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OP랭킹]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163곳 ‘환산주가’ 해부
액면가 동일 선상…SK바사, 국내 제약바이오 중 '최고 비싼 주식’
‘보이는게 다 아니다’…액면가 100원부터 5,000원까지 ‘천차만별’

지난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주식 한 주당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였다. 이 회사의 환산주가는 225만 원에 달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주가가 아닌, 실제 모든 기업의 액면가를 동시에 5천 원으로 맞춰 놓고 봤을 때의 얘기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163 곳의 주가를 액면가 5천 원으로 동일하게 환산하고 기업별 ‘진짜 주가’를 들여다 봤다. 본지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의 비싼 주식 순위를 공개한다.

≫ 액면가 500원 vs 5000원…“보이는 게 다 아니다”

환산주가는 ‘액면가’가 서로 다른 종목의 현재 주가를 비교하기 위해 모든 주식의 가격을 5천 원으로 동일하게 놓고 따져보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00원이던 액면가를 5,000원으로 높일 경우(액면병합), 주가는 50배 늘어나는 구조인 것이다. 때문에 주가가 동일하게 5만 원이라고 해도 액면가가 500원인 기업은 5000원인 곳에 비해 주식의 가치가 사실상 10배나 더 높은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삼일제약의 경우 1,000원이던 액면가를 500원으로 쪼개면서 주식가격도 기존 1만9,900원에서 1/2 낮아진 9,950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주식이라도 액면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63개사에 환산주가를 적용할 경우 당초 3만9,212원이던 평균 주가는 29만7,170원으로 7배 치솟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상장한 상당수 제약바이오기업의 액면가가 500원 이하로 형성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같은 종목(신규상장 제외, 157종목)을 대상으로 2020년과 비교할 때 당초 평균 주가는 5만1,879원, 환산주가는 38만208원으로 각각 24.4%, 21.8%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다수 제약바이오 종목이 침체기에 빠져들면서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의약품지수는 2020년 2만1,085.04포인트에서 2021년 1만7,204.26포인트로 18.4% 하락했다. 제약지수도 1만4,040.39포인트에서 1만1,150.84포인트로 20.58%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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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63곳 환산주가 현황(자료 출처: 한국거래소,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63곳 환산주가 현황(자료 출처: 한국거래소,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SK바이오사이언스, 제약바이오 ‘황제주’ 등극

액면가를 동일 선상에 놓고 봤을 때 제약바이오 황제주는 SK바이오사이언스였다. 지난해 신규 상장된 이 회사는 액면가 500원으로 22만5,000원을 환산했을 때 225만 원을 기록하면서 상장 첫해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지난해 제약바이오가 전반적으로 조정국면을 맞았던 상황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공모가가 6만5,000원이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코로나 백신 테마주로 힘을 받으면서 22만5,000원으로 급등한 것. 수익률만 246%에 달했다.

반면 2020년 환산주가 순위 1위였던 셀트리온제약은 SK바이오사이언스에 자리를 내주고 8위로 밀려났다. 또 작년 2위를 기록했던 씨젠은 17위로 추락했다. 두 회사의 환산주가는 각각 124만 원과 61만 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환산주가 1위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전체 상장기업과 비교했을 때는 24위 수준에 그쳤다.

≫ SK바이오사이언스·메지온·삼성바이오로직스 ‘高 주가’ 금은동

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메지온(환산주가 217만1,000원), 삼성바이오로직스(180만6,000원)가 환산주가 금·은·동을 차지했다.

이어 휴젤(153만5,000원), 메디톡스(143만9,000원), 한국비엔씨(139만7,500원), 에스티팜(139만2,000원), 셀트리온제약(124만4,000원), 지씨셀(101만7,000원), 셀트리온(99만 원) 순으로 환산주가 10위권이 형성됐다.

환산주가 20위권에는 SK바이오팜(97만2,000원), 툴젠(90만6,000원), 휴마시스(83만5,000원), 파마리서치(82만 원), 알테오젠(75만7,000원), 케어젠(66만5,000원), 씨젠(61만 원), 메드팩토(58만6,000원), 제넥신(58만3,000원), 레고켐바이오(55만8,000원)가 들어왔다.

한미약품(55만2,000원), 엔지켐생명과학(54만9,000원), 국전약품(547,500원), HK이노엔(52만5,000원), 티앤알바이오팹(50만2,000원), 바이오니아(48만6,000원), 한국파마(48만5,500원), 휴온스(47만7,000원), 유나이티드제약(47만3,500원), 티앤엘(47만3,000원) 등이 3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1주당 가격을 5,000원으로 환산해도 주가가 5만 원에도 못 미치는 ‘저가 제약바이오주’도 상당수 있었다.

에이프로젠제약(환산주가 9,050원), 오리엔트바이오(1만2,200원), 우진비앤지(2만1,000원), 화일약품(2만6,200원), JW생명과학(2만7,700원), 메타바이오메드(2만8,900원), 국제약품(3만700원), 제일바이오(3만2,250원), 강스템바이오텍(32,700원), 광동제약(3만7,150원), 조아제약(3만7,600원), CMG제약(3만8,350원), 유유제약(3만9,050원), JW신약(4만400원), 동성제약(4만1,900원), 경남제약(4만4,150원), JW중외제약(4만5,600원), 아스타(4만7,050원), 명문제약(4만7,300원), 삼성제약(4만9,250원) 등이 대표적인 ‘低(저) 주가’ 기업들이었다.

