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거점전담병원 지정된 대전웰니스병원 김철준 원장
350 병상 중 중증 10개·준중증 20개·중등증 320개 구성
입원-외래 환자 ‘동선 분리’…고층부터 코로나 전용병동
“정부는 재정 지원, 민간병원은 아이디어…위기 극복 선례”

▲ 사진 설명=대전웰니스병원 김철준 원장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코로나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배경과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애로사항, 앞으로의 계획 등을 설명했다.
▲ 사진 설명=대전웰니스병원 김철준 원장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코로나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배경과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애로사항, 앞으로의 계획 등을 설명했다.

지난해 말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병상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하자 정부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병상 확충에 나섰다. 거점전담병원으로 전환하는 의료기관에 인력과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치료·관리할 수 있는 시설 및 장비, 임차 비용에 대해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사용병상은 물론 미사용병상까지 손실보상이 이뤄지며 전담병원만을 위한 수가와 수당도 지급하고 각종 평가 및 규제도 일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17일 현재까지 거점전담병원 총 34곳(4,013병상)이 확보됐으며 이 중 16곳은 병원 전체를 내놓고 코로나19 병상 확충에 적극 협조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코로나 기획 인터뷰로, 대전웰니스병원을 찾아 이 병원 김철준 원장으로부터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배경과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애로사항,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코로나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배경에 대해 설명해달라.

코로나19 원내 유입을 막기 위해 방역을 철저히 했지만 지난해 11월 결국 우리 병원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신규 환자로 입원 당시 음성이었으나 추후 양성으로 바뀌면서 확진된 경우였다. 당시 하루 만에 확진자 15명이 발생했다.

문제는 대다수의 일반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보는 훈련이 안 돼 있다는 점이다. 우리 병원 역시 당시 대처하는 과정에서 우왕좌왕 한 건 마찬가지였다.

다행히도 보름 만에 원내 코로나19 사태는 끝났지만 상처는 크게 남았다. 그나마 우리 병원은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 상황이 나았다. 적어도 원내에서 발생한 확진자들을 전담병원으로 전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인근 요양병원들은 원내에서 발생한 확진자들을 전담병원으로 전원하지 못하면서 현재까지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이때 코로나19에 대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며 도망갈 것이 아니라 차라리 ‘정면 돌파를 하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오는 3월 재활·요양병원에서 급성기 병원으로 전환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 때쯤이면 치료제가 보급돼 코로나19도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했고 국내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급변했다. 이때 정부와 동료 의사들이 전담병원 전환을 권유했다. 어차피 코로나19 시국에서 급성기 병원으로 바꾸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거점전담병원으로 전환해 인력을 보강하고, 환자를 진료하면서 자연스럽게 급성기 병원 역할을 해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 일부 병상만 내놔도 됐을텐데 전체 병상을 다 내놓은 이유가 있나.

사실 전 병상을 내놓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먼저 전담병원으로 전환한 병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효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외래는 코로나19 환자와의 분리가 가능하지만 입원 구역은 섞일 위험이 커 사실상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웰니스병원은 대전 지역에서 그나마 큰 의료기관에 속한다. 우리 병원 하나만 내놓으면 다른 곳에서 따로 병상을 내놓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정부에서도 코로나19 환자로 적자 보는 부분은 지원해준다고 했다. 급성기 병원으로 전환할 계획도 갖고 있었던 만큼 전 병상을 내놔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 사진 설명=한국과학기술원(KAIST)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단이 개발한 이동형 음압병동(Mobile Clinic Module, MCM). 코로나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대전웰니스병원에 설치될 예정이다. (제공: 한국과학기술원)
▲ 사진 설명=한국과학기술원(KAIST)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단이 개발한 이동형 음압병동(Mobile Clinic Module, MCM). 코로나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대전웰니스병원에 설치될 예정이다. (제공: 한국과학기술원)

≫ 거점전담병원 전환 후 병상 규모와 역할을 말해달라.

현재 우리 병원은 450병상이다. 하지만 전담병원으로 지정되고 음압병실로 꾸미면서 350병상 규모로 축소됐다. 중증 10병상, 준중증 20병상, 중등증 320병상이다.

대학병원에서 준중증 이상 병상이 충분히 마련돼 있어 중등증 환자들을 많이 수용할 수 있도록 관련 병상을 많이 마련했다.

코로나19 입원 환자 치료는 물론 거점전담병원으로서 재택치료자와 생활치료센터 입소자들도 원격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코로나19 환자만 보는 것은 아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도 외래 진료는 유지해도 된다고 했던 만큼 혈액투석, 도수치료, 소아재활, 로봇재활, 외래재활 등은 지속할 예정이다.

