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50곳 연결-별도 기준별 자회사 득실 해부(下)
연결기준 자회사 영업익 효과, 전체 50곳 중 절반 불과
‘잘 키운’ 자회사 한 곳, 모회사 영업이익 넘어선 곳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대체로 자(子)회사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데에는 합격점을 받았으나 수익성을 끌어 올리는 데에는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분석 결과 제약바이오사 50곳 중 40곳은 자회사의 매출이 모(母) 회사에 반영되면서 외형이 불어났지만 이 가운데 실제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27개사로 절반에 불과했던 것이다. 

15일 <메디코파마뉴스>는 [심층분석] 제약바이오기업 50곳, 연결-별도 기준별 자회사 득실 해부 하편을 통해 기업별 수익 구조를 들여다 보고 지분법 적용에 따른 제약사별 득과 실을 해부했다.

연결기준은 기업이 종속된 자 회사까지 하나의 회사로 보고 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이다. 반대로 별도기준의 경우 종속회사를 제외하고 해당 기업의 실적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종속회사란 지배하는 모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거나 50% 미만이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을 갖는 경우를 말한다. 단, 종속회사와 지배회사 간 내부 거래는 합산되지 않고 재무제표에서 제외된다.

지분법 적용은 지배까지는 아니지만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투자 기업의 일정 지분을 가지는 것으로, 보유한 자기 지분 만큼 관계사의 이익을 모 회사의 실적에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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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제약바이오기업 50곳 연결 vs 별도 기준 실적 차이 현황 일부 캡처(출처: 각사 반기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표=제약바이오기업 50곳 연결 vs 별도 기준 실적 차이 현황 일부 캡처(출처: 각사 반기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子 회사 영업실적 부진, 고스란히 母 회사 몫으로

별도기준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자회사의 수익성 부진이 연결기준에서는 모회사에 직격타로 작용했다. 영업이익을 내지 못한 자회사의 실적이 모회사의 장부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양쪽 모두 수익성이 쪼그라 들었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SK바이오팜은 별도기준으로 46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를 연결기준으로 확대해 자회사까지 합산할 경우, 영업이익은 354억 원이 감소한 109억 원으로 내려 앉았다.

주목할 점은 SK바이오팜의 미국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103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도 정작 모회사인 SK바이오팜의 영업이익은 쪼그라 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현행 회계 기준상 연결기준의 경우, 종속회사와 지배회사 간 서로의 내부 거래를 제외하고 실적을 합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100억 원에 달하는 모회사의 매출이 모두 자회사에서 발생한 것으로 가정할 경우, 이 때 자회사가 매출 없이 재고만 가지고 있다면 별도기준 매출은 100억 원이지만 연결기준은 0원이 된다. 영업이익 역시 모-자 간 내부거래에 해당한다면 이 공식에 따라 일부 또는 전체 실적을 제외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SK바이오팜이 올린 개별 영업이익 가운데 76%는 내부 거래에 해당한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기업의 재무제표를 연결기준으로 확대했을 때 자회사가 모회사의 영업이익을 깎아먹은 곳은 메디톡스(영업이익 46억 원↓), 제일약품(39억 원↓), 부광약품(32억 원↓), 비씨월드제약(9억 원↓), 대원제약(6억 원↓), 조아제약(5억 원↓) 등으로 확인됐다. 모회사가 영업을 잘하고도 자회사의 수익 부진으로 인해 직격타를 맞은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잘 키운 자회사 한 곳, 모회사 영업이익 넘어서

자회사가 성장하면서 모회사의 수익성에 힘을 보탠 곳도 상당수 나왔다.

올 상반기, 자회사의 영업이익으로 최대 수혜를 본 곳은 씨젠이었다. 이 회사는 현지법인을 통한 진단키트의 수출을 통해 695억 원의 추가 이득을 얻었다. 별도기준 만을 봤을 때 씨젠의 영업이익은 2,686억 원이었지만 연결기준으로 확대해서 보면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6% 증가한 3,381억 원으로 불어났다.

잘 키운 자회사 하나로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또 있다. 셀트리온(영업이익 증가분 337억 원), 한미약품(243억 원), 휴젤(156억 원), 일양약품(131억 원), 한국콜마(99억 원), GC녹십자(97억 원) 등이 자회사 효과를 누린 대표적인 곳들이다.

셀트리온의 영업이익 증가분은 올 상반기 263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셀트리온제약의 실적이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셀트리온제약은 간장용제 시장 1위 제품인 ‘고덱스’를 중심으로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램시마’, 항암제 ‘트룩시마’와 ‘허쥬마’ 등이 상반기 235억 원의 판매고를 달성하면서 실적 성장에 기여했다.

한미약품의 수익성 개선에는 중국법인인 북경한미의 실적 상승이 한 몫했다. 주력품목인 진해거담제 ‘이탄징’은 194억 원의 매출로 전년보다 28배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올리면서 북경한미의 매출 595억 원(전년비 120%↑), 영업이익 86억 원의 기록을 거들었다.

