표에 따르면 다양한 사전 치료를 경험한 호르몬 양성, HER2 음성 환자에게 트로델비는 화학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4% 낮추는 결과를 얻었다. PFS 중앙값은 트로델비군이 5.5개월로 화학요법군의 4.0개월 대비 1.5개월 개선을 보였다.

문제는 이 같은 1.5개월 개선이 새로운 약물의 가치를 인정할 수준이냐에 있다. 1.5개월의 PFS 중앙값 개선이 통계적으로는 유의할 수 있지만, 실제 유방암 환자에게 의미 있는 결과는 아니라는 의구심이다.

이에 대해 길리어드 측은 트로델비 치료군의 12개월 무진행 생존율이 21%로 화학요법군의 7%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PFS 중앙값 개선뿐 아니라 여러 기준의 분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직 최종 발표되지 않은 OS 중간 판독값에서도 트로델비의 문제는 남아있다. 이 판독값에서 트로델비군의 OS 중앙값은 13.9개월로 화학요법군의 12.3개월 대비 1.6개월 개선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 유의성 달성 실패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ASCO 기자회견에서 수석연구자인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종합암센터의 호프 루고 박사는 “일부 환자에서 급속도로 종양이 진행됐고 이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앙값 결과는 우리를 어느 정도 실망시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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