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OP 랭킹] 제약바이오, 자기주식 평가 차액 규모 순위
제약바이오기업 70곳 자사주 2조원…평균 지분율도 4%대
신풍제약·대웅제약·환인제약, 내다 팔면 최소 수백억 이득
휴젤·메디톡스·부광·케어젠, ‘마이너스의 손’…사고나니 폭락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제약바이오 업종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수급 불안이 장기화되자, 각 회사가 보유한 이른바 자사주(자기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 한해 증시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았던 만큼 기업별 주주친화 정책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10월 31일 현재 자사주 규모를 분석하고, 시가에 따른 장부가액(매수가액)의 차액 규모를 살펴봤다. 장부가액은 제약사별 상반기 공시 이후 늘어난 자사주 수량과 평균주가 및 자사주 취득 결과보고서를 토대로 본지가 재산정했다.

지난달 말일 기준 자사주를 보유한 70개 제약사의 시가평가 규모는 2조1,960억 원(누적치)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장부가는 1조4,251억 원으로 평가차액은 7,709억 원에 달했다.

≫ 제약사, 주가 침체에 잇딴 자사주 매입…‘주주 달래기’

본지 분석 결과, 자사주를 보유한 곳은 100곳 중 70곳이었다. 이 중 올해 자사주 규모가 늘어난 곳은 25곳에 달했다. 4곳 중 1곳이 자사주를 추가 매입한 것인데, 이는 주가 하락을 의식한 기업들이 ‘주주 달래기’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 행렬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셀트리온(자기주식 장부증가분 339억 원), 씨젠(294억 원), 휴젤(272억 원), 종근당(129억 원), 셀트리온헬스케어(116억 원) 등이 올해 자사주 매입에만 100억 원 이상의 돈을 쏟아부으면서 주주를 향한 기업가치 신뢰 제고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다만, 셀트리온의 경우 시가총액(약 28조 원) 규모에 비해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자사주 매입 규모로 인해 오히려 투자자들의 빈축을 샀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올해 자사주로 11만215주를 더 사들였는데 장부가는 339억 원만이 늘어날 상황이다. 지분율도 자사주를 보유한 제약사들의 평균치인 4.26%에 훨씬 못 미치는 0.96%에 불과했다.

셀트리온의 주가 하락이 장기화되자 급기야 이 회사의 소액주주들은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가 부양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주주들의 압박이 거세짐에 따라 향후 자사주 확대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올해 크리스탈지노믹스(자사주 증가분 99억 원), 랩지노믹스(65억 원), 메디톡스(60억 원), 바이넥스(55억 원), 셀트리온제약(52억 원), 경동제약(50억 원), 유한양행(45억 원), 한국유니온제약(36억 원), 마크로젠(29억 원), 동성제약(20억 원), 한미약품(18억 원), 보령제약(13억 원), 고려제약(11억 원) 등이 자사주를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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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제약바이오기업 70곳 자기주식 보유 현황 중 일부 캡처(자료 출처: 각사 반기보고서 및 전자공시, 메디코마파뉴스 재구성)
 ▲ 표=제약바이오기업 70곳 자기주식 보유 현황 중 일부 캡처(자료 출처: 각사 반기보고서 및 전자공시, 메디코마파뉴스 재구성)

≫ 자사주 매각 통해 현금 확보한 곳도…의도치 않은 ‘돈방석’

반대로 자사주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곳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대웅제약과 화일약품이 자사주 매각을 통해 거액의 현금을 확보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3월 자사주 30만6,513주를 주당 13만500원에 지주사인 대웅에 처분하면서 400억 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계열사 간 자금 대여 문제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R&D(연구개발) 투자와 해외 사업 확장에 사용할 대금을 마련한 것이다. 게다가 이 자사주의 장부가가 당초 약 109억 원이었던 만큼 291억 원의 이익을 보게 됐다.

화일약품 역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인 에스맥社에게 88만8,057주를 주당 1만1,600원에 매각하고 103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 회사 역시 자사주의 장부가가 65억 원이었던 만큼 매각을 통해 약 38억 원의 추가 이익을 챙겼다.

다만, 자사주 매각을 통한 실제 이득은 당기의 경영 성과로 보진 않는다. 때문에 자사주 매각으로 발생한 이익의 경우 손익계산서에는 올라가지 않고 자본잉여금(자기주식처분이익)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기록된다.

누적 자본잉여금(자기주식처분이익)이 가장 큰 곳은 신풍제약으로 1,558억 원이 이익으로 잡혔다. 이 외에도 부광약품(230억 원), 한스바이오메드(130억 원), 녹십자(118억 원), 메디톡스(99억 원), 경동제약(69억 원), 헬릭스미스(53억 원), 화일약품(51억 원), 셀트리온제약(40억 원), 삼천당제약(31억 원) 등이 그동안 자사주를 매각해 재미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과거 약세장일 때 주가 안정을 위해 사들인 자사의 주식 가치가 오르면서 의도치 않게 돈방석에 앉은 곳들이다.

