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5% 이상 지분 보유 제약바이오기업 24곳 분석
SK家·삼바·삼양홀딩스 ‘사고’ 셀트리온·녹십자·한미 ‘팔고’
투자 여력 2조…매물폭탄 설움 대형 제약주 숨통 트일까
‘믿는 도끼 발등’…주가 하락에 셀트리온 손실 규모만 1조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최근 제약바이오주의 낙폭이 가파르다. 주식을 사들이던 핵심 주체가 사라진 것이 급락을 막지 못한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제 투자자들의 시선은 국민연금에 쏠리고 있다. 그동안 증시에서 수급 불안 위기가 있을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곳이 바로 국민연금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4월 9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국내 주식 투자 비율 허용 범위를 기존 2%에서 3%로 변경하면서 주식 매수 여력이 최대 19.8%까지 늘어났다. 실제로 주식 투자 한도가 증가하자 일부 제약바이오 종목에 대한 국민연금의 매수도 다시 살아났다. 향후 국민연금의 추가 매수가 기대되는 이유다.

국민연금이 공개한 지난 7월까지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19.5%(약 179조 원)였다. 이후 8월과 9월, 종합주가지수가 4.16% 하락했던 만큼 추가 투자가 없었다고 가정할 경우 주식 투자 비율도 약 18.7%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약 2조 원 규모의 주식을 추가로 사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운영 한도까지 매수 여력이 아직도 충분한 셈이다.

주목할 점은 올해 제약바이오의 주가가 다른 업종에 비해 유독 낙폭이 컸다는 점이다. 실제로 코스피지수는 9월 한 달 4.08% 하락에 그쳤지만, 제약바이오 대표 지수인 코스피 의약품 지수(45종목)는 10.33% 급락했다.

지난 13일 기준, 코스피는 올 초 대비 2.47% 오른 데 비해 의약품 지수는 오히려 19.34% 내려 앉았다. 제약바이오의 낙폭이 깊었던 만큼 향후 국민연금의 저가 매수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배경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각사 공시 자료 등을 근거로, 국민연금공단이 주식 보유 한도 확대를 시행한 지난 4월 9일부터 이달 13일까지 6개월 간 5% 이상의 지분을 투자한 24곳 제약사에 대해 손익 규모를 분석했다.

≫ 매수 여력 남은 국민연금, 올 제약바이오주 추가 배팅할까

국민연금공단의 주식 보유 한도가 확대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 공단은 신규 편입 종목을 제외하고 기존 제약바이오 종목에 대해 약 400억 원 가량 매도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셀트리온으로 약 1,900억 원 가량 매도됐다. 반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케미칼로 약 1,083억 원이 매수됐다.

국민연금은 신규 종목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에 대해서도 지분 5% 이상을 추가로 확보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두 회사의 지분율은 각각 5.02%였으며 보유액은 8,772억 원, 3,947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국민연금이 투자를 늘린 곳은 SK케미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웅제약, 삼양홀딩스, 동아쏘시오홀딩스 등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여전히 한도에 여력이 있는 만큼 올 연말까지 이들 종목에 대한 추가 매수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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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제약바이오기업 24곳, 국민연금 지분 보유 현황 전체 데이터 중 일부 캡처(출처: 각사 사업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표=제약바이오기업 24곳, 국민연금 지분 보유 현황 전체 데이터 중 일부 캡처(출처: 각사 사업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국민연금의 선택…제약바이오 수혜주에 ‘쏠린 눈’

10월 13일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제약주 규모는 약 8조6,147억 원이다. 이는 공단이 사들인 국내 총 주식 약 180조 원(추정액)의 4.8%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를 종목당 지분율로 따져 봤을 땐 평균 7.52%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가장 선호한 제약바이오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공단이 보유한 이 회사의 주식 규모만 2조7,975억 원(지분율 5.1%)에 달했다.