휴젤은 해외 현지법인 등 10개사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히알루론산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아크로스가 모회사의 수익성을 끌어 올리는 데 힘을 보탰다. 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은 280억 원에 불과했지만 순이익이 약 150억 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양약품은 중국 내 2곳의 해외 현지법인 자회사가 기업을 먹여 살린 격이 됐다. 실제로 지배사인 일양약품의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3억 원에 그쳤으나 이를 연결기준으로 봤을 때는 이 회사의 영업이익의 10배에 달하는 144억 원이 추가로 반영됐다. 구체적으로는, 해외 종속회사인 양주일양유한제약공사가 4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도 85억 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콜마는 외형과 내실 모두 HK이노엔의 덕을 크게 봤다. 한국콜마가 올 상반기 기록한 별도기준 매출은 3,426억 원에 불과했지만 연결기준을 적용했을 때는 외형이 8,081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자회사를 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외형 성장을 기록한 수치다. 이 기간 HK이노엔의 영업이익도 163억 원의 달하면서 한국콜마의 내실 다지기에 한 몫했다.

GC녹십자는 상장 계열사 3인방으로 꼽히는 녹십자엠에스, 녹십자웰빙, 녹십자랩셀이 자기 몫을 해내면서 모회사의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각각 30억 원, 37억 원, 66억 원으로 3사의 총 영업이익 규모는 133억 원에 달했다. 계열사 3인방의 실적 개선에도 시선이 쏠린다. 녹십자엠에스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 호조로 2분기 4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년比 41.7% 성장했다. 녹십자랩셀도 코로나19 검진사업 부문의 성장으로 292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 치웠다. 녹십자웰빙은 주사제 매출 성장과 건강기능식품사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외에도 차바이오텍(영업이익 증가분 55억 원), SD바이오센서(53억 원), 삼천당제약(49억 원), 동국제약(31억 원), 휴메딕스(28억 원), 바디텍메드(23억 원), 동화약품(20억 원), 광동제약(17억 원), 신풍제약(17억 원), 유유제약(16억 원), 명문제약(15억 원), 에스티팜(13억 원), 휴온스(12억 원) 등이 자회사로부터 추가 이득을 본 곳들이었다.

≫ 영업 적자 낸 회사를 흑자 기업으로…일명 ‘자회사 효과’

별도기준 재무제표에서는 적자였지만 자회사의 지원을 받아 흑자로 전환한 곳도 있었다.

차바이오텍은 별도기준으로 4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그러나 이 회사의 미국 내 병원운영 지주사인 CHA Health Systems가 1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면서 또 다른 계열사들의 적자를 만회한 데 이어 51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신풍제약과 유유제약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는 별도기준에서 각각 17억 원과 7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연결기준에서는 7백만 원과 9억 원 영업흑자로 돌아섰다. 이른바 자회사 효과가 먹혀든 셈이다.

신풍제약은 첫 해외투자 1호로 진출한 신풍대우파마베트남에서 이익을 내면서 적자를 면했으며, 유유제약은 건강기능식품의 판매고를 끌어 올린 유유헬스케어로부터 추가 이익을 얻어 흑자를 냈다.

≫ ‘뿌린대로 거둔다’…관계사 지분에 ‘울고 웃은’ 제약바이오

자회사 실적의 영향을 받는 기업 구조는 또 있다. 보통 모회사가 20~50% 지분을 보유하면 관계회사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도 지분법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이 때 관계사가 기록한 손익 규모는 지분 비율 만큼만 적용한다. 이른바 지분법 손익 표기다. 매출과 순이익 등 모든 실적을 연결기준 재무제표에 전부 합산 반영하는 종속회사와 구별되는 차이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현재 이 회사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연결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에 지분법 이익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영업이익 가운데 76억 원 만을 반영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275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관계회사의 지분법 평가손익으로 이득을 본 곳은 또 있다. 유한양행은 298억 원의 지분법 이익을 얻었는데 여기에는 지분 30%를 가지고 있는 유한킴벌리를 통해 164억 원, 한국얀센 81억 원,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 29억 원이 포함됐다.

팜젠사이언스도 250억 원에 달하는 관계사 지분 이익을 반영했다. 이 회사는 엑세스바이오를 통해 279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 팜젠사이언스는 엑세스바비오의 지분 25.26%를 가지고 있으며 엑세스바이오는 코로나 진단키트를 통해 올 상반기 1,002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낸 바 있다.

이 외에도 씨젠(지분법 이익 61억 원), 보령제약(59억 원), 녹십자(43억 원), 이연제약(26억 원), SD바이오센서(12억 원), 신풍제약(12억 원) 등이 관계사를 통해 추가 이익을 얻었다.

반면, 한독(지분법 손실 26억 원), 셀트리온(-25억 원), 부광약품(-16억 원) 등은 지분법을 적용했을 때 관계사로 인해 손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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