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 ‘잇템(it item)’ 된 건기식·만성질환치료제
의료계, 감염전문병원 및 감염병정책연구원 설립 우선과제
“질병관리청, 지원 역할에 그쳐…컨트롤타워 일원화 시급”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신종 감염병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2년이 지났다. 이제는 일상이 됐지만 그간 코로나19는 약업계와 의료계에 거센 폭풍을 몰고왔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신종 감염병 사태 이후 비대면 영업이 일반화 됐으며 처방패턴이 변하는 등 대변혁이 일어났다. 의료계는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며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연내 코로나19 종식은 사실상 물건너 가면서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제약업계와 보건의료계가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 제약업계, 건강기능식품·만성질환약·제약주권 키워드 ‘주목’

2년 동안 지속된 코로나19 사태는 국내 제약비이오기업들의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출을 가속화시켰다. 신종 감염병으로 인해 면역력 향상 등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건기식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15년 2조 9,468억 원에서 2020년 5조 원으로 성장하며 5년 만에 69.01% 확대됐다. 국내 의약품 시장이 약 2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 건기식 시장 규모가 의약품 시장의 20%에 달하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 관리에 신경 쓰지 않으면 언제든 신종 감염병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캐시카우를 노리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제약바이오기업이 놓쳐서는 안 되는 새로운 ‘잇템(it item)’은 하나 더 생겼다. 왠만한 중견기업들이 하나씩은 보유하고 있는 만성질환 치료제다.

실제로 코로나19는 전문의약품 처방 패턴을 바꿔놨다.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개인 위생 인식이 높아진 데다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감기 등 호흡기 질환 치료제 시장은 2년 간 사실상 셧다운 상태가 됐다.

반면,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은 균열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이다 보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처방이 꾸준히 이뤄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근당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초기 ‘자누비아(당뇨병 치료제)’, ‘아토젯(고지혈증 치료제)’, ‘딜라트렌(고혈압 치료제)’, ‘리피로우(고지혈증 치료제)’ 등 만성질환 중심의 주력 품목으로 신종 감염병 사태의 직격타를 피해갔다.

기업 입장에서 대외 변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만성질환 치료제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인 셈이다.

특히, 이번 팬데믹은 그동안 제네릭(복제약) 개발에 초점을 맞춰왔던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과 정부에 ‘제약주권’의 필요성을 관철시킨 계기가 됐다.

한 때 우리나라는 백신 확보에 늦게 뛰어들면서 예방접종 과정에서 사회적 혼란을 겪은 바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백신 확보와 바이오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인 것.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종 감염병에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한 처방이 가능한 만성질환 치료제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앞으로 신약 개발 역시 백신과 바이오 분야에 초점이 맞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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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계, “감염전문병원 및 감염병정책연구원 설립…컨트롤타워 일원화도”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대유행을 막기 위해 최전방에서 악전고투 했던 의료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종 감염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사태 초기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2015년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덕분이었다는 게 의료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의료기관마다 100병상 당 1병상 음압병실 설치 의무화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운영 등 감염 관리와 직결된 의료 환경 확대를 주문했다. 이 같은 조치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유용하게 작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또 다른 신종 감염병 유입을 대비하기 위한 의료계의 우선순위 과제는 뭘까.

먼저 전문가들은 사전 예방 시스템 구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메르스 사태 이후 논의만 하고 정작 운영되지 못했던 감염전담병원을 지정하고 인력, 비축 물자 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20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신종 감염병은 주기적으로 올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 체계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폭넓게 구성해야 한다”며 “신종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감염전담병원부터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나라 중증 환자 병상 체계에 대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중환자 병상과 인력, 진단, 역학조사, 비축물자 관리 등을 점검하고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싱크탱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안보연구원, 경제연구원은 있지만 감염병정책연구원은 없다. 그렇다보니 지난 신종 감염병 사태 대응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면서 “감염병정책연구원을 설립해 해외 전염병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국내 유입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을 진단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 등 기존의 의료원을 활용해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하겠다고 했지만 수년째 논의만 이뤄지고 있다”며 “국립암센터와 같이 별도의 국립감염병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감염병정책연구원과 함께 신종 감염병을 사전에 진단 대응하고 발생 시 전진기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염내과·중환자의학과·호흡기내과 의사와 감염전문간호사 등의 추가 인력을 확보하고, 백신과 치료제를 충분히 구비해야 한다”며 “항바이러스제를 상시 비축하는 한편, 이를 지휘 감독할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방역 컨트롤타워의 일원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입을 모았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지금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3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보니 하나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전문가로 구성해 일원화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방역 전략을 짜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주 교수도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질병관리청이 승격한 것은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하라는 의미였다”며 “하지만 조직만 키웠을 뿐 제대로된 권한을 주지 않아 지원하는 역할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방역 대응 시 전문가로 구성된 컨트롤타워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감염병 유입을 대비해 지자체에서 상시적으로 운영 가능한 의정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기석 교수는 “의사회와 간호사회는 시·군·구 지자체까지 다 구성돼 있다”며 “신종 감염병 유입 등 응급 상황에 대비해 정부와 의료계가 소통할 수 있는 의정협의체를 전국의 시·군·구까지 구성하고 상설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의료환경은 수시로 바뀌는 만큼 협의체를 통한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신종 감염병이 유입했을 때 지역 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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