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텐진 엑스포비오, 국내 진출…시장 성공에 ‘쏠린 눈’
美 한달치 약값 2,400여만원…국내 환자 접근성 ‘글쎄’
“임상 데이터 투명성·약가·의사 신뢰·급여 진입 관건”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기술력을 키운 중국 제약사가 우리나라에 처음 진출한 가운데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중국산 치료제의 임상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 의료진의 신뢰를 확보하고, 약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선점해야지만 시장 성공을 담보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안텐진제약의 의약품 및 의약외품 수입업을 정식 허가했다.

안텐진제약은 혈액암과 종양학 분야의 치료제를 개발 및 상업화하는 기업으로 최근 들어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중심으로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3월 국내 법인 등록을 마치고 김민영 前 입센코리아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영입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및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에 투여하는 항암제 ‘엑스포비오정20mg(성분명 셀리넥서)’을 허가받았다. 이 약은 핵 수송 단백질(nuclear export protein)인 XPO1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약물로, 작년 11월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은 제품이다.

엑스포비오는 미국 캐리오팜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약물로 안텐진이 중국, 한국, 호주, 뉴질랜드 및 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시장에서 독점 개발 및 상업적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주로 노령층에서 발생하는 다발골수종은 인구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매년 환자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재발이 잦고 완치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다발골수종은 2018년 5년 상대 생존율이 46.6%에 불과할 정도로 다른 암종 대비 낮은 생존율을 보인다.

전신치료에 실패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역시 치료 후 악화될 때마다 완치 또는 장기 무병 생존의 기회가 감소한다.

≫ 보험 급여권 진입, 국내 시장 성공 여부 ‘핵심키’ 될 듯

엑스포비오는 2가지 2상 연구인 STORM과 SADAL을 통해 이번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STORM 연구에서 엑스포비오는 4가지 이상의 치료에서 재발 또는 불응한 다발성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덱사메타손과 병용해 객관적반응율(ORR, Objective response rate) 26%와 임상적효용률(CRB, Clinical benefit rate) 39.9%라는 결과지를 받아들었다.

2가지 이상의 치료에서 재발한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SADAL 연구에서는 엑스포비오 단독치료로 객관적반응율(ORR) 28.3% 완전관해율(CR) 11.8%를 보여줬다.

기존 표준 치료에 대한 내성으로 사실상 대안이 없던 재발성골수종 환자들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기대를 모은 배경인 것.

문제는 약가다. 엑스포비오는 미국에서 한달치 약값으로 2만 달러(2,374만 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이와 비슷한 가격으로 책정될 경우 높은 비용 부담 때문에 환자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 급여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도 중대 과제다. 지난 3월 급여권에 진입한 한국다케다제약의 다발골수성 치료제 닌라로(익사조밉 시트레이트)만 보더라도 건강보험 급여권 진입은 쉽지 않았다.

닌라로는 2017년 5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이후 같은 해 7월 시판 허가를 받았으나 급여 등재는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다발성골수종 환자의 치료에 레날리도마이드 및 덱사메타손과의 병용요법으로 허가된 닌라로의 상한금액은 145만원/캡슐(환급형)이다.

이 같은 사례에 비춰봤을 때 엑스포비오 역시 급여 등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메이드 인 차이나 약 ‘꼬리표’…의료진 신뢰 회복이 ‘관건’

‘중국산 약’이라는 선입견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엑스포비오는 안텐진이 미국 제약기업 캐리오팜으로부터 라이선싱 받은 제품이지만 ‘중국 제약사’라는 꼬리표만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중국은 각종 임상 데이터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수치를 조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불신을 초래했다.

실제로 중국 제약사 시노백은 자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 예방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에 비춰봤을 때 안텐진이 국내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임상 데이터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해 의료진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특수성을 가진 시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약가 협상과 급여권 진입이 중요한 이유”라며 “시장에서 가격 우위를 선점하지 못할 경우 성공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또한 국내 제약산업이 주력하는 품목을 피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만이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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