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보호자 국감 참석…초고가약 킴리아·졸겐스마, 급여화 ‘호소’
백신 접종 피해자들, “국가 믿고 맞았는데”…정부에 피해보상 '촉구'

▲ 사진 설명=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7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2021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사진 설명=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7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2021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주요 국감장 곳곳에서 여야가 대장동 개발 특혜, 고발사주 의혹으로 정면 충돌하며 고성이 오간 가운데 보건복지위원회는 유례 없이 눈물 바다를 이뤘다. 초고가 약의 건강보험 급여를 촉구하는 환아 보호자들이 참석해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여야 국회의원들의 눈시울까지 붉히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눈물 어린 호소도 당장 정부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매년 반복되는 ‘고가 신약의 급여화’를 쫓다 보면 국민 세금으로 확보한 건강보험 재정이 수 년 내 위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2021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감에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초고가 신약에 대한 급여화를 촉구하는 두 명의 어머니가 여야 의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 “집 팔아 약값 마련했지만, 아이는 하늘나라로 떠났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증인 출석을 요청한 이모 씨는 재발성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아의 어머니로 이날 국감장에 출석해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의 급여화에 대해 하소연 했다.

이모 씨는 “지난해 2월 저의 아이는 급성 백혈병이 세 번째 재발하면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당시 해외에서는 킴리아라는 획기적인 신약이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첨단재생바이오법(첨바법) 시행 전이라 국내 도입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난해 8월 첨바법이 시행됐지만 킴리아는 결국 올해 3월에서나 허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은 바로 쓸 수 없었다”며 “병원에서 세포 치료와 관련해 다른 허가가 필요한데 준비가 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모 씨는 아이의 약값을 구하기 위해 집까지 팔았다는 사연도 전했다.

그는 “킴리아의 약가는 약 5억 원에 달하지만 보험 급여가 안돼 전액을 환자가 본인 부담해야 했다”며 “결국 살던 집을 팔고 약값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아이는 약만 기다리다 제대로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저는 팔 집이라도 있어 약이라도 사용할 수 있었다”면서 “이마저도 안되는 환자를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노바티스의 킴리아는 한번 투약으로 치료를 마치는 대표적인 ‘원샷 치료제’다. 이 약은 ▲성인 재발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만 25세 이하의 소아 및 젊은 성인 재발 또는 불응성 B세포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B-ALL)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 약의 문제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약 5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진행된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도 약가 문제가 거론되며 급여 등재에 제동이 걸린 것.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치료제를 기다리다 환자가 사망하는 제2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분담제 등을 활용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며 “현재 킴리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위원회에서 평가가 진행 중이다. 합리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급여화하고자 논의 중이다.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25억 원짜리 졸겐스마, 보험 급여로 미래 꿈 꿀 수 있게 해달라”

척수성 근위축증(SMA) 초고가 치료제로 꼽히는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의 급여 확대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 약은 신생아 유전질환 가운데 사망원인 1위에 꼽히는 척수성 근위축증을 단 한 번의 투여로 치료 효과를 인정받은 유전자 치료제다.

졸겐스마는 지난해 8월 ‘연령과 관계없이 제1형으로 임상적 진단이 있는 경우 또는 SMN2 유전자의 복제수가 3개까지 있는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에서 사용 가능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사실상 연령 제한이 없는 셈이다.

현재 미국, 일본, 유럽에서 허가를 받았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급여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 210만 달러(약 25억 원), 일본에서는 1억6,700만엔(약 18억9,700만 원)의 가격으로 책정돼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요청한 남모 씨는 척수석 근위축증 환아의 어머니로 국감장에 출석해 졸겐스마의 빠른 급여화를 촉구했다.

