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관리 ‘집중 포화’…여야, 불법 신속 차단 ‘한 목소리’
펜타닐 패치, 10~20대 처방 ‘급증’…차단 시스템은 사실상 ‘마비’
식약처장, “인력 한계 인정…관계 부처와 종합 방안 만들 것”

▲ 사진 설명=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대상으로 2021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사진 설명=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대상으로 2021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신종 감염병 사태 속에 치러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의 초점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대신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관리 부실의 책임론에 맞춰졌다.

한국은 2015년 이후 인구 10만 명당 연간 마약사범 20명 미만인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고 최근 오염국으로 전락했다. 이제는 마약 경유국이 아닌 소비국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도 한국의 마약 시장이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올해 7월까지 검거한 마약사범은 6,501명으로 그 중 약 80%인 5,201명이 초범이며, 10~30대 마약사범 비율은 55.5%(3,608명)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마약 소비층이 대중화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전통적인 마약류 남용계층은 무직자, 예술인, 유흥업자 등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직장인, 학생, 주부 등 일반 사회인들의 비중이 증가한 것.

이에 지난 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는 허술한 마약류의약품 관리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은 감기약 성분인 에페드린 등을 활용한 필로폰 제조가 최근 성행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최 의원은 “브레이킹배드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감기약으로 필로폰을 제조하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며 직접 준비한 감기약을 들어 보였다.

그러면서 “660알의 감기약을 사는데 15분이 걸렸다. 이 정도면 39.6g의 필로폰을 만들 수 있다. 시가로는 2,800만 원이고 1,100명 정도가 흡입할 수 있는 양”이라면서 “감기약으로 필로폰을 만드는 것이 너무 쉬운데도 규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4일치 이상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보고 건수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마약류가 손쉽게 거래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최 의원은 “탤레그램에서 마약 거래하는 걸 살펴봤더니 3만2,000여 명 정도가 접속하고 있었다. 참여자가 있고 마약을 안내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며 “판매자와 직접 대화하는 것은 10분이면 가능했고 배달도 너무 쉬웠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에서 마약이 일상화됐다는 게 최 의원의 주장인 것.

최 의원은 “식약처에 마약류 불법 광고 관련 사이버 조사단이 있지만 직원은 2명뿐이다”라며 “적발 건수는 지난해 3,400건, 올해 3,490건 정도이지만 실제 수사가 된 건 지난해에는 없었고 올해 26건 정도가 전부였다. 실효성 문제를 보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상반기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펜타닐패치 사건’도 집중 조명되면서 식약처의 불법 마약류 처방 방지 대처가 미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5월 경남경찰청은 10대 42명을 마약류 투약·매매·수수 혐의로 검거했다. 이들은 ‘펜타닐 패치를 투약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소문이나 권유를 듣고 마약류에 손댄 것으로 알려졌다.

‘펜타닐’은 통증 제거나 완화가 목적인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로 쓰인다. 이 약의 효과는 다른 오피오이드 계열보다 더 강한 만큼 중독성도 헤로인의 100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펜타닐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아편계, 오피오이드계 마약으로 지정된 약물이다. 오피오이드란 양귀비인 아편에서 유래하거나 합성된 진통제다.

펜타닐 처방은 주로 패치 형식으로 받는다. 이 성분이 담긴 패치 1매는 3일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펜타닐 패치가 동네병원에서 10~20대에 대한 처방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 약이 대체마약으로 동네병원을 통해 광범위 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에 따르면 의료진들은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 서비스를 통해 특정 환자에 대한 마약류의약품의 중복·불법 처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보망에 가입한 의료진 회원 7,400명 중 휴면회원이 6,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이 정보망을 이용하는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고 의원은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해 식약처에서 정보망의 사용률을 올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적발 즉시 의사면허를 일정기간 중지하든지 이에 상응하는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린 국감장에서는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마약류 의약품의 관리 소홀에 대한 질타가 쏟아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의료용 마약류 관리 부실을,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교정시설 내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관리 사각지대를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식약처도 문제를 인지하는 모양새였다. 다만 현재의 인력 규모로는 실질적인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것.

김강립 식약처장은 “과거 일부 특수 계층에서나 주로 소비됐던 마약이 최근 일반인들에게 많이 확산됐고, 특히 젊은층으로 연령대가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온라인이나 새로운 유통 경로를 통해 마약이 돌고 있는 만큼 전통적인 방식의 단속이나 점검을 통해서는 많은 구멍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임시로 국장급으로 2개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수사당국 간 연계가 유기적으로 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새로운 소비 관행 등을 염두에 두고 종합적인 방안을 만들겠다. 관계 부처들과도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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