특히, 소아재활은 현재 대전 내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의료기관이 많지 않아 이를 중단할 경우 환자들의 피해가 커 외래를 폐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1~4층은 외래 구역으로 지정하고, 5~12층은 코로나19 환자 입원 구역으로 분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외부에 승강기를 따로 설치하고, 주차장도 지상과 지하를 나눠 구분해 외래 환자와의 접촉을 차단할 방침이다.

병원 외부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단이 개발한 이동형 음압병동(Mobile Clinic Module, MCM)을 설치하기로 했다. 유증상자는 이곳에서 따로 진단과 치료를 받는다. 외래 환자와 입원 환자, 유증상자를 분리해 감염 확산을 원천봉쇄하기 위함이다.

우리 병원은 원래 재활병원이었다. 코로나19 환자 중 재활 환자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확진자에게도 재활치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원내에서 발생한 확진자들이 전담병원으로 전원되면서 재활치료를 받지 못했다. 격리해제 후 원내로 복귀했지만 많이 안 좋아진 후였다. 이들이 다시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코로나19에 감염된 재활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대전은 과학의 메카다. 지리적 장점을 활용한 향후 계획도 있는가?

대덕 특구에는 바이오기업들이 많다. 그 중 면역력을 증가시켜 초기에 코로나19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기업도 있다. 임상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두 차례 미팅을 했다.

또한, 카이스트와 바이오기업에서 생산하거나 개발한 제품들을 현장에 적용해 널리 보급할 수 있는 통로 역할도 수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거점전담병원으로 전환하면서 단지 진료만 보는 것이 아니라 향후 발생할 또 다른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기회를 만들어 낼 계획이다.

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환자를 받을텐데 확진자를 진료하고 생긴 노하우를 기업과 공유해 보다 적극적으로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생각이다.

≫ 거점전담병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우리 병원이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된다고 알려지면서 직원들과 환자들 입장에서 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일부 의료기관에서 권고사직 논란과 같은 비슷한 사례가 있다 보니 직원들도 더 과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병원은 직원 면담을 통해 의견 수렴 후 결정하려고 했지만 외부에서의 곱지 않은 시각으로 인해 일이 어긋날 때 좀 힘들었다.

직원들은 면담 시작도 전에 이미 화가 나 있었다.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겁을 먹었던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직원들이 병원에 남아 함께 하기로 했다. 이직을 결정한 직원에 대해서는 취업 알선도 해줬다.

현재 6명 정도 남았는데 이들은 얼마 전 실사 나온 중수본 사무관과 1대1 면담을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할 생각이다.

환자들 역시 대다수 전원을 갔고 현재 70여 명 정도 남아 있는 상태다. 전담병원 지정 이후 대전시의사회 밴드에 환자 전원 계획을 알렸고 재활병원과 요양병원의 상담자 연락처와 유휴 병상, 기능 등을 리스트로 뽑아 환자와 보호자에게 배포하는 등 전원에 필요한 최대한의 지원을 했다.

아직 병원에 남아 있는 환자들의 경우 이들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이달 말까지 기다릴 예정이다.

≫ 거점전담병원 종료 후 계획에 대해 설명해달라.

거점전담병원으로서 운영은 1년 동안이다. 이후 3개월마다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반대로 확진자 수가 감소하거나 병원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언제든 운영을 종료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 병원이 재활·요양병원이었다면 전담병원 종료 후에는 재활·정형외과·내과에 특성화된 준종합병원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향후 발생할 신종 감염병을 대비해 외래와 입원 구역 동선을 분리하고, 직원 업무도 평상시와 비상시로 나눠 설계했으며, 응급 전환 가이드라인도 만들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다제내성균 환자들의 재활치료 프로토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 환자들은 한 번 발병하면 균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제대로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없어 늘 문제로 지적돼 왔다. 거점전담병원 종료 이후에는 이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따로 병동을 만들 예정이다.

신장 투석 환자에 대한 재활치료도 고민하고 있다. 투석 환자들은 다른 환자들에 비해 근감소증이 심해 근육량을 늘리기 위한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앞으로 이들이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방안을 현재 고민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코로나거점전담병원은 민간 의료기관과 정부가 협력하는 좋은 선례다. 앞으로 위기 상황이 생겼을 때 정부는 재정적인 지원을 민간병원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를 극복하면 된다.

문제는 지원 보상이다. 민간 의료기관의 시간은 정부의 시간과 다르다. 정부가 1년 동안 추진하는 것을 민간병원에서는 한 달 내에 끝내야 생존이 가능하다.

그렇다보니 정부가 보상금 지급 등 병원 지원 상황에서 보다 빠른 일처리를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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