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 앰겔러티, CGRP 계열 최초 약평위 통과
테바, 아조비도 급여 절차 돌입…편두통 시장 확대 예상
바이오헤이븐 인수 화이자, 최초 CGPR 경구제로 진입 앞둬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표적 치료제의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국내에 도입된 치료제가 급여화 절차에서 큰 산을 넘어선 것.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일라이 릴리의 CGRP 표적 편두통 예방제 앰겔러티(성분명 갈카네주맙)에 대한 급여 적용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진행되는 ‘급여 적용 약가 대비 효과’라는 경제성 평가를 통과했다는 의미다.

이제 앰겔러티의 급여화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세부적인 약가협상만 남았다.

CGRP 표적 치료제는 글로벌 편두통 치료의 새로운 물결로 볼 수 있다.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예방제, 치료제가 부족한 편두통 분야 곳곳에서 CGRP 표적 치료제는 성과를 확인하며 주요 가이드라인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국내에는 앰겔러티와 한독테바의 아조비(성분명 프레마네주맙)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해 있다.

앰겔러티와 아조비 모두 2018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를 획득하며 글로벌 편두통 시장에 진출했다. 아조비가 FDA 허가 시기는 보름가량 빨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앰겔러티가 FDA 승인 직후 허가를 신청해 2019년 승인된 반면 아조비는 2021년에야 허가가 이뤄졌다. 자연스럽게 국내 시장의 CGRP 표적 편두통 치료제를 선도한 제품은 앰겔러티였다.

앰겔러티는 EVOLVE-1, EVOLVE-2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한달에 4일~15일 편두통을 겪는 삽화편두통 환자 1,773명이 참여한 두 연구에서 앰겔러티군은 위약군 대비 6개월간 월평균 편두통 발생 일수가 2.3일로 나타났다.

위약군의 월평균 편두통 발생이 4.3일인 것과 비교할 때 2.0일 감소를 확인한 것.

이 기간 편두통 발생 일수가 50% 이상 감소한 비율은 앰겔러티군이 59%, 위약군은 36%였다. 75% 이상 감소한 환자는 앰겔러티군이 34%, 위약군이 18%로 나타났다. 완전히 편두통을 느끼지 않은 환자도 앰겔러티군에서는 12%로 나타났지만, 위약군은 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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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를 바탕으로 앰겔러티는 국내 허가를 2019년 획득했다. 하지만 국내 사용량 확대를 위한 국민건강보험 급여 진입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약가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 표시가격 기준으로 CGRP 표적치료제의 약가는 연간 1,000만 원에 육박한다. 전 국민이 납부하는 국민건강보험에 편입시키기에는 비용 대비 효과를 입증하기 어려운 가격.

일라이 릴리가 한국 시장에서 급여 신청서를 2021년에야 제출한 것도 그 배경이다. 약가를 낮추지 않으면 국내 급여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었다.

앰겔러티의 급여 신청은 경쟁약물의 국내 시장 진입도 영향을 미쳤다. 2020년 한독테바는 아조비의 국내 허가를 신청하고 2021년 승인받았다.

글로벌 임상에서 아조비는 월평균 편두통 발생 일수 50% 이상 감소 비율 47.7%, 75% 이상 감소 비율 18.5%를 기록했다. 같은 연구에서 위약군은 각각 27.9%, 9.7%로 나타났다.

앰겔러티와 큰 차이는 아니다. 다만 까다롭다고 알려진 영국 공공보험에서 아조비는 경쟁제품 대비 낮은 가격으로 급여권 진입 속도를 낸 바 있다. 가격을 낮춰 급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국내 시장에 2년이나 먼저 도입된 앰겔러티로서는 아조비의 국내 허가가 발등의 불이 됐다. 앰겔러티가 앞서가기 위해서는 빠른 급여 등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조비 또한 국내 급여 신청을 완료한 상태다.

국내 시장에서 경쟁약물 등장이 CGRP 치료제의 급여화 속도를 높였다고 볼 수 있다. 앰겔러티는 이르면 9월 급여가 시작될 수 있고 이후 아조비의 급여화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너텍ODT 개발사 인수 화이자, 국내 랜딩 속도 높이나

CGRP 계열의 급여가 시작되면 후속 약물의 국내 시장 공략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CGRP 계열 치료제는 앰겔러티 아조비가 포함된 주사제와 게판트로 대표되는 경구제가 다수 포진해 있다.

이들 치료제가 앰겔러티 급여화 소식에 국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국내 시장에서 앰겔러티와 아조비, 2종이 속도전을 펼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의 선두는 암젠·노바티스의 에이모빅(성분명 에레누맙)이다.

에이모빅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먼저 허가된 CGRP 계열 편두통 치료제이지만, 한국인 대상 임상 결과가 없다. 2건의 한국인 대상 임상 계획이 승인됐지만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글로벌 임상에 포함된 것이 아닌 특정 국가의 별도 임상으로 진행하기에 한국 시장 규모가 작아 앞으로도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앰겔러티, 아조비 이후 국내 도입이 예상되는 CGRP 약물은 화이자의 너텍ODT(성분명 리메게판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화이자는 너텍ODT의 개발사인 바이오헤이븐 인수를 결정했다. 116억 달러(한화 15조 원)에 이르는 대형 M&A로 볼 수 있다. 당초 너텍ODT의 미국 외 판매를 맡고 있던 화이자가 바이오헤이븐 회사 자체를 인수한 상황이다.

너텍ODT는 한국인 대상 임상도 진행했다. 지난해 말 해당 연구는 종료됐으며 결과 발표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가 나오면 허가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너텍ODT의 경우 급여화를 위해서는 급성 편두통 치료제로 기존에 주로 쓰이는 트립탄 계열 향정 치료제와의 비용효과성 평가를 통과해야한다. 기존 치료제가 심혈관계 질환에 취약한 점 등이 비용효과성 평가에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자 본사가 15조 원의 빅딜을 성사시킨 것을 감안할 때 한국화이자의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룬드벡의 바이엡티(성분명 엡티네주맙) 또한 다음 주자가 될 수 있지만, 한국인 대상 임상이 올해 종료될 예정이고 국내 출시 계획은 2025년인 만큼 국내 환자 처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CGRP 편두통 치료제 업계 관계자는 “편두통 등 신경계 치료제는 국내에서 급여권에 진입이 가장 어려운 경우 분야로 알려져 있다”며 “기존 치료제와의 비용효과성이 문제인데, 선두 업체가 급여권 진입에 성공한다면 후속 약물의 급여화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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