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등판한 ‘고가 신약 급여 확대’…政, 원론적 입장 '되풀이'
항암신약 급여 확대 되나 했는데…“4년째 암 환자 희망고문” 질타
김성주 의원,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보장, ‘별도 기금’ 마련 제안

▲ 사진 설명=무소속 이용호 의원(왼쪽)은 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선민 원장(오른쪽)에게 '고가 신약의 접근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사진 설명=무소속 이용호 의원(왼쪽)은 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선민 원장(오른쪽)에게 '고가 신약의 접근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매년 국정감사 단골 질문으로 올라온 고가 신약의 접근성 문제가 올해도 여지없이 등장했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고가 신약의 급여 확대와 접근 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한정된 재원 속에 비용효과성 등을 따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대상으로 2021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감장에는 고가 신약의 급여 확대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수년 동안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고가의 희귀의약품과 항암제도 급여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한계를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 국감에서도 등장했던 고가 신약의 급여 확대가 건보공단·심평원 국감에서도 이슈가 된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의 기능이 중복되면서 폐암약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1차 급여 확대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키트루다는 지난 2017년 9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대한 급여 확대를 신청했지만 제약사의 재정 분담 방안이 합의된 이후인 올해 7월에서야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심의위를 통과하는데 소요된 시간만 4년이 걸린 셈이다.

강 의원은 “항암신약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를 위해 암질심 및 약평위, 건보공단과 약가협상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암질심 단계에서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 및 제약사와 정부 간의 재정 분담 방안 등이 심의되면서 사실상 약평위의 기능이 중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암질심은 항암제의 임상적 유용성 및 필요성 등을 고려해 급여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위원회였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부터 건강보험 재정 영향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면서 항암신약들이 급여를 위한 첫 관문도 넘어서지 못한 채 급여 결정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에 강 의원은 두 위원회의 운영규정 등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각 위원회의 설립 취지와 역할을 명확히 할 것을 심평원에 요구했다.

또 암질심에서 이미 키트루다의 건강보험 재정 영향 및 제약사의 재정 분담안이 장기간 검토된 만큼 약평위의 평가 기간을 최소화해 약가협상 논의가 조속히 끝날 수 있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도 “타그리소와 키트루다의 경우 급여 확대를 해줄 것처럼 하고 안 해주면서 환자들을 희망고문 하고 있다”며 “키트루다는 1차 폐암 급여 확대를 4년 동안 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이 같은 질의에 정부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선민 원장은 “키트루다의 경우 고가이고 재정이 많이 소요된다”며 “검토는 하고 있지만 적정한 약가 대비 적정한 효과를 내는 것이 건강보험의 원칙이라는 점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 고가 신약, 사전승인제도 확대 시급…심평원, “제도 손질 공감”

이날 국감에서는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및 고가의약품에 대한 사전승인제도의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사전승인제도는 고위험, 고비용이거나 대체 불가능한 행위 및 약제 항목에 대해 요양급여여부를 사전에 심의해, 희귀병 및 난치병 등을 겪고 있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지난 2016년 4항목이었던 사전승인 항목은 2018년 6항목, 2021년 현재 9항목까지 확대돼 ▲스트렌식주 ▲조혈모세포이식 ▲면역관용요법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 및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에 솔리리스주(성분명 에쿨리주맙) ▲심율동 전환 제세동기 거치술(ICD) ▲심재동기화치료(CRT) ▲심실보조장치치료술(VAD) ▲임상연구 ▲스핀라자주 ▲울토미리스주 등을 대상으로 운영 중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고가 의약품 사용은 늘고 있는데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의 대상자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초고가의약품의 등재 접근성을 보장하고 보험재정을 보존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안과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된 황반병성 치료제 아일리스가 내과,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쓰인다.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과 허주맙은 성형외과 처방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현재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도 구체적인 약제 처방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고가약에 대한 합리적인 접근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선민 원장은 “재정 문제를 고려한 위험분담제나 희귀질환에 대해서는 경제성평가를 면제하고 신약을 도입하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초고가약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약사의 재정분담방안 마련이 필요하고, 사전승인제도 확대도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 사진 설명=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오른쪽)은 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왼쪽)에게 '고가 신약의 접근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사진 설명=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오른쪽)은 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왼쪽)에게 '고가 신약의 접근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25억짜리 졸겐스마 등장에 ‘英 항암제기금’ 도입 제안

특히 이날 국감에서는 현재 영국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항암제기금(Cancer Drugs Fund, CDF)’ 도입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1회 25억 원 하는 초고가 신약이 있지만 약값을 높게 받으려는 제약회사와 약값을 깎으려는 정부의 줄다리기 속에서 환자들은 천금 같은 시간을 도둑 맡고 있다는 환자단체의 대표 이야기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대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희귀질환 치료제의 접근성 보장을 위한 대안으로, 영국 항암제기금 사례를 들었다.

영국의 항암제기금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 항암제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1년 도입된 제도로, 제약사와 정부, 민간의료재단 등이 출자해 재원을 조성하며, 비용효과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고가 항암제를 보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도 영국 항암제기금 사례에 착안해 제약사와 정부, 의료재단 등이 일정 기준에 따라 출자하거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을 통해 개인 또는 법인에게 기부를 받아 건강보험공단이 이를 관리·운영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CDF는 중요한 제안 같다”며 “현재 상태로서는 논의가 진행돼 있는 게 없어 좋다, 나쁘다 말할 게 없다. 논의가 시작되는 단초를 열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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