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온라인에 살고 있는데 식약처는 오프라인에 머물러”
국회, 의약품 해외 직구 및 불법 판매 신속 차단 ‘한 목소리’
식약처장, 인력 한계 인정…“종합감사때까지 대책 마련할 것”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식약처 국감 단골 메뉴인 의약품 해외 직구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같은 문제가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이유가 주무 부처의 시대적 착오에 의해 비롯됐다는 지적인 것이다. 식약처는 인력과 국가 시스템의 한계를 인정하고 종합감사때까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의약품 해외직구 사이트와 불법 의약품 온라인 판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전자상거래의 보편화와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불법 의약품 판매와 해외 직구 사례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에서 적발한 ‘온라인 해외직구 위반 사례’를 분석한 결과, 해외 직구 위반 건수는 2018년 1만6,731건에서 지난해 4만3,124건으로 2.6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의약품을 해외직구, 구매 대행한 사례는 2018년 40건에서 작년 2만7,629건으로 2년 만에 691배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문제는 식약처가 의약품 불법 사이트를 적발해도 사실상 차단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2월 17일자 본지 취재를 통해서도 사태의 심각성이 보도된 바 있다.[참고기사: [단독] 무뎌진 식약처 칼날…판치는 낙태약 불법 유통 '충격']

현재 우리나라는 의약품 불법 사이트를 적발해도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식약처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법 유통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면, 그 때서야 방심위가 심의 후 차단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식약처 입장에서는 두 손 놓고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근육을 불리기 위해 사용하는 ‘쌈스’라는 제품은 금지약물이다”며 “식약처 식품안전나라의 위해 식품 목록에 포함돼 있고 사이버조사단도 총 2,400건 정도 적발한 사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네이버와 11번가에서 이 약물이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직구도 마찬가지다. 2017년 1월, 식약처가 관세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의약품 불법 구매 차단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권한 부족으로 인해 근절은 커녕 오히려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자가 소비를 전제로 해외 의약품 통관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 관세법이다. 이로 인해 약사와 환자가 직접 대면해야만 의약품 판매가 가능한 약사법은 철저히 무력화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외국에 서버를 둔 해외직구 사이트의 경우 처벌할 방법이 없다. 국내에서 불법 약물을 유통해도 구매자 역시 처벌할 근거가 없다”며 “각 나라의 규제기관과 공조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의약품 마약류의 경우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해도 사이트 차단 권한이 식약처에 없고 방통위에 있어 처리가 지연되는 동안 또 다른 물건이 팔려나가게 된다”며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청 방송통신심위원회가 24시간 교대 근무하면서 상시 심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자심의 등 상시 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질의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온라인에 살고 있는데 식약처는 오프라인에 살고 있다”며 “여러 의원이 자료를 요구하니 결국 식약처 사이버조사단 관할로 업무를 다 넘기더라. 현재 인원과 직제로 감당이 가능한지 걱정이다”라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네이버, 11번가 등 온라인 사이트에 사전자격제, 사전인증제, 신고포상제 등의 제도를 도입해 불법 의약품 판매에 대한 원천 차단 방안을 제안했다.

같은 당 최혜영 의원도 방통위가 보유한 불법 의약품 판매 사이트 차단 권한을 식약처 직권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국회의 이 같은 지적에 김강립 처장 역시 공감을 표하며 개선방안을 즉시 내놓았다.

김 처장은 관세청은 물론 네이버, 11번가 등 민간기업과도 공조해 해외직구 불법의약품 유통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이 구축한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24시간 감시 시스템을 참고해 상시감시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김강립 처장은 “상시감시체계는 현재 방통위와 논의 중이다. 관세청과도 공조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며 “외국의 해외직구 사이트를 처벌할 근거를 마련하고 국내 구매자를 규제하는 법적 근거 필요성도 고민하겠다. 사이버조사단이 28명의 적은 인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일부 역부족인 면이 있다. 종합감사때까지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겠다” 말했다.

 

▲ 사진 설명=11번가 조대진 법무실장(왼쪽)과 네이버 손지윤 정책총괄이사(오른쪽)가 지난 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와 불법 의약품의 국내 유통 차단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공감하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사진 설명=11번가 조대진 법무실장(왼쪽)과 네이버 손지윤 정책총괄이사(오른쪽)가 지난 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와 불법 의약품의 국내 유통 차단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공감하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이 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네이버와 11번가 관계자들도 현재 불법의약품 유통 차단에 대해 부족한 점을 인정했다. 다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했다.

네이버 손지윤 정책총괄이사는 “사업자의 자율 규제에 맡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에서 사전자격제, 사전인증제, 신고포장제와 같은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하면 기업들도 참여시켜달라. 현장상황을 보고하고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11번가 조대진 법무실장은 “위해정보 차단조치가 기술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식약처로부터 의약품 구별을 위한 텍스트는 받고 있지만 이미지 검색이나 딥러닝으로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은 구축을 위해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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