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제약주 2주 연속 7% ‘급락’…한 달새 제약바이오 42조 ‘증발’
FDA, 로슈 알츠하이머약 ‘혁신치료제’ 지정…국내 관련주 찾기 ‘분주’

이번주 제약바이오 업종은 상승 모멘텀의 부재로 인해 약세가 예상되지만 최근 급락이 가팔랐던 만큼 ‘바닥론’에 따른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는 중국 헝다그룹이 불러온 유동성 위기 논란과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에 대한 우려로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실제로 코스닥 제약지수는 지난주 7.76% 떨어졌는데 이는 그 전주 7.66% 급락에 이어 2주 연속 7%가 밀린 기록이다. 본지 확인 결과, 제약지수가 2주 연속 7% 이상 떨어진 경우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보통 급락장에서도 한 주간 7%가 밀리면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저항을 받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연속 하락하는 사례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과거 2006년 4월 14일부터 28일까지 2주 연속 6%대 하락한 기록이 지금까지 최대 폭락한 사례다. 최근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인 것.

다만,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가능성은 높아졌다. 지난해에도 9월과 10월 의약품지수는 각각 –10.68%, -3.62% 급락해 증시에 충격을 줬지만 바로 다음 달인 11월에는 21% 급등하며 대반전을 일으킨 바 있다.

수급에 있어서도 그동안 매도로 일관했던 기관이 지난주 저가 매수로 방향을 틀면서 시장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약바이오 시황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최근 미국에서 머크(MSD)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가 중증 환자의 입원 및 사망률을 50% 감소시켰다는 결과가 알려지면서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백신 관련주들이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의 관심도 항암제 등 신약 개발 관련주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 역시 백신 테마주보다는 치료제 관련주와 신약 개발주로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여전히 유동성 논란에 따라 장세 반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주 주목할 증시 이벤트로는 오는 13일 발표될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표다. 만약 물가가 전월과 비교해 상승 폭이 클 경우 스테그플레이션 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오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어 금리 결정에 눈길이 쏠린다. 현재 시장에서는 기준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주간 증시 리뷰

지난주 우리나라 증시는 국내·외 기술주들의 내림세 속에 하락 장세를 연출했다. 코스피는 2.08% 내리면서 하락세가 3주째 이어졌다. 코스닥도 3.06% 떨어지면서 직격타를 맞았다.

국내 제약바이오주는 대다수 종목에서 하락이 이어졌다. 코스피 의약품지수(45종목)는 8.08% 급락했는데 주간 단위로 보면 9월 3일 이후 5주 연속 내려 앉은 기록이다. 같은 기간 지수 역시 18.67% 폭락했고 시가총액도 31조2,010억 원 증발했다. 제약지수 종목까지 합하면 41조5,210억 원 규모의 시총이 날아간 셈이다.

종목별로 보면 재료를 바탕으로 한 백신·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소수 종목에서만 단기적 상승세가 나타났다.

상승 폭이 가장 컸던 종목은 HK이노엔으로 주간 25.9% 올랐다. 이 회사는 현재 머크와 백신 7종에 대해 공동판매 및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만약 정부 주도로 먹는 코로나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가 국내에 유입될 경우 HK이노엔이 국내 유통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호재로 작용한 것.

에이비프로바이오도 머크 관련주로 분류되면서 주간 20.58% 상승했다. 이 회사는 머크의 부회장 출신인 조지 한나 박사를 외부 자문위원으로 선임하고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소식이 주가 상승 재료로 쓰여졌다.

반면, 최근 주가 급등으로 눈길을 끌었던 코로나 테마주들은 급락을 피해가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나파모스타트’와 ‘니클로사마이드’ 복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국전약품은 주가가 37.17% 떨어졌다. 이 회사는 지난 9월부터 이달 1일까지 138% 폭등한 바 있다.

한국비엔씨도 41.59% 폭락했다. 앞서 이 회사는 대만 골든바이오텍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안트로퀴노놀’이 미국에서 임상 2상 대상자를 확대한다는 소식에 8~9월 두 달간 주가가 201.54% 급등한 바 있다. 한국비엔씨는 안트로퀴노놀에 대해 한국,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 대한 제조 판매 권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급과 관련해서는 개인과 기관 모두 매수세를 보였지만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실제로 개인은 거래소에서 4,500억 원의 순매수에 그치면서 그 규모가 최근 수 조원 단위를 기록했던 앞서의 매수세에는 크게 못미치는 양상을 띄었다. 이와 함께 기관은 4,800억 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으며 외국인은 1조500억 원 규모의 매도를 기록했다.

코스피 의약품 업종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530억 원, 1,470억 원을 매수했고 기관은 2,000억 원을 매도했다.

≫ 이번주 주목 기업

치매 치료제 관련주의 동향에 주목할 만하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간테네루맙’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지정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관련주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9월,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FDA의 첫 판매 승인을 받았을 때에도 알츠하이머 관련주가 요동친 바 있다.

국내 관련주로는 명문제약, 이연제약, 환인제약, 화일약품, 국전약품 등이 언급되고 있다.

명문제약은 치매치료제 ‘셉트페질정’ 판매하고 있으며 자회사인 명문바이오를 통해 치매약 원료물질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이연제약은 뉴라클사이언스와 퇴행성 뇌질환 항체치료제인 ‘NS100’의 공동개발 및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하고 현재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환인제약은 정신신경용제 약물의 매출이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곳이다. 이 회사는 치매 및 알츠하이머 치료 약물에 대한 연구개발에도 투자를 집중하고 있어 최근 간테네루맙의 관련주로 언급되고 있다.

화일약품은 일본 시장에 맞춤형 원료의약품(API)을 공급하고자 치매치료제 ‘리바스티그민’과 우울증 약 ‘에스시탈포람’ 등의 품목에 대해 현지 파트너사와 수출 확대에 대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전약품은 올해 3월 샤페론社가 개발 중인 경구용 치매 신약 ‘뉴세린’에 대해 연구개발권을 확보하면서 최근 알츠하이머 테마주로 주목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바이오 종목에서는 피플바이오, 퓨쳐켐, 메디프론, 켐온, 셀리버리 등이 관련주로 꼽히고 있다.

≫ 글로벌 증시 동향

지난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종은 유동성 논란과 머크의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개발 임박 소식이 겹쳐지면서 약세를 이어갔다. 다만 대형 제약주들을 중심으로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다우지수는 1.22% 반등한 반면 나스닥 생명공학지수는 2.26% 내려 앉았다. 특히 유동성 축소 우려가 가시화되면서 기술주들의 주가는 반등이 쉽지 않은 분위기기 역력했다.

글로벌 대형 제약주는 전반적으로 뉴욕증시에서 반등을 기록했다. 로슈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간테네루맙’이 FDA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았다는 소식에 주간 6.95% 올랐다.

이 외에도 사노피(2.32%↑), 애브비(1.92%↑), 일라이릴리(1.89%↑), 아스트라제네카(1.56%↑), GSK(1.52%↑), 노바티스(1%↑) 등이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BMS(3.78%↓), 암젠(2.32%↓), 화이자(1.12%↓) 등은 하락장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한편 머크의 먹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 소식은 백신 관련 바이오주에 지속적인 약세로 작용했다. 대표적으로 모더나의 경우 주가가 10.6% 떨어졌으며 바이오앤테크도 3.5% 하락했다. 앞서 두 회사는 그 전주에도 각각 20.7%, 23.6% 급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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