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주가 부양책 요구 ‘거절’…주주 비대위 출범
씨젠, 비대위 요구에 분기 배당 도입 및 무상증자 실시
헬릭스미스·마크로젠, 임시주총서 ‘경영권 해임’ 상정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단순 불만만 표출하던 소액주주들이 변했다. 주주연대를 결성해 주가 부양책 마련부터 경영권 참여까지 다양한 요구를 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경영진의 방만한 회사 운영이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진 만큼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주주들이 장기간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지분 모으기에 나섰다. 이를 통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서정진 명예회장, 기우성 대표 등 최대주주 및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액주주들이 비대위를 결성하고 나선 이유는 올해 들어 셀트리온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도 사측이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셀트리온의 주가는 1월 12일 종가 기준, 38만4,000원까지 올랐지만 이달 18일에는 21만6,500원까지 떨어지며 반토막 났다. 1월 고점 대비 43.62% 넘게 하락한 것이다.

문제는 셀트리온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다는데 있다. 최근 머크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를 미국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에서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는 항체치료제다. 먹는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보다 비용이나 편의성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유럽의약품청(EMA)에 신청한 렉키로나의 품목허가 승인도 지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 일제히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배경이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회사가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만약 회사가 가시적인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보이지 않을 경우 이들이 보유한 셀트리온 주식을 내다팔겠다는 배수진까지 쳤다.

그러나, 셀트리온의 입장은 다르다. 단기 주가 부양보다는 신약 연구 개발로 기업 경쟁력을 키워 주가를 끌어 올리겠다는 주장인 것.

양측의 이견차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비대위는 발행주식의 37%에 해당하는 5,000만 주를 목표로 지분 매입 운동을 벌이는 등 상황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 코로나 최대 수혜기업, 백신 등장에 주가 급락…주주 갈등 '속앓이'

소액주주와 갈등을 빚은 제약바이오기업이 셀트리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단키트 업계 대장주로 손꼽히는 씨젠도 올해 초 소액주주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씨젠은 코로나19 사태 직후 한 발 빠른 진입으로 진단키트 시장을 선점했다. 지난해 1월 15일 3만2,000원이던 이 회사의 주가는 약 7개월 만인 8월 7일 10배 가까이 급등한 31만2,2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실적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씨젠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1,252억 원, 영업이익 6,761억 원을 달성했는데 전년 대비 각각 822.7%, 2,915.6%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이러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이뤄지면서 진단키트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인해 씨젠의 주가는 올 2월 26일 12만4,500원으로 60.12% 급락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도 한 몫 거들었다. 당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씨젠이 2011~2019년 실제 주문량을 넘어서는 물량을 대리점에 임의로 반출한 뒤 이를 매출로 잡아 실적을 부풀렸다며 담당임원 해임 권고 및 감사인 지정 3년과 함께 과징금 25억 원을 부과했다.

소액주주들이 주주친화책을 내놓으라며 사측을 압박한 배경이다.

그러나 씨젠의 행보는 셀트리온과는 크게 달랐다.

이 회사는 분기 배당 도입, 주식 발행한도 확대(기존 5,000만 주에서 3억 주로 확대)와 함께 3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다. 또 정기 주주총회 직후인 지난 4월엔 무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 소액주주 연합, 임시주총까지 소집…헬릭스미스·마크로젠

헬릭스미스와 마크로젠은 소액주주들이 연합해 임시주주총회까지 소집했다.

헬릭스미스는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의 임상 지연, 대규모 유상증자에 이어 사모펀드 등 고위험 자산에 5년간 2,643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주들에게 충격을 줬다.

결국 헬릭스미스 소액주주들은 경영진 해임을 안건으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다만 이 임시주총에서 현 경영진은 경영권을 유지했다.

단순히 보면, 경영진 해임을 관철하지 못해 소액주주들이 진 싸움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이 추천한 이사 2명이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다.

DNA 염기서열 분석회사 마크로젠도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와 경영권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인 바 있다.

마크로젠은 지난해 회계법인 감사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을 받아 한국거래소로부터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

이에 올해 초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과 일부 소액주주들은 이사 후보 5명과 3명을 각각 추천해 표결에 부쳤으나 최대주주 서정선 회장 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처럼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란은 끊이지 않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대표 기술주인 제약바이오주의 하락이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소액주주들이 장기간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관계자는 “경영진의 방만한 회사 운영은 소액주주들이 집단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주가 부양을 요구하는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며 “회사 측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발생한 불만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가 속출될 때마다 투자자들은 연대해 경영진의 잘못을 지적하고 주가 부양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동성 축소 이슈에 따라 제약바이오주의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 앞으로 피해를 입은 주주들의 목소리는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장기간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의 신뢰성 회복이 급선무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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