전통제약사 중에는 유한양행이 최대 선호주였다. 국민연금은 이 회사의 주식 4,896억 원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지분율만 11.86%에 달했다. 전체 제약바이오주 가운데 가장 높은 지분율은 동아쏘시오홀딩스로 12.3%(보유액 855억 원)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셀트리온(주식 보유액 2조2,217억 원, 지분율 7.48%), SK바이오사이언스(8,772억 원, 5.02%), SK바이오팜(3,947억 원, 5.02%), SK케미칼(2,052억 원, 8.25%), 녹십자(2,845억 원, 9.08%), 한미약품(2,807억 원, 8.8%), 종근당(1,240억 원, 9.35%) 등에 대해 1000억 원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외에도 대웅제약(주식 보유액 964억 원, 6.14%), 녹십자홀딩스(946억 원, 6.96%), 한국콜마(892억 원, 8.76%), 한올바이오파마(868억 원, 8.39%), 동아쏘시오홀딩스(855억 원, 12.03%), 동아에스티(612억 원, 9.97%), 부광약품(604억 원, 6.44%), 삼양홀딩스(523억 원, 5.79%), 서흥(503억 원, 9.14%), 종근당홀딩스(387억 원, 9.48%), 보령제약(385억 원, 3.89%), 일양약품(291억 원, 5.05%), 한독(238억 원, 7.35%), 환인제약(234억 원, 7.12%), JW생명과학(96억 원, 4.11%) 등이 국민연금에서 보유한 제약사 투자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국민연금, ‘옥석 고르기’ 본격화…제약바이오 지분율 ‘지각변동’

국민연금이 한도 확대 이후 제약주에 대해 본격적인 옥석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실제로 본지 조사 대상에 오른 24곳 가운데 11곳은 국민연금의 순매도로 인해 지분율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지분율이 늘어난 곳은 9곳으로 나타났으며 변동이 없는 곳도 4곳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종목 가운데 절반씩은 투자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주식이 가장 많이 빠져나간 곳은 JW생명과학이었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이 회사의 지분 8.43%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식 투자 한도가 확대된 이후, 공단은 4.32%에 달하는 68만5,292주, 금액 규모로는 약 130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도했다.

이는 최근 JW생명과학의 관리종목 지정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회사는 JW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파생상품부채 산정 문제를 놓고 외부 감사인과의 이견으로 감사보고서에 한정의견을 받으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는 상태다.

이어 일양약품(지분율 감소 2.21%, 주식 감소 규모 42만2,956주), 한올바이오파마(1.55%↓, 80만8,971주), 한독(1.35%,↓, 18만5,866주), 서흥(1.07%↓, 12만3,139주), 삼양홀딩스(1.01%↓, 8만6,632주) 등이 국민연금의 손에 의해 지분이 1% 이상 매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여전히 공을 들이고 있는 곳도 있다. SK 계열사의 지분율 확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말 기준 SK케미칼의 지분 4.57%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한도 확대 이후 3.68%(주식 수 43만2,230주, 1,083억 원 규모)에 해당하는 추가 지분을 사들였다.

여기에 공단은 올 3월 기업공개(IPO) 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식 383만8,876주(지분율 5.02%)와 SK바이오팜의 392만7,819주(5.02%)를 확보했다. 두 회사에서 사들인 지분 규모만 각각 8,772억 원, 3,947억 원이다. SK 계열사 3곳의 지분 보유액을 합할 경우 1조5,772억 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국민연금은 동아쏘시오홀딩스(지분 증가율 3.4%, 증가 주식 수 23만2,488주), 대웅제약(1.05%↑, 12만1,937주), 환인제약(1.02%↑, 18만9,888주), 한미약품(0.95%↑, 11만4,504주), 유한양행(0.27%↑, 19만860주), 삼성바이오로직스(0.12%↑, 7만9,850주)에 대해 매수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믿는 도끼에 발등’…셀트리온, 주가 하락에 국민연금 ‘1조 증발’

국민연금이 운용 중인 제약바이오주 가운데 최다 손실은 믿었던 곳으로부터 나왔다. 공단이 보유한 셀트리온의 주식 1,030만9,433주(지분율 7.48%)는 최근 6개월 간(4월9일~10월13일) 주가 하락(33.59%↓)으로 인해 국민연금에 1조1,237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안긴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이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가 상승으로 국민연금에 2,733억 원의 이익을 가져다 줬다. 이와 함께 SK케미칼(이익분 625억 원), 삼양홀딩스(59억 원), 동아쏘시오홀딩스(31억 원), 대웅제약(14억 원) 등의 종목에서도 막대한 이득이 발생했다.

국민연금이 유독 제약바이오주에서 손실 규모가 큰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제약바이오주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올 들어 물량 조정에 따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1.14% 급등했던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19.34% 내려온 상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전문가는 “올해 연기금 등의 기관 매물 출회가 투자심리를 압박하면서 제약바이오주의 침체를 더욱 부추겼다”며 “만약 국민연금이 연내에 투자 여력이 있다면 올 연말까지 대형 제약주 위주로 판도 변화가 예상되며 이는 상승 모멘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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