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악화 요인”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성장주 제약바이오에는 ‘직격타’
“올 美 S&P 20% 추락·코스피 2500선 밑에서 주식 사야”

▲ 서강대 경제대학원 김영익 교수
▲ 서강대 경제대학원 김영익 교수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최근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세계 경제 위기론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 헝다사태로 예견되는 중국경제의 경착륙, 외환위기를 조성한 터키 리라화의 폭락에 이어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전방위적인 경제제재가 이제 러시아의 국가 부도로까지 전망되면서 그 파장은 세계 경제를 침체 국면으로 몰아놓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미국의 경기둔화와 페이퍼링에 대한 우려가 금리 인상을 촉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주식시장의 하향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 및 주식시장에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직격타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는 지난해부터 급락해 올해까지 추락이 이어지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대외 변수가 많다 보니 올해 경제와 주식시장 전망이 불투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 객관적이고도 날카로운 시선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금리와 환율의 개념이 아닐 것이다. 금리와 환율 등 대외 변수를 통해 현재의 경제 상황을 이해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춰 조금 더 명확하게 경제와 증시의 흐름을 파악하는 전문가의 안목이 절실한 때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시장의 위기와 거품 붕괴를 정확히 전망해 ‘한국의 닥터둠(doom·파멸)’으로 불리는 서강대 경제대학원 김영익 교수를 만나 경제전망뿐 아니라 국내 제약바이오 증시 전반에 대해 통찰력 있는 그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김 교수는 증권가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등을 지냈고 대표적으로 2001년 9·11 테러 직전의 주가 폭락과 그 후의 반등,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최근 2020년 예측한 경제전망까지 딱 맞아떨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김 교수는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의 버블 붕괴를 경고하고 있다.

≫ 현재 국내외 경제·증시에 대한 흐름을 진단해 달라.

한마디로, 미국의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한 영향으로 인해 전세계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이 급랭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글로벌 증시를 대표하는 미국의 다우지수는 최근 몇 해 간의 상승세를 뒤로하고 올해 (3월15일 기준) 들어서 7.69%가 하락한 상태다. 이는 2008년 5.63%가 떨어진 이후 연평균으로 가장 많은 하락 폭을 기록한 셈인데 다우지수는 앞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5.78%의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어 그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증시도 글로벌 증시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종합주가지수(코스피)도 올해 들어 10.69% 하락한 상태다. 특히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의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실제로 지난해 제약바이오 대표지수인 의약품지수는 18.41% 급락했다. 올해 들어서도 10.41% 추가 하락하면서 장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45종목으로 구성된 의약품 업종은 2020년 약 150조 원이던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선 121조 원으로 내려왔다. 신규 종목으로 편입된 SK바이오사이언의 시가총액이 약 10조 원을 넘는 만큼 이를 고려하면 1년 3개월 남짓 약 40조 원의 돈이 증발된 셈이다.

증권시장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R&D(연구개발) 투자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특성상 최근의 증시 침체는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올해 금리와 경기에 따른 증시 고민은?

거시적으로 볼 때,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금리, 경기, 기업 수익이다. 현재 증시는 금리 인상에 대한 충격은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갖췄다고 본다. 문제는 다가올 경기 수축 충격이다.

그동안 저금리 영향과 통화가 많이 풀리면서 부풀어 올랐던 미국 경제의 거품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꺼지기 시작했다. 이제 물가가 올라가니까 금리를 올리고 긴축에 들어설 수 밖에 없는데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테크플레이션 조짐까지 있다.

이렇게 미국 경제의 거품이 걷히면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주가는 내려갈 수 밖에 없고 이는 국내 증시에도 추가적인 동반 하락을 가져다 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7.5%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 소식 이후 나스닥이 2.1% 하락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현재까지(3월15일 기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올해 들어 15%, 나스닥 생명공학지수는 16.23% 급락한 상태다.

게다가 비관적 전망을 뒷받침하는 경제지표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버핏 지수’를 꼽을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율을 뜻하는 버핏 지수는 미국 기준 현재 약 180%를 넘긴 상태다.

버핏 지수는 일반적으로 80~100% 사이면 증시가 적정구간에 있다고 보며, 100%보다 높으면 고평가되어 있어 증시에 거품이 있다고 판단한다. 세계 증시의 버핏 지수가 100%를 넘긴 시기는 2000년, 2008년, 2018년이었다. 이 중 2000년에는 닷컴버블이 발생하였고,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 미국증시의 거품 상태는 매우 심각하다.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도 53%로 2000년대 초 IT 거품(48%) 때나 2008년 금융위기 직전(47%)보다도 훨씬 높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 우크라이나 사태가 증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한다면?

현재 시장 참여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주가 급락을 불러온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사실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니어도 기본적으로 빠질 만한 상황과 시기여서다.

또 지정학적 리스크는 변동성을 가져다 주긴 하지만 반등 회복도 크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동성 축소와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지는 이유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세계 경제 쇼크로 이어질 경우, 조금 더 침체를 앞당기는 일종의 촉매제 요인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미국증시가 내릴 경우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현재까지 미국 S&P500 지수는 현재 약 10%가 떨어진 상태로 올해 미국 증시는 S&P 기준으로 20% 이상 빠질 수 있다. 국내 종합주가지수로 보면 올 상반기 내 2500선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미국 증시의 하락 폭이 국내 증시의 하락 폭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의 경우 작년 연말까지 상승세가 이어진 반면, 국내 증시는 지난해 코스피가 3,316포인트로 고점을 찍은 이후 현재까지 20% 정도 하락이 반영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 기술주 중심의 국내 제약바이오의 주가는 현재보다도 10% 이상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금리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는 종목이 성장주라고 보면 증시가 침체될 경우 투자자들은 성장주보다는 재무구조가 튼튼한 가치 실적주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제약바이오주는 국가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건강과 생명에 대한 제약 산업에 대한 수요 증가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장기적 투자의 저가매수 전략도 유효하다고 본다.

≫ 증시 반등은 언제쯤으로 예상되나?

약 1~2년간은 경기 수축에 따른 증시 침체후 반등이 예상된다. 증시는 경기가 둔화되고 바닥을 치고 올라갈 때 반등 국면으로 접어들어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라는 것이 있다. 이 선행지표는 경기변동에 대한 단기예측을 할 때 사용하는 지표로 지난해 7월 고점을 찍었다. 선행지수가 통상 6개월을 앞서간다고 보면 올 1분기가 경기 정점일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앞으로 경기 수축에 따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경기 수축 국면은 평균 18개월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경기 수축기에 증시에서 선호되는 종목군은 배당주, 자산주, 실적주 등이다. 또 연기금 등이 매수하는 종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한 국민연금의 경우 1988년 이후 주식투자로 인한 연평균 수익률이 약 10% 내외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성적이 좋다. 이는 연기금의 저가매수 전략이 먹혔다는 것을 의미 한다. 따라서 국내 종합주가지수가 2500선이 무너진 저평가 국면에서 계속 주식 비중을 늘려 보유할 경우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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