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무사・응급구조사, 간호법 제정 반대…의사협회에 힘 보태
간호법 제정 촉구 보건의료노조, 간호협회와 연대해 ‘투쟁’

▲ 사진 설명=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이 지난 22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총궐기대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사진 설명=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이 지난 22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총궐기대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간호법을 놓고 의사 단체와 간호사 단체가 ‘강대강’ 대립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단체 직역 갈등으로 확산하고 있는 모습이다.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 단체가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며 대한의사협회에 힘을 보태고 있다면 보건의료노조는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대한간호협회와 손잡고 연대 투쟁까지 하겠다는 입장이다.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인 ‘간호법’ 제정을 두고 의사와 간호사 단체 대립을 넘어 다른 직역까지 가세하면서 보건의료단체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간호법에 가장 적극적인 단체는 간호조무사협회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는 의사 단체와 두 번의 궐기대회를 열고 간호법 폐기를 요구하며 단체장이 직접 나서 삭발까지 단행했다.

간무협은 간호조무사 일자리를 빼앗는 간호법은 간호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안이라고 맹비난했다.

간무협 곽지연 회장은 “간호법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으로 간호사법이라고 이름을 바꿔야 한다. 간호조무사는 수혜자가 아니라 피해당사자”라며 “당연히 없어져야 할 간호조무사 고졸 학력 제한은 그대로 남겨둔 상황에서 오히려 간호조무사 전문대는 간호법에 담을 사항이 아니라고 말하는 국회의원들이 입법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간호법 적용대상이 지역사회로 확대됐다. 앞으로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는 일자리를 잃거나, 범법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며 “당장은 별일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간호협회는 집요하게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를 내쫓거나 간호사 보조인력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호조무사 일자리를 위협하고 간호조무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간호법을 지금 이대로 제정하려고 한다면 뜻을 함께하는 보건의료단체와 연대해 끝까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응급구조사 단체도 의사협회에 힘을 보탰다. 간호법에서 간호사도 응급구조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박시은 사업이사는 “다양한 보건의료의 협력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보건의료 인력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간호법을 반대한다”며 “해당 법안은 병원의 간호 인력 이탈을 더욱 가속화해 간호 인력 부족 현상에 더욱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보건의료 인적구조’를 ‘간호사로 표백(漂白)’해 간호사 독식 구조를 완성, 간호인건비 폭등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며 “이러한 간호법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보건의료노조, 조정과 협의 거쳐 마련된 간호법, 제정 촉구

간호조무사 단체와 응급구조사 단체가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조정과 협의를 거쳐 마련된 법안’이라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24일 성명을 통해 “간호법을 둘러싼 논쟁이 간호사와 다른 직역 간의 갈등으로 비화됐다”며 “국회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체제자구심사와 본회의 일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간호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그동안 간호법에서 쟁점이 됐던 간호사의 업무범위와 간호법 우선 적용 조항 등이 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가 간호법에 대한 잘못된 프레임을 씌워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법은 지난 1952년도에 국민의료법으로 제정돼 반세기를 넘게 유지돼 온 법”이라며 “그러다보니 변화하는 의료환경, 높아진 보건의료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기 어려운 낡은 체계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의료분야 다양한 직역들이 각자의 고유한 전문성을 높여왔지만 의료법이 이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업무가 의사로부터 귀속되어지는 체계로 유지돼 오면서 전체적인 재정비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각 직역마다의 전문성에 기초한 고유한 정체성을 확보해 주고, 업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달라는 요구와 목소리는 매년 더욱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라며 “간호법은 차치하고라도 가장 최근에도 물리치료사법, 안경사법 등의 제정 요구나 의료기사등에 관한 법률 개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분야 각 직역의 전문성에 기초한 독립법 논의는 번번이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발에 좌초되어 왔다”며 “이번 간호법 논의처럼 이른바 협업체계를 무너뜨리고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한다거나 이로 인해 보건의료체계를 붕괴된다거나 혼란스러워 질 것이라는 것이 주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약사법을 예로 들며 각 직역의 역할을 규정하는 독립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약사법이 있다고 해서 약사와 다른 보건의료인력 간의 갈등이 심화되지 않을뿐더러, 협업이 붕괴되지 않는다”면서 “의료기사등에 관한 법률이 있다고 해서 다른 직역과의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는다. 간호법이 있다고 해서 간호사와 다른 보건의료인력 간의 갈등이 심화돼 협역체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보건의료인력의 각 직종 간 적정인력의 기준을 마련하는 문제를 이미 지난 9.2 노정합의를 통해 마련한 바 있다”며 “간호법 제정을 시작으로 각 직역의 고유한 업무범위를 비롯해 그 역할을 규정하는 법률이 제정되는 일이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의 논의와 속도를 더욱 빨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의사 단체와 간호사 단체 간 갈등이 보건의료단체 직역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6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간호법이 상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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