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50개사 연결-별도 기준별 자회사 득실 해부(上)
상당수 기업, 자회사로 몸집 불리기 ‘성공’...수익성은 ‘글쎄’
제약사 절반은 영업이익 후광효과 부진…내부거래 ‘직격타’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박리다매는 제약바이오기업이 몸집을 불리는 일반적인 ‘경영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쉬운 일 같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돈과 인력은 기업의 수익성을 가를 정도다.

회사가 외형을 키우는 방법은 또 있다. 돈이 될 만한 기업을 밑에 두고 이를 키워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다만, 이는 기업의 장부에 기록할 때 조건이 따른다. 반드시 ‘연결기준’에 한해서만 반영해야 당초 목표대로 매출이 잡힌다. 반대로 말하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별도기준’은 자회사의 실적이 빠져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이렇게 연결기준에서만 보여지는 자회사의 매출을 통해 어느정도 재미를 보고 있을까.

12일 <메디코파마뉴스>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올해 상반기 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50곳의 연결기준과 별도기준 차이에 따른 제약사별 득과 실을 분석했다.

≫ 같은 공시, 다른 잣대…시장 참여자 혼란 부추겨

현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는 올 상반기까지의 결산 실적치가 공개돼 있다.

여기서 일부 제약바이오기업은 ‘연결기준’으로 공시하는가 하면 어떤 곳은 ‘별도기준’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보면 같은 잣대로 기업별 실적을 비교하기 어려운 만큼 혼란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것.

연결기준은 기업이 종속된 자(子) 회사까지 하나의 회사로 보고 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이다. 반대로 별도기준의 경우 종속회사를 제외하고 해당 기업의 실적에 대해서만 언급하게 된다.

종속회사란 지배하는 모(母)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거나 50% 미만이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을 갖는 경우를 말한다. 단, 종속회사와 지배회사 간 내부 거래는 합산되지 않고 재무제표에서 제외된다.

현재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연결기준을 주된 재무제표로 하고 별도 재무제표는 보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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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제약바이오기업 50곳 연결 vs 별도 기준 실적 차이 현황 일부 캡처(출처: 각사 반기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표=제약바이오기업 50곳 연결 vs 별도 기준 실적 차이 현황 일부 캡처(출처: 각사 반기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잘 키운 자회사 하나, 열 품목 안부럽다

제약바이오사들은 대체로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화장품, 해외현지법인, 판매유통 기업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업이 보유한 자회사 수는 평균 5개사였다. 가장 많은 자회사를 두고 있는 곳은 차바이오텍으로 47개사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었다.

연결기준에 따라 자회사의 실적이 모회사의 외형에 힘을 보탠 곳은 50곳 중 40곳으로, 전체의 80%에 달했다.

이렇게 상당수 가업이 자회사로 인해 외형 부풀리기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27곳으로 절반에 불과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만 보면 ‘자회사 효과’는 기업별로 희비가 엇갈렸던 셈이다

올 상반기 기준 자회사로 인해 매출 1,000억 원 이상 득을 본 곳은 한국콜마(매출 증가 규모 4,655억 원↑), 차바이오텍(3,317억 원↑), 광동제약(2,422억 원↑), GC녹십자(1,649억 원↑), 셀트리온(1,579억 원↑), 씨젠(1,364억 원↑), 한미약품(1,298억 원↑) 등으로 확인됐다.

유일하게 자회사의 매출이 더 컸던 한국콜마의 경우 별도기준으로 보면 상반기 매출 규모는 3,426억 원에 불과했다.

이를 연결기준으로 확장해 종속 자회사의 실적까지 합쳐서 보면 이 회사는 매출 규모는 8,081억 원으로 늘어났다. 자회사인 HK이노엔의 매출이 모회사의 실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HK이노엔은 올해 3,71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 화장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는 콜마코스메틱스도 713억 원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한국콜마의 외형 성장에 힘을 보탰다.

이 외에도 자회사로 인해 외형이 커진 곳은 일양약품(매출 증가 규모 668억 원↑), SD바이오센서(491억 원↑), 대웅제약(446억 원↑), 동국제약(347억 원↑), 유한양행(343억 원↑), 삼천당제약(235억 원↑), 휴젤(201억 원↑), 휴온스(171억 원↑), 보령제약(165억 원↑), 대화제약(141억 원↑), 에스티팜(131억 원↑), 유유제약(112억 원↑), 휴메딕스(106억 원↑), 메디톡스(105억 원↑) 등으로 조사됐으며 이들 기업은 자회사로부터 매출 성장에 100억 원 이상 기여받은 곳들이었다.

≫ 별도-연결 한 끝 차이, ‘1조 클럽’ 명단 결정 지어

자회사로 인해 외형과 내실 모두 챙긴 곳들이 있던 반면 손해를 본 곳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SK바이오팜의 경우 별도기준으로 작성한 재무제표만을 봤을 때는 올 상반기 2,14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를 연결기준으로 넓혀 보면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외형은 1,640억 원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드러났다. 매출 감소 규모만 509억 원으로 약 24% 급감한 수준이다.

이처럼 연결기준에서 매출이 감소했다는 것은 종속회사와 내부 거래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결기준 자체가 종속회사와 지배회사 간 서로의 내부 거래를 제외하고 합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억 원에 달하는 모회사의 매출이 모두 자회사에서 발생한 것으로 가정할 경우, 이 때 자회사가 매출 없이 재고만 가지고 있다면 별도기준 매출은 100억 원이지만 연결기준은 0원이 되는 것.

SK바이오팜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연결기준으로 봤을 때 이 회사의 매출 규모가 줄어든 것에 대한 해답도 앞서의 내부 거래 공식을 적용할 경우 해석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의 미국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올 상반기 올린 1,205억 원의 매출은 SK바이오팜의 개별 매출 가운데 약 76%를 차지하는 규모인데 이 역시 내부 거래에 포함됐다는 게 유추 가능하다.

이렇게 별도기준으로 보면 올해 제약바이오기업의 ‘1조 클럽’ 전망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모회사가 올 상반기 5,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곳은 유한양행, 종근당, 대웅제약, GC녹십자, 에스디바이오센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씨젠 등이다. 이들 기업은 별도기준 만으로도 1조 클럽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곳들이다.

반면, 한국콜마, 광동제약, 한미약품 등은 연결기준으로는 상반기 5,000억 원을 넘겼지만, 별도에서는 이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난 것.

한편, 종속 자회사가 없는 경우에는 별도 재무제표만 작성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종속회사가 있다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적용할 수 있는 종속회사가 없어 별도 재무제표만 작성한 곳은 셀트리온제약, 삼진제약, 유나이티드제약, 영진약품, 하나제약, 경보제약, 대한뉴팜, 대한약품, 현대약품, 알리코제약, 화일약품, 동성제약, 국전약품, 삼성제약, 고려제약, 진양제약, 신일제약 등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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