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간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사례 58건
정부 상대로 소송 남발…“국고 손실액만 4,000억 원 달해”
권덕철 장관, 약가인하 집행정지 손실분 징수 의지 밝혀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제약사의 무분별한 약가인하 집행정지 소송이 국감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정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현재 국회에 계류된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일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2021년 종합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제약사가 정부를 상대로 약가인하 집행정지 소송을 남발하는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정부의 약가인하 처분에 반발한 제약사들이 최근 10년 동안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사례가 58건에 달했다”며 “불법 리베이트 등 여러 이유로 정부가 약가를 인하하면 제약사는 소송을 걸고 집행정지를 신청한다. 법원은 제약사의 신청을 100% 인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약사가 약가인하 처분에 불복해 고의적인 집행정지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발생한 국고 손실만 4,000억 원에 달한다”면서 “집행정지는 되고 있지만 본안소송에서는 복지부가 다 승소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기간의 손실분을 징수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사진 설명=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오른쪽)은 20일 열린 2021년 종합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왼쪽)에게 불법 개설 의료기관인 ‘사무장병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사진 설명=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오른쪽)은 20일 열린 2021년 종합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왼쪽)에게 제약사의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 남발 문제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앞서 김원이 의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현행법은 약사법이 금지하는 불법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의 상한금액 일부를 깎거나 요양급여 지급을 정지하고 있다.

또 이미 요양급여 대상으로 결정 고시된 약제(오리지널 약제)와 투여경로·성분·제형이 동일한 약제(제네릭 약제)가 요양급여 대상으로 결정될 경우 기존의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상한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제네릭 등재 연계 오리지널 약가 인하 제도’ 역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제약사들이 정부의 약가인하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무분별하게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동시에 진행하는데 법원에서 이를 인용할 경우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가인하는 이뤄지지 않는다.

여기서 법원은 대부분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있다. 김원이 의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제기된 39건의 가처분 신청 가운데 인용되지 않은 건은 1건뿐이다.

즉, 소송을 제기한 제약사 입장에서는 패소하더라도 소송기간 동안 약가가 인하되지 않아 그 이익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약가를 인하하거나 보험 급여 범위를 축소해도 제약사 입장에서는 소송비용만 부담하면 계산상 이득을 보는 구조인 것.

실제로 한국노바티스는 지난 2018년 3월 ‘마이폴틱장용정 2품목’에 대해 ‘제네릭 등재에 따른 최초 등재 제품 직권조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소송을 제기하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당시 집행정지된 기간만 2018년 4월부터 2020년 10월까지였는데, 이 기간 급여 총액은 343억 원, 약가인하 지연 추정액은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이 의원이 약가인하 취소 소송에서 정부가 이기면 제약사가 취한 약가 수익을 환수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배경이다.

이 개정안에는 제약사가 제기한 소송·분쟁기간 동안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손실을 입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징수할 수 있도록 했으며, 반대의 경우 정부가 제약사에게 미지급금을 환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김 의원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집행정지인데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은 이 기간 동안 이득을 챙기기 위해 소송을 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통과할 수 있도록 보건당국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주문했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법안의 필요성에 찬성하며,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꼭 필요하다”며 “법안이 입법으로 가능한지 법률 전문가 검토를 받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검토 시 적극 협조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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