≫ 한국비엔씨·바이오니아·한국파마·이연·일동 등 환산주가 ‘수직 상승’

작년과 비교해 환산주가 순위 변동이 가장 컸던 곳은 한국비엔씨였다. 2020년 80위에 머물렀던 이 회사의 환산주가 순위는 1년 만에 75계단 수직상승 해 6위까지 뛰어 올랐다. 이 기간 한국비엔씨의 환산주가는 21만2,500원에서 139만7,500원으로 급등했다. 상승 폭만 7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 외에도 티앤알바이오펩(2020년 90위→2021년 25위), 바이오니아(87위→26위), 한국파마(76위→27위), 네이처셀(124위→78위), 일동제약(127위→81위), 이연제약(77위→41위), 유바이오로직스(79위→36위) 등이 30단계 이상 고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원바이오젠(74위→107위), 신풍제약(12위→46위), 일양약품(108위→142위), 에스씨엠생명과학(36위→71위), 녹십자엠에스(98위→134위), 부광약품(60위→97위) 등은 30단계 이상 추락하며 순위 조정을 받았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高 주가 高 액면 상장사, 액면분할 ‘압박’ 커질 듯

현재 고 주가를 형성하고 있는 일부 상장사는 향후 액면분할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수권 확대를 요구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제약사의 경우 투자자들의 요구에 맞춰 액면분할을 결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유한양행은 상장 58년 만에 처음으로 액면가 5,000원이던 주식을 1,000원으로 분할했다. 동국제약도 주당 2,500원에서 500원으로 쪼갰다. 지난해에는 삼일제약이 1,000원이었던 액면가를 500원으로 분할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의 경우 여전히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사들이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곳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다.

환산 전 이 회사의 주가는 90만 원 수준이다. 지난 8월에는 연중 최고점인 104만7,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100만 원대로 형성된 비싼 주식 가격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를 주저하면서 액면 분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액면가가 2,500원 점을 고려하면, 향후 액면분할 여지는 남아 있는 셈이다.

실제로 같은 그룹의 삼성전자 역시 고주가로 인해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자 2018년 50대 1의 액면분할을 실시한 바 있다.

≫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액면가, 10곳 중 8곳은 500원

그렇다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액면가는 어느정도 수준일까.

이번 본지 조사 대상에 오른 163개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 메지온, 휴젤 등 128곳 상장사의 액면가는 500원으로 분석됐다. 10곳 중 8곳(78%)의 액면가가 500원에 형성돼 있던 셈이다.

액면가가 100원인 곳은 7개사로, 한국비엔씨, 휴마시스, 국전약품, 코미팜, 세운메디칼, 프로스테믹스, 원바이오젠으로 집계됐다. 액면가가 200원인 곳은 비씨월드제약과 위더스제약 2곳이 유이했다.

액면가가 1,000원인 곳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유한양행, 일동제약, 삼진제약, 삼아제약, 바디텍메드, 진원생명과학, 일동홀딩스, 동화약품, 동성제약, 유유제약, 광동제약, 국제약품 등 14개사였다.

2,500원 그룹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종근당홀딩스, JW중외제약, 종근당바이오, 일양약품, JW생명과학 등 9개사가 포진해 있었다.

액면가 중 가장 높은 금액인 5,000원에 해당하는 곳은 GC녹십자, 동아에스티, 일성신약 3곳이 전부였다.

≫ 액면가에 숨은 비밀…“투자 시 진짜 주가 따져봐야”

주목할 점은 대다수 투자자들이 이 같은 액면가를 무시하고 ‘겉으로 보이는 주가’ 만을 기준으로 주식을 고른다는 점이다. 액면가가 높은 기업의 경우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주가 관리를 위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액면가가 2,500원 이상인 기업들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3위)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기업은 환산주가 순위가 2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액면가가 100원 또는 200원인 기업들에게 환산주가를 적용할 경우 실제 주가는 상당한 수준으로 폭등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국전약품의 주식 가격은 1만950원으로 평범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었지만, 환산 전 액면가가 100원인 이 회사의 주식을 환산주가로 재측정할 경우, 54만7,500원으로 뛰었다. 주가 순위도 환산 전 109위에서 환산 후 23위로 수직상승 했다.

환산 전 2만7,950원(55위)에 그쳤던 한국비엔씨의 주가도 액면가를 동일 선상에 놓고 봤을 때 139만7,500원으로 6위에 해당했다. 이 회사의 액면가는 100원이다.

액면가가 100원인 휴마시스(환산 전 주가 1만6,700원)와 코미팜(환산 전 주가 8,590원) 역시 환산 전 85위와 127위에 해당하던 주가 순위는 환산치 적용 후 각각 83만5,000원(13위)과 42만9,000원(34위)의 높은 주가를 기록했다.

액면가가 200원인 비씨월드제약과 위더스제약도 환산 전 각각 89위(1만5,850원)와 113위(1만500원) 수준이었지만 환산 후 주가는 각각 36위(39만6,250원), 53위(26만2,500원)로 급등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전문가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액면가에 따라 주식의 가치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라며 “같은 가격의 주식이라도 액면가가 5백 원인 기업이 5천 원인 곳보다 10배 더 비싸다는 점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테슬라와 카카오 등이 액면분할을 단행하면서 이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더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앞으로 고 주가를 형성하고 있는 제약바이오기업들 가운데 액면가가 높은 곳에 대해 투자자들의 분할 요구가 더 거 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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