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기업 매출 유형 및 원가율 해부(下)
27개사 평균 마진율 28%…최종 이익, 판관비서 결정나
중소사 원가율은 낮았지만 판관비 높아...마진폭 ‘급감’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제약업계가 ‘저마진 딜레마’에 빠졌다. 몸집이 불어난 만큼 이익도 커져야 하는데 오히려 수익성은 뒷걸음치고 있기 때문이다.

내실 부진의 원인에는 외부 도입 상품(이하 상품)의 지나친 매출 비중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본지 분석결과, 우리나라 상위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제품(이하 제품) 마진율은 17.15%였던 데 반해, 상품 마진율은 5.93%에 그치면서 3배 이상의 격차를 드러냈다.

일부 대형제약사의 경우 도입 상품의 ‘박리다매’ 전략이 먹혀들면서 영업이익이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곳도 있었지만 대체로 외부 품목에 의지한 곳들은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기밀 상 정확한 마진율이 공개되고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도입상품의 마진폭을 약 5~10%로 잡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제약기업들이 팔고 있는 상품과 제품의 마진폭은 과연 기업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어느 정도일까.

<메디코파마뉴스>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기업별 상품과 제품에 대한 각각의 마진율을 추산했다.

본지는 마진율을 분석하기 위해 직접비용에 해당하는 매출원가 외에도 간접비용 격인 판관비에 대해서는 도입상품의 경우 매출의 15%를 판관비(경상개발비 제외)로 적용했다. 다만, 상품매출 비중이 10% 이하인 곳은 매출의 10%만을 판관비로 잡았다.

그 결과, 매출원가를 공개한 27개 제약사의 도입 상품 원가율은 평균 71.74%로 나타났다. 기업이 평균 28.26%의 마진을 챙긴 셈이다. 다만, 이마저도 판관비를 더하면 실제 마진율은 15%대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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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상반기 주요 제약사 상품 및 제품 매출 마진율 현황(자료 출처: 각사 사업보고서, 메디코파마 재구성)
▲ 2021년 상반기 주요 제약사 상품 및 제품 매출 마진율 현황(자료 출처: 각사 사업보고서, 메디코파마 재구성)

≫ 같은 도입 상품, 다른 마진…영업이익, '박리다매'서 결정나

제약사별 마진율은 매출 규모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상품 매출이 300억 원대 이상 나온 7곳의 마진율은 약 19.5%였다. 이는 순수하게 원가율로만 따져봤을 때의 수치로, 여기에 판관비까지 반영하면 마진율은 평균 5.93%까지 내려 앉았다. 기업이 100억 원을 팔면 약 6억 원이 이익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다. 이들 모두 소위 말하는 이른바 상위제약사 군이다.

반면, 상품 매출이 300억 원 미만인 중소형 제약사 17곳의 평균 마진율은 39.83%였다. 판관비까지 반영해서는 평균 26.89%였다. 상대적으로 상위사를 압도하는 수치였다.

다만, 여기에는 ‘숨은 일인치’가 존재했다.

분명 도입 상품의 마진폭은 중소 규모의 제약사가 대형사보다 월등히 높았지만 막상 영업이익을 들여다 보면 광동제약을 제외하곤, 대형제약사 대부분이 100억 원을 훌쩍 넘어선 것.

반면, 중소 제약사가 판매한 도입 상품의 추정 영업이익은 평균 20억 원 내외로 분석됐다. 매출 비중 또한 13.64%에 불과했다. 대형사의 ‘박리다매’ 전략이 먹혀들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입 상품의 매출이 1,000억 원대를 넘긴 곳 중에서는 한독이 12.97%로 가장 높은 이익률을 기록했다. 450억 원 이상 상품 매출을 낸 동국제약도 21%가 넘는 마진을 냈다.

이 외에도 GC녹십자(마진율 8.09%), 동아에스티(11.68%) 등이 5% 이상 마진을 기록했다. 상품 판매에 따른 영업이익은 녹십자 200억 원, 한독 173억 원, 동아에스티 114억 원, 동국제약 95억 원 규모로 추정됐다. 도입 상품이 효자품목 노릇을 한 셈이다.

