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낮은 징수율·시스템 개선·수사인력 확대 등 ‘한 목소리’
김용익 이사장, “사법기관 아무런 조치 없어…특사경 도입 시급”
윤석열 예비 후보 장모, 사무장병원 연루 ‘도마 위’…한 때 파행도

▲ 사진 설명=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오른쪽)은 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왼쪽)에게 불법 개설 의료기관인 ‘사무장병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사진 설명=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오른쪽)은 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왼쪽)에게 불법 개설 의료기관인 ‘사무장병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수년째 국정감사 단골 질문으로 등장했던 불법 개설 의료기관인 ‘사무장병원’ 문제가 올해 국감장을 뜨겁게 달궜다. 거대 야당의 대선 후보 가족이 사무장병원에 연루되면서 핫이슈로 급부상한 것이다.

15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는 여야가 한 목소리로 사무장병원 근절을 촉구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인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불법 의료기관으로,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적발된 사무장병원 등 불법 개설기관은 총 1,632건에 이른다.

이러한 불법 사무장병원은 환자의 치료보다는 영리 추구에만 몰두해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국민의 안전과 건강권을 크게 위협하고 있으며, 2009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사무장병원이 챙긴 부당이익 규모는 3조5,15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건강보험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사무장병원을 적발하더라도 급여 환수가 어렵다는 점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후에도 부정 수급한 건강보험 환수율은 5.3%, 1,871억 원에 불과했다.

≫ 사무장병원, 징수율 0.1% 수준…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시급”

실제로 이날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낮은 환수율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건강보험공단의 저조한 사무장병원 징수율을 지적하면서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정 의원은 “건보공단에서 특별징수 TF까지 만들었는데 징수율은 0.1% 수준”이라며 “과연 특사경을 만든다고 징수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특별징수TF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도 낮은 환수율을 지적하며 사무장병원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했다.

고 의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1년 8월까지 적발된 불법 개설 의료기관은 1649개소인데, 이 중 환수 금액이 확정된 곳은 1,225개소다. 그러나 이 가운데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곳이 236곳에 달했다.

더욱이 환수 금액이 확정된 기관 1,225개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24개소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미징수된 금액은 소송 중인 기관 1개소당 평균 45억700만 원으로 환수가 확정된 기관(11억7,000만 원)보다 3.8배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민정 의원은 “불법의료기관 징수율이 5%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나머지 95%는 어떻게 된 것인가. 일반 국민이 보기에는 먹튀(먹고 도망가는 행위)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한 번 걸리면 재산이 환수되고 법적 조치도 엄정하게 처해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공단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피력하며 사법당국의 외면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이사장은 “사무장병원이 생기고 늘어나는 이유는 법상 허점이 있기 때문이고, 건보공단은 정부 기관이 아닌 법에 의한 특수법인 형태”라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벌어졌으면 검찰이나 경찰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데 사법기관들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뤄주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때문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달라고 하고 있지만, 그 법도 지금 몇년째 끌고 있다. 건보공단은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건보재정을 관리하고 보험자 역할을 해야 하는 기관”이라면서 “검찰과 경찰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가. 왜 이렇게 중요한 범죄행위를 국가 사법기관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화이트 컬러 사기 집단들은 전문성을 가지고 들여다 보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가 없음에도 수사기관들은 이 문제를 경시하고 있다”며 “특사경 권한이라도 주면 그 제한된 권한이라도 가지고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하는 건보공단에는 정작 권한을 주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사무장병원의 사기 집단들은 모든 짓을 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사진 설명=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오른쪽)은 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왼쪽)에게 불법 개설 의료기관인 ‘사무장병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사후 적발 대신 사전 진입 차단해야”…의료기관개설위원회, 공단 참여 ‘시급’

불법 의료기관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의료기관개설위원회에 공단 직원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사무장병원은 사후 적발보다 사전 진입 차단이 중요하다. 의료기관개설위원회가 있지만 공단의 전문적인 노하우와 자료를 활용할 수 없어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며 “위원회에 공단 직원도 함께 참여하고 자료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김용익 이사장은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법제화의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김 이사장은 “위원회에 공단 직원이 참여하는 것은 중요하다. 단순히 제출된 서류를 현장 검토하는 것만으로는 불법 의료기관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공단이 가진 정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불법 의료기관을 개설한 전력이 있는 의사를 걸러낼 수 있는 정보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단이 위원회에 인적으로 참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데이터 차원에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법적 장치가 절대적으로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사진 설명=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사무장병원에 연루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 후보 장모가 언급되자 한 때 감사가 중단되기도 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사진 설명=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사무장병원에 연루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 후보 장모가 언급되자 약 1시간 가량 감사가 중단되기도 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사무장병원에 연루된 윤석열 예비 후보 장모…한 때 파행도

특히, 이날 국감은 사무장병원에 연루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 후보 장모가 언급되자 한 때 감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앞서 의정부지방법원 형사합의13부는 불법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수십억 원대 요양급여를 부정수급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윤석열 후보의 장모 최모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최 씨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현재 2심 과정에 있다. 여기에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에도 불복해 행정소송도 함께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은 “최 씨의 변호인 3명이 윤 후보의 측근으로 그 중 한 사람은 대선캠프에서 법률 자문까지 맡고 있다”며 “야당의 유력 대선후보가 행정소송에 깊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예비후보가 개입해 있고 측근들이 변호사로 선임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대표를 비롯해 해당 의료기관을 관장하는 의료법인 대표도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 전문 조사인력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의 질의에 야당에서는 불쾌함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사무장병원은 여야 할 것 없이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는 얘기를 계속 해왔다”면서 “하지만 국감에서는 수사 중에 있는 내용은 다루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해당 사건에 윤 예비후보가 깊이 관여돼 있다는 발언은 취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 의원의 반발에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맞받아쳤다.

김 의원은 “복지위는 정치적 공방을 벌이지 않기로 여야 공감하고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의원의 발언을 취소하라든가 질의 중간에 개입하는 건 국감 방해 행위”라며 “대통령이든 야당 유력 대선후보든 지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가세하며 고성이 오갔고, 급기야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은 오후 국감 시작 20분 만에 감사중지를 선언했다.

결국 복지위 감사 재개는 중지한 지 1시간 뒤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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