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감염병학회 공동 프로젝트, “다제내성 감염, 의료비·치명률 급증 원인”
정부 차원 별도 기금마련 ‘촉구’…항생제 관리 부실한 국내 해결책 되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기존 항생제가 역할을 하지 못하는 다제내성 세균 감염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다제내성 감염이 의료비용의 폭발적인 증가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별도의 기금을 마련해 항생제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동반 논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만 국내의 경우 건강보험 재정 탓에 다제내성 치료를 위한 이른바 ‘슈퍼항생제’ 옵션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감염병학회(IDSA)의 학술지(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는 다제내성 세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 입원 기간 및 의료 비용을 분석하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https://academic.oup.com/cid/advance-article/doi/10.1093/cid/ciab696/6374434)

이 연구는 비영리 민간국제 기구인 퓨 자선기금(The Pew Charitable Trusts)과 미국감염병학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항생제 내성 프로젝트(Antibiotic resistance project)의 일환이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미국에서 다제내성 감염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은 19억 달러(한화 2조2,500억 원), 병원 입원일수는 44만8,224일, 사망자는 1만1,852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재향군인부 의료시스템으로 입원한 65세 이상 8만7,509명의 다제내성 감염 환자와 83만5,048명의 대조군을 코호트로 잡아 전체 수치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도출됐다.

의료비 측면에서 가장 큰 부담은 카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구균(MRSA), 확장 스펙트럼 베타-락타마제(ESBL) 생성 장내 세균 등이었다.

코호트에 포함된 8만7,509명의 환자에게 발생한 의료비용은 CRE의 경우 연간 평균 5만7,390달러(95% 신뢰구간: $3만4,070–$8만710), MRSA 2만2,293달러(95% 신뢰구간: $1만9,101–$2만4,485) 등으로 나타났다.

사망률도 CRE 감염 시 24.1%(12.1-36.0%), MRSA는 14.2%(12.2-16.2%)에 달했다.

다니엘 맥퀼런(Daniel McQuillen) 미국감염병학회 회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항생제 내성 감염이 환자와 국가 의료시스템에 가하는 상당한 비용 부담을 상기시킨 것”이라며 “연방정부 차원의 강력한 투자로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연구진 역시 동반 논문(https://academic.oup.com/cid/advance-article/doi/10.1093/cid/ciab697/6374435)을 통해 연방정부 차원의 포괄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항생제의 관리 및 혁신, 사용 감시, 연구, 진단, 감염 예방, 글로벌 협력 등을 포함한 영역별 필요한 정책을 담은 것.

특히 새로운 항생제 개발과 관리 강화를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별도 기금(Pioneering Antimicrobial Subscriptions to End Upsurging Resistance, PASTEUR) 마련은 눈에 띄는 제안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국가적인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6년~2020년 1기 대책 이후 최근 2021년~2025년 2기 대책이 시작됐다.

하지만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은 기존 항생제의 사용량 감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14년 이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5개의 항생제 신약을 승인했다. 유럽의약청(EMA)도 9개의 항생제 신약을 도입했다.

반면 국내에 승인된 신약은 3개뿐이다. 이마저도 1종은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국내에 슈퍼항생제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 국민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약가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항생제의 막대한 약가가 기존 기준으로는 통과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의 저자들이 제안한 별도 기금 마련이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번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데이비드 현(David Hyun) 박사는 “다제내성 감염이 막대한 재정 부담과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데이터로 증명됐다”며 “환자를 보호하고 비용을 완화하기 위한 행동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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