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 국장
“의사 수 증원으로 공공의료 확충해 롤모델 병원 구축해야”
“고가 신약, 건강보험 대신 별도 기금 마련해 지원 필요”

1989년 시민운동의 첫발을 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우리 사회에 범람하고 있는 경제적 불의(부동산 투기, 정경유착, 불공정한 노사관계, 농촌과 중소기업의 피폐, 부와 소득의 불공정한 분배,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를 척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개혁을 통해 경제적 공의(Economic Public Justice)를 추구하는 시민단체다. 주로 경제와 관련된 일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는 경실련이 수년 전부터는 보건의료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경실련 사회정책국 남은경 국장이 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남은경 국장을 만나 국내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 국장
▲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 국장

≫ 경실련서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학창시절 도시, 부동산 관련 공부를 했다. 이와 관련해 특화된 기구가 있었던 경실련 입사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2000년 입사한 후 꾸준히 부동산 및 도시와 관련된 업무를 봤다.

어느 조직이든 내부 순환 근무를 한다. 경실련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부동산과 도시 관련 일을 하다 2011년도에 처음으로 보건의료 관련 사업을 맡게 됐다.

당시 상비약 편의점 판매, 포괄수가제 시행 등 굵직한 현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이후 다시 내부 이동이 있었고 2020년 8월에 복귀하게 됐다. 당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총파업이 절정에 달하던 시기였다.

이전부터 경실련은 의대 정원을 확대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매번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지 못한 채 묻혀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때마침 복귀하자마자 정부가 의사 수 정원 확대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시 정부는 일정기간 지역에 의무복무하는 ‘지역의사 특별전형’으로 매년 300명을 더 뽑고 특수과목 100명을 포함해 10년간 총 4,000명을 기존 의대에 추가 배치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과감한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의 방안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경실련은 당초 정부 계획이었던 400명에 1,000명을 더해 연 1,400명씩 10년간 의사를 배출하는 한편, 권역별 공공의대를 신설해 민간의료체계를 공공의료체계로 전환하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국민도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의료의 기본에는 시설뿐만 아니라 인력 확보도 포함된다.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병원을 늘려봤자 소용없다는 뜻이다.

공공의료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달라진 만큼 지금이 공공의료를 확충할 수 있는 적기다.

≫ 공공의료,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해야 하는가.

현재로서는 서울시보라매병원이 공공병원 중 최상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의료기관과 같은 의료원을 지자체마다 한 곳씩 설립하고 의대와 매칭하는 등 지역자치 의료 시스템을 구현한 후 중앙 정부와 경쟁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서울시가 서울의료원을 통해 먼저 시행한 후 중앙 정부를 통해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정책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성과를 내면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이 변하면 바로 민간의료기관에 영향을 주는 파급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적당한 비용으로 적정한 진료를 받길 원하는 이용자들에게 국가가 최소한의 적정선을 제공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공공병원이 해야 한다. 여기에는 의료의 질도 담보되어야 한다.

공공병원이 먼저 정부 지원과 관련된 정책이나 시범사업을 시행한 후 성공하면 민간병원으로 확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공공병원의 질은 떨어질 수 없다.

또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시행 이후 풍선효과로 비급여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공공병원을 비급여 없는 의료기관으로 구축해 의료비 지출 현황 등을 모니터링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비급여를 척결하고 민간에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확충한 공공의료 시스템은 향후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는 공공의료의 민낯을 확인했고 병상을 확보하지 못해 고생한 바 있다.

공공병원은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병원이다. 인력과 병상을 확보하고 의사들의 역량을 키운다면 적어도 감염병 사태에서 병실 부족과 같은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문재인 케어에 대해 평가 한다면?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문재인케어 발표 당시 건강보험 보장성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집권 4년차에도 65.3% 수준에 머물렀다.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목표 달성은 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70%까지 끌어 올리지 못했다는 것은 정부가 비급여 통제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한 정부가 비급여 통제를 손에서 놨던 것이다.

결국 실제 추진 전략에서 전체적인 재정 부담을 줄이는 데에는 역할을 하지 못한 셈이다.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은 기존보다 늘어난 반면, 보장률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해당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는 우려만 증폭시켰다.

비급여를 통제하지 않으면 메디컬 푸어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비급여 통제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공공병원을 비급여 없는 병원으로 운영해 추후 민간병원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 고가의 희귀질환 치료제를 급여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고가의 희귀질환 치료제 급여화는 균형적인 시각으로 봐야 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은 기본적으로 공보험으로서 ‘답’이 있는게 아니라 ‘합의’의 문제다.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모두 다 급여화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정답은 없지만 사회적 합의나 기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환자 단체의 주장은 조금 과다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약은 한 번 건강보험에 등재되면 모든 사람한테 처방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보니 건강보험 적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제약사와 환자단체, 보건당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다. 적정하게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고가의 희귀질환 치료제는 건강보험 급여보다는 별도의 기금을 마련해 그 안에서 재정 지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대통령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탈모약 급여화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간병비 급여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두 공약 모두 건강보험 재정이 많이 소요될 것이다.

우선 간병비 급여화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시범사업을 통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이를 더 확대하겠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보호자가 개인 간병사를 고용해 한 달에 400~500만 원씩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환자가 5명이라고 한다면 2,000~2,500만 원이 필요한데 이는 간호인력을 추가 채용해 케어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환자나 보호자가 일정 금액을 건강보험료로 낼 수 있다면 간병비 급여화는 가능하다고 본다.

탈모약 급여화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은 4대 중증질환을 우선순위로 둬서 보장성을 강화했다. 이제는 나머지 질환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때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탈모약을 건강보험에 적용할 경우 많은 비용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다만, 탈모가 질병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탈모를 질병으로 규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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