≫ 제약사 70곳, 자사주 내다 팔면 7천억 원 이익 낼수도

주목할 점은 자사주를 보유한 제약사 70곳의 지난 10월 31일 기준 평가차액(시가평가액 – 매수취득액)을 모두 합산한 결과, 그 규모가 7,709억 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시장에 자사주를 내다 팔면 막대한 이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시가와 장부가의 차액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신풍제약이었다. 이 회사는 1,836억 원에 육박하는 평가차액분을 이익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 회사 주식 가격이 낮게 평가됐을 때 기업이 자기 돈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것으로 이는 지배 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하면서도 주가를 안정시키는 방법으로 통한다. 이렇게 사들인 주식은 소각을 통해 주식 가치를 올리거나 매도, 스탁그랜드(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사주를 교부), 메자닌채권(자사주를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 등의 처분 방법을 통해 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

실제로 신풍제약은 지난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식 500만3,511주 가운데 128만9,550주를 주당 16만7,000원에 처분하면서 약 2,153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손에 넣었다. 매각에 해당하는 장부가는 약 30억 원에 불과했던 터라 차액 규모만 2,200억 원에 육박한 것.

눈여겨 볼 점은, 이 같은 매각 후에도 이 회사에 여전히 남아있는 자기주식 수량이 371만3,961주에 달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년 말에만 해도 4,600억 원이었던 신풍제약의 자사주 가치는 올 들어 주가 하락에 따라 지난달 말 기준 1,924억 원 규모로 쪼그라들었지만, 여전히 평가차액이 1,83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대웅제약(540억 원), 환인제약(502억 원), 유나이티드제약(462억 원), 광동제약(418억 원), 셀트리온(396억 원), 녹십자(393억 원), 삼천당제약(309억 원), 경동제약(223억 원), 한올바이오파마(206억 원), 한미약품(199억 원), 삼진제약(195억 원), 동성제약(185억 원), 일양약품(184억 원), 보령제약(145억 원), 안국약품(124억 원), 셀트리온헬스케어(119억 원) 등이 100억 원 이상의 평가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약품, 이연제약, 동국제약, 비씨월드제약 등도 50억 원 이상의 차액을 손에 쥐었다.

반면, 휴젤(-238억 원), 메디톡스(-168억 원), 부광약품 (-167억 원), 휴메딕스(-61억 원), 케어젠(-58억 원), 씨젠(-56억 원), 헬릭스미스(-28억 원), 크리스탈지노믹스(-21억 원), 마크로젠(-20억 원), 하나제약 (-12억 원), 한국유니온제약(-12억 원) 등은 자기주식을 취득했을 때 당시 매입가격보다 현재 주가가 더 내려간 것으로 드러났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제약사들 자사주 평균 4% 보유...유한·셀트리온·신풍 ‘수 천억’ 규모

그렇다면 기업별 자사주 보유 규모는 어느정도 일까.

본지가 10월 31일 시가 기준으로 자사주의 규모를 평가한 결과 유한양행이 누적 3,416억 원으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셀트리온(2,653억 원), 신풍제약(1,924억 원), 셀트리온헬스케어(1,405억 원), 광동제약(882억 원), 일성신약(872억 원), GC녹십자(750억 원), 대웅제약(724억 원), 메디톡스(704억 원), 유나이티드제약(683억 원), 케어젠(630억 원), 환인제약(598억 원), 휴젤(560억 원), 경동제약(502억 원) 순으로 확인됐다.

지분율로 보면 제약사들은 발행주식의 평균 4.26%의 자사주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별 지분율은 일성신약이 42.34%(평가액 872억 원)로 가장 높았으며 광동제약 21.63%(882억 원), 환인제약 17.92%(598억 원), 현대약품 12.88%(244억 원), 안국약품 12.14%(164억 원), 삼진제약 11.49%(411억 원), 경동제약 11.36%(502억 원), 동성제약 10.95%(254억 원) 등이 10% 이상의 지분을 자사주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마크로젠 8.98%(274억 원), 케어젠 8.72%(630억 원), 유나이티드제약 8.63%(683억 원), 유한양행 8.2%(3,416억 원), 삼일제약 7.74%(85억 원), 메디톡스 7.53%(704억 원), 신풍제약 7.01%(1,924억 원), 진양제약 6.85%(56억 원), 대화제약(110억 원), 휴메딕스(157억 원) 등이 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한편,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자사주식을 사들이지 않은 곳도 상당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알테오젠, 메지온, 셀리버리, 제넥신, 엔지켐생명과학, 앱클론, 유틸렉스, 에스티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에이비엘바이오, 한독, 대한약품, 에스씨엠생명과학, 오스코텍, 제테마, 옵티팜, 차바이오텍, 코아스템, 젠큐릭스, 지노믹트리, 피씨엘, 바이오니아, 애니젠, 녹십자웰빙, 경보제약, 서울제약, 유바이오로직스, 신신제약, 조아제약, CMG제약 등이 자기주식 보유분 없는 곳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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