남 씨의 딸은 태어난 직후 척수성 근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현재 유일한 치료제인 스핀라자를 투약하고 있지만 병의 진행 속도가 빨라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남 씨는 “현재 졸겐스마의 가격은 25억 원이다. 치료제는 있지만 돈이 없어 죽거나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국가에서 부담을 해 환자 본인 부담금이 1,000만 원, 일본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며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야 하는데 꿈을 잃고 좌절과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정부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권덕철 장관은 “졸겐스마는 1회 투여에 25억 원이 소요되는 초고가 약제”라며 “위험분담제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약가를 설정하고, 환자에게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제약사와 적극 협의하겠다”고만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초고가 신약의 급여 적용을 두고 불편한 내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속에 소수를 위한 고가 약제를 급여 적용할 경우 다수의 보편 진료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전 국민 의무가입으로 운영되고 있는 건강보험은 공적 보험인 만큼 다수가 보장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진료에 좀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감기 등 경증질환에 대한 비용 지출을 최소화 하고 중증·희귀질환을 좀 더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매년 국감에서 초고가 희귀의약품 관련 질의가 이어지고 급여를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도 나름대로 원칙을 갖고 건강보험 재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환자 접근성 향상이라는 이름 하에 매년 새롭게 나오는 약마다 보험 급여를 적용할 경우 건보재정은 수년 내 파탄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 설명=지난 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장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하거나 중태에 빠진 환자 가족이 참고인으로 참석해 당시 사례를 직접 설명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사진 설명=지난 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양쪽 뇌 경동맥이 혈전으로 막혀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F씨의 사연을 듣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백신 접종으로 가족 잃은 유가족들, 국감장 ‘눈물 바다’ 만들어

특히, 이날 국감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하거나 중태에 빠진 환자나 그 가족들이 대거 참고인으로 참석해 정부를 질타했다.

이들은 정부가 백신과 이상반응 간의 인과성을 더 폭넓게 인정해 피해를 보상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우리나라 백신 피해보상 규정 중 이상반응 입증이 어려운 ‘의학적 그레이존’이 존재하면서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의학적 그레이존’은 정부의 백신 피해 보상 기준 중 4-1(의료비 지원)과 4-2(보상 제외)에 해당한다.

4-1은 예방 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은 있으나 백신과 이상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로 중증환자 등에 의료비를 지원하는 기준이다. 최대 1,000만 원만 지원 가능하다.

반면, 4-2는 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로 보상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피해보상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실제로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를 통해 보상이 결정된 사례는 3,425건 심의 중 1,793건에 불과했다.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21만 건 대비 보상 결정은 0.66%에 그쳤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A씨는 지난 8월 화이자 백신으로 1차 접종을 한 아버지가 심정지 후 사망한 사례를 직접 설명했다.

A씨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책임 있는 국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화이자나 모더나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면책권을 받은 것으로 안다. 만든 회사조차 부작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백신을 믿고 맞으라고 했던 정부가 인과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부작용을 인정해줘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후 심근염 진단을 받고 심장이식 수술을 한 아내를 간병하고 있는 B씨도 참고인으로 나섰다.

B씨는 같은 심근염 진단을 받고도 인과성 인정을 못 받았다고 분통을 터트리며, 정부의 대응 방식에 불만을 표했다.

그는 “백신 접종 전 아내는 심장 관련 기저질환은 하나도 없었다”며 “그런데 질병청에서는 인과성을 부정하는 안내문을 달랑 한 장 보내고 끝이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B씨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닷새 후부터 흉통을 호소했고, 이후 심근염 진단 후 심장 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그는 “아내 병간호를 위해 생업을 제쳐두고 간병에 매달리고 있다”며 “현재까지 나온 병원비만 6,600만 원이 넘었다. 생업까지 포기하고 아내 간병에 매달리고 있지만 가계 경제는 이미 파산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당뇨와 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었지만 일상 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던 70대 어머니가 2차 접종 열흘 만에 길랑 바레 증후군으로 사지마비에 이르렀다는 C씨도 3개월 간 1,300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감당하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특히, C씨는 말하는 내내 눈물을 흘리며 현장에 있던 의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그는 “어머니가 접종을 하게 된 것은 대통령이 직접 부작용과 관련한 피해보상을 철저히 하겠다는 대국민 발표를 했고 이를 믿고 따른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병청은 부작용의 원인을 기저질환으로 몰았고 결국 재난적 병원비를 내야만 한다”고 흐느꼈다.

이 외에도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았다는 D씨와 22세 딸이 모더나 백신을 접종받은 후 사망했다는 E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양쪽 뇌 경동맥이 혈전으로 막혀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F씨 등도 나서 정부를 질타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F씨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처럼 복지위 국감장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중증 질환을 앓게 됐거나 사망한 피해자 가족들의 절규 소리가 끊이지 않자 방역당국은 고개를 숙였다.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은 “피해자 분들의 절규에 가까운 호소에 무거운 마음이다. 안타깝고 송구하고 죄송하다”면서 “대응 과정에서 절차상 부족함과 미흡함 있었고 신속하게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덕철 장관도 “이상반응 대응과 관련해 의학적으로 판단할 부분은 질병청에서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정부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면서 “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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