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머크 치료제 긴급승인 심사 착수…뒤쫓는 화이자·로슈
토종약 기대주는 실패 아니면 임상 지지부진…불확실성만 증대
버블 지탱할 ‘대체 모멘텀’ 부재…핀치에 몰린 국내 개발사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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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에 이어 먹는 약의 상용화도 결국 글로벌 빅파마가 첫 깃발을 꽂을 확률이 높아졌다. 한 때 이목을 끌었던 국내 개발사들이 시장의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건 시간 문제라는 비관론이 수면 위를 뚫고 나온 배경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MK-4482)’의 긴급사용승인 심사에 착수했다.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된 이후 불과 열흘 만에 나온 소식이라 먹는 코로나 약 탄생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시험 결과가 상당히 인상적”이라며 “FDA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결과를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 긴급사용승인에 대한 기대감을 부채질했다.

머크가 임상 결과를 근거로 FDA와 협의 하에 임상을 조기 종료했다는 점도 몰누피라비르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게 보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FDA로부터 최초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와 화이자의 백신 모두 한 달 이내로 허가 결정이 났다.

때문에 몰누피라비르의 임상 데이터에 큰 문제가 없으면 앞서의 전례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르면 이달 중으로도 투여가 가능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는 이유다.

≫ 먹는 코로나약, 시장 선점 경쟁…승기 잡은 머크, 뒤쫓는 화이자·로슈

코로나19 경구 치료제의 상용화는 머크가 확실히 한 발 앞서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후발주자들도 그 뒤를 바짝 쫓으며 시장 선점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시장의 약 60%를 장악하고 있는 화이자는 현재 자체 개발 중인 후보물질 ‘PF-07321332’를 올해 말까지 출시하겠다는 목표다. 이 약은 임상에서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예방 효과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독감약 타미플루의 개발사 로슈 역시 파트너사인 아테아 파마슈티컬스(ATEA Pharmaceuticals)와 함께 AT-527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공개된 임상 2상에서 투여군 2일차에 바이러스 양이 위약 대비 평균 80% 감소하고, 그 차이가 8일차까지 유지된다는 결과로 관심을 끌었다. 현재 회사는 임상 2상(입원하지 않은 경증~중증 코로나 환자 대상)과 임상 3상(입원하지 않은 12세 이상 경증~중증 환자 대상)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개발을 두고 글로벌 빅파마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국내 개발사는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실패 사례만 차곡차곡 쌓이는 모양새다.

≫ 국내 제약사, 코로나 비즈니스 총체적 난국…‘실패 아니면 지지부진’

현재 경구용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국내 업체는 부광약품(레보비르), 엔지켐생명과학(EC-18), 신풍제약(피라맥스), 크리스탈지노믹스(CG-CAM20), 대웅제약(코비블록), 뉴젠테라퓨틱스(뉴젠), 동화약품(DW2008S), 진원생명과학(GLS-1027) 등 8곳이다.

이 중 임상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거나 연내 국내 조건부허가를 기대해 볼 수 있는 후보군은 사실상 없다.

최근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한 부광약품은 개발을 포기했고, 엔지켐생명과학은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음에도 추가 임상을 시사하며 개발 지속 의지를 드러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임상 2~3상을 진행 중에 있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분위기다.

국내 개발사들이 글로벌 제약사의 행보를 의식하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임상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까닭이다.

특히 그동안 기대를 모았던 주요 후보군의 임상 결과가 대부분 실망스럽게 나오면서 시장의 기대치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더 짙게 만들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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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파마에 쏠린 투심…국내 개발사 향한 ‘싸늘한 시선’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이들 개발사의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 진다. 개발 이슈를 등에 업고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던 과거 기세는 사라지고, 성과 부재로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현 상황이 이를 방증하는 것.

대표적으로 부광약품(2020.1.2 1만3,200원→2021.10.13. 1만4,350원, 52주 신고가 3만2,713원), 엔지켐생명과학(2020.1.2 7만3,800원→2021.10.13. 7만800원, 52주 신고가 15만9,000원), 대웅제약(2020.1.2. 13만6,500원→2021.10.13. 13만5,500원, 52주 신고가 28만6,500원) 등의 주가는 그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신풍제약(2020.1.2. 7,320원→2021.10.13. 5만8,100원, 52주 신고가 20만1,500원), 진원생명과학(2020.1.2 2,450원→2021.10.13. 2만8,200원, 52주 신고가 5만7,579원), 동화약품(2020.1.2. 8,400원→2021.10.13, 1만8,300원) 등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하락세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임상 속도가 지금처럼 지지부진하거나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또 내놓을 경우 추가로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것이란 의견이 상당하다. 이들 대부분이 ‘코로나 비즈니스’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하고 있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빅파마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출시될 경우 경증 및 중등증 환자의 자가 격리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현 팬데믹 상황을 빠르게 진정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자금력이나 R&D(연구개발) 역량이 떨어지는 후발주자들은 선두 업체의 시장 장악력을 예의 주시하면서 개발 지속 여부를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백신 기업인 사노피가 만족할 만한 임상 결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mRNA 백신 개발을 포기한 사례가 좋은 본보기”라며 “국내 업체는 치료제에 쏠린 시장의 시선을 분산하고 개발 실패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모멘텀을 지금부터라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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