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소송 39건 급증…국민 세금 4,000억 원 손실
집행정지 따른 약가인하 지연…정부 승소해도 ‘무용지물’
제약사 계산상 이익 보는 구조…김원이 의원 “법 개정 추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제약사들의 집행정지 소송에 의해 전 국민이 납부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연간 1,500억 원 이상 새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달 예정된 국정감사에서도 집행정지 소송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지 관심이 쏠린다.

올해 국감을 앞두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제약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소송은 58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18년 이후 제기된 건수만 39건으로, 제약사들의 소송은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는 2018년에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2019년 8건, 2020년 10건에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9건의 집행정지 가처분소송이 제기됐다.

문제는 제약기업의 소송 남발로 인해 건보 재정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이후 집행정지 인용으로 약가인하가 늦춰진 31건에 의해 발생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이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제약사의 집행정지 소송은 ▲제네릭(복제약) 출시에 따른 오리지널 약가인하 ▲재평가에 따른 약가인하 ▲가산종료에 따른 약가인하 ▲건보 적용 범위 축소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제네릭 출시에 따른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 인하와 관련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2013년부터 5년 간 제기되지 않던 가처분신청은 2018년 2건을 시작으로 2019년 6건, 2020년 5건, 올해는 상반기에만 3건이 제기됐다.

제네릭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는 첫 해 기존 약가의 70%, 1년 뒤 53.55%로 조정된다. 제약사들은 이 같은 약가인하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소를 제기한다.

이 때 집행정지 가처분신청도 동시에 진행하는데 법원에서 이를 인용할 경우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가인하는 이뤄지지 않는다. 점안제 약가인하로 대표되는 ‘재평가에 따른 약가인하’, 또 최근 제도 변경으로 인해 가산기간을 제한하면서 발생한 ‘가산종료에 따른 약가인하’, 그리고 콜린알포세레이트 사태 등이 대표적인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축소한 사례로, 이 같은 방식이 적용됐다.

여기서 법원은 제약사의 가처분신청을 대부분 받아주고 있다. 2018년부터 제기된 39건의 가처분신청 가운데 인용되지 않은 건은 1건뿐이다.

집행정지로 인해 약가인하가 늦춰지는 기간은 짧게는 5개월에서 2년 6개월에 달한다. 한국노바티스가 지난 2018년 3월 제기한 약가인하 취소소송의 경우 집행정지된 기간만 2018년 4월~2020년 10월까지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소송에서 승리하더라도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약가인하 이전의 가격으로 제약사가 얻은 이익을 환수할 방법이 없었던 것.

정부가 약가인하나 급여범위를 축소해도 제약사 입장에서는 소송비용만 부담하면 계산상 이득을 보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약가인하나 급여범위 축소와 관련한 소송에서 제약사가 모두 패소해도 소송제기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최근 정부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소송에서 급여범위 조정 집행정지 기간 동안 임상을 새로 실시하고 실패 시 해당 기간 수익의 20%를 환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해결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원이 의원은 “약가조정 사유가 명백한데도 현상유지를 위한 행정소송이 남발된다는 지적이 많다”며 “약가인하 지연으로 인한 건보재정 누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안 소송에서 정부가 승소한 경우 정부 측이 손실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고, 반대로 제약사가 승소한 경우 손실액을 국가가 지급하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법안 추진계획을 밝혔다.

올해 국감에서도 제약사의 ‘버티기 소송’에 대한 문제는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감에서의 지적이 법 개정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제약계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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