지나치게 높은 도입 상품의 원가로 인해 턱없이 낮은 마진폭을 기록한 곳도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광동제약이었다. 이 회사의 상품 원가는 88.58%에 달했다.

문제는 광동제약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상품 비중이 70%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판관비를 감안하면 사실상 이 회사는 이익이 거의 나지 않거나 역마진 구조를 가진 곳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중소제약사, 마진은 컸는데…판관비가 수익성 ‘발목’

중소 제약사 17곳의 평균 마진율은 매출원가만을 따져봤을 때 평균 40%에 육박했다. 해외 등으로부터 오리지널 의약품이 아닌 제네릭(복제약)이나 상품을 원가를 대폭 낮춰 국내로 들여와 판매한 전략이 시장에서 먹혀든 것이다. 실제로 상위 제약사의 경우 원가율은 평균 80.5%였던 반면, 중소제약사는 60.2%로 한참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이렇게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율에도 불구하고 원가 외에 추가적인 판관비가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정작 중소 제약사의 마진율과 이익 폭은 쪼그라든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상품 매출 규모 상위 7개사는 매출에서 차지하는 판관비의 비중이 평균 29.4%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상품을 100억 원 팔면 이 가운데 29억 원이 판관비로 나갔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소 제약사에서는 판관비가 차지하는 수치가 약 40%까지 치솟았다. 의약품을 자체적으로 만들거나 도입하는 데 들어간 직접적인 비용보다 인건비나 유통비 등 활동성이 짙은 간접비용에서 출혈이 더 컸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상품 원가로 계산된 마진폭만 보면 팜젠사이언스 37.2%, 알리코제약 20%, 안국약품 21.5%였지만, 판관비를 반영하면 각각 22.2%, 4.9%, 11.5%로 떨어졌다.

판관비 비중은 대형사 가운데 동국제약이 44.12%로 가장 높았으며 동화약품(35.98%), 동아에스티(32.75%), 한미약품(31.85%)이 30% 이상을 점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사 중에서는 팜젠사이언스(65.4%), 알리코제약(53.7%), 안국약품(49.7%), 에이프로젠제약(49%), 이연제약(47.78%), 동구바이오제약(47.1%), 하나제약(46.25%), 진양제약(44%), 명문제약(43.7%) 등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판관비의 비중이 높은 곳들이었다.

이 같은 판관비를 고려해 기업별 마진폭을 보면, 하나제약(마진율 60.54%)과 진양제약(47.6%), 에이프로젠제약(46.27%)의 마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모두 매출 규모가 10억 원 미만으로 규모가 작은 곳들인 만큼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5억 원 내외로 크지 않았다.

이 외에도 동구바이오제약(40.2%), 명문제약(39.09%), CMG제약(37.47%), 신풍제약(32.72%), 이연제약(26.58%), 신일제약(25.54%) 등이 25% 이상의 마진폭을 기록했다.

≫ 자체 개발 제품=고부가가치 ‘성공식’ 재증명

그렇다면 가장 높은 부가 가치를 창출해낸 곳은 어디일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판관비를 포함한 제품 마진이 총 매출의 42%를 차지하면서 2,562억 원의 이익을 챙겼을 것으로 산출됐다.

다만, 이 회사는 기타매출에서 135억 원의 손실이 반영되면서 역마진이 발생했다.

전통제약사 중에서는 한미약품의 마진율이 가장 높았다.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제품 판매를 통해 남긴 마진율은 23.1% 수준이었다.

이어 하나제약(마진율 19.86%), 동화약품(19.15%), 진양제약(19.05%), 동아에스티(18.76%), 광동제약(18.49%), 삼진제약(17.85%), 한국파마(15.12%) 등이 15% 이상의 마진을 내고 있었다.

반면, 명문제약, 팜젠사이언스, 에이프로젠제약 등은 제품을 팔면서도 역마진을 내 사실상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한 대표적인 곳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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