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국감 이후 ‘가교 임상 면제·처방 확대’, 논란 급부상
낙태법 부재도 한 몫…"정치·사회적 쟁점 해결 선행 필요"
사측, 임상 역량 충분하다지만…연내 도입 사실상 어려울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현대약품이 품목허가를 신청한 인공임신중절의약품 ‘미프지미소’가 국회 국정감사 도마에까지 오르면서 연내 허가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임상 문제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데다 낙태법마저 부재한 상황에서 약물 시판은 또 다른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사실상 연내 도입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프지미소는 현대약품이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의약품으로, 미페프리스톤 200mg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ug 4정으로 구성된 제품이다.

현대약품은 지난 7월 이 약의 품목 허가 자료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열린 식약처 국정감사에서는 미프지미소 허가를 둘러싸고 여야가 갑론을박을 벌였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었다.

당시 남 의원은 온라인상에서 임신중단의약품 불법 판매 및 유통이 횡행하는 만큼 서둘러 미프지미소를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내 허가가 늦어질수록 불법 루트로 약물을 구입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국민건강에 위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가교임상을 면제해야 한다는 게 남 의원의 주장이다. 가교임상은 해외에서 3상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된 의약품을 국내에 도입하는 경우 인종별 약물 반응 차이를 우려해 한국인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별도로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당 정춘숙 의원은 가교 임상시험 면제와 더불어 미프지미소의 처방 권한을 의사 뿐만 아니라 약국 조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방권을 산부인과 전문의로만 국한할 경우 산부인과가 없는 취약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약물의 접근성과 개인정보 보호, 저렴한 비용 등을 고려해 일반적인 의약품처럼 의사 처방과 약사 조제가 동시에 가능해야 한다는 것.

야당은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약물 낙태라는 새로운 의료체계가 도입되는 것인 만큼 현재 낙태법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약물 우선 도입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서 의원은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해 일단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모자보건법 개정과 낙태 전 상담 절차 의무화, 의료인 낙태 거부 권리 보장 등의 쟁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다양한 이해관계, 첨예한 ‘대립’…연내 허가 사실상 어려울 듯

여야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미프지미소의 허가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당초 식약처는 이 약의 가교임상을 면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에서 면제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식약처가 품목 허가를 내주기에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측에서 임신중절약의 국내 도입을 두고 신중론을 들고 나온 터라 거대 야당의 의견을 무작정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의사들 역시 가교임상 면제에 부정적인 모습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 김동석 회장은 14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불법 판매 및 유통을 이유로 가교임상을 생략해야 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다른 의약품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여성의 건강권을 생각한다면 가교임상은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미프지미소 허가에 앞서 낙태법을 먼저 재정비해야 한다”며 “낙태법이 없는 상황에서 약이 허가된다면 임신 주수와 상관없이 무분별한 임신중절 시도로 오히려 국민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처방권 확대와 관련해서도 단호한 입장이었다. 의약분업 예외약품으로 지정해 산부인과 전문의만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석 회장은 “외국에서도 미프지미소는 전문의약품으로 지정해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 진찰 후 처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자궁 외 임신의 경우 이 약을 복용할 경우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이런 약을 비전문의가 처방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이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유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자궁 파열, 잔류 태반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는 산부인과에서 처방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계에서는 미프지미소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는 지난 12일 보고서를 통해 “임신 중지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사용하는 등의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유산유도제는 10주 이내 임신에서 임신 중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만큼 신속한 도입과 함께 전면 급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미프지미소 도입을 놓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이 약의 연내 허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프지미소는 의약품을 넘어 사회적 현상이 됐다. 과학적인 검토만으로는 사실상 허가가 어려워진 셈”이라며 “정치적, 사회적 합의가 우선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낙태법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 약만 허가하는 것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더욱이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정부가 위험을 감수하며 허가를 내줄지도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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