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대 신설 촉구…“의협 방해하더라도 추진 필요”
여당 이재명 대선 후보, 과거 의사인력 증원 공약 ‘주목’
의사협회, “9.4 의정합의 파기 행위…정부 믿고 약속한 것”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지난해 의료계가 파업까지 불사하며 반대했던 의대 신설과 의사 인력 확충이 최근 여야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재논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당초 이 논의를 주도하기로 했던 '의정협의체 패싱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서는 지난해 의정(醫政) 간 합의로 미뤄졌던 의사 인력 확충과 의대 신설에 대한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포문은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열었다. 김 의원은 의료계가 정부의 의료인력 충원 정책을 방해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미뤄둘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의대가 없는 지역만이라도 의대 신설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이 의원은 “지난해 7월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의사 인력 확충 및 공공의대 설립 등의 정책을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했지만 지난 2월 7차 협의체 이후 더 이상 열리지 않고 있다”며 “의사 인력 확충 논의를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한다고 하는데 이런 식이면 언제 다시 시작될지 알 수 없다. 의대가 없는 지역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당장 논의가 어렵다면 의대가 없는 지역부터 먼저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정합의를 핑계로 이용하거나 의사협회의 방해를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며 “정부가 애초 천명한대로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도 힘을 보탰다. 울릉도 등 도서 벽지 근무를 자원하는 의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

이 같은 주장에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의정 협의는 물론 교육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도 중요하다”며 전격적인 의대 증설 대신 의대가 없는 지역 내에 의사를 충원하는 방안을 먼저 논의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무엇보다 공공의대 신설과 의사 증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면서 의정협의체 패싱 우려에 더 힘을 싣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9월 28일 기자회견에서 공공의대 신설을 포함한 ▲부족한 의료인력 양성 확대 ▲공공의료시설 확충 ▲중앙정부 주도 정책 추진 등을 공언한 바 있다.

당시 이 후보는 “의료인력 확대를 위해 공공의대를 포함한 의료인 양성, 공공의료시설 확충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당선되면 예산이 취약한 지자체에 맡기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수요를 파악해 공공의료원 설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추진했던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과정과 최근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 개정 과정에 비춰봤을 때 의사인력 증원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의정협의체 패싱 우려가 제기되자 의료계는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의료계의 헌신으로 백신 접종 완료율이 60%를 넘긴 상황에서 국회의 이 같은 발언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대변인은 최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사 인력 증원 및 의대 신설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의료인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전선에서 희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정협의체 패싱 의견이 나온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과 정부는 지난해 9.4 의정합의 당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은 코로나19가 안정화된 이후 논의하기로 했다”며 “여당과 정부가 이 같은 약속을 저버린다면 의사협회를 떠나 어느 직능단체가 정부를 믿고 약속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의사협회도 대화나 협상보다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돌아가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강경 대응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국민에게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해 불안감을 가중시킬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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