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낸 투자자, 셀트리온·씨젠·신풍·부광 등에 수천억 몰빵
한국비엔씨·바이오니아 주주 ‘웃고’ 씨젠·신풍·일양 ‘울고’
“유동성 축소 시 제약바이오 빚투 개미 피해 규모 클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이달 들어 주식 신용거래가 사상 최대치인 25조 원을 돌파하자, 정부가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이른바 빚투 개미들에게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종은 유동성을 바탕으로 신용융자 잔고가 많은 업종에 속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7일 오후, 금융감독원은 주식 신용거래에 대해 투자자 손실이 증가할 수 있다며 긴급 소비자경보를 내렸다. 지난 2012년 소비자경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적용된 조치다.

금융당국이 더이상의 신용거래는 증시 폭락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

실제로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담보로 빚을 내서 다시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신용매매 거래 규모는 24일 현재 25조2,840억 원 규모로 코로나19 사태 이전 6,578억 원(2020년 3월말기준)의 4배 수준에 달하고 있다.

급기야 일부 증권사에서는 신용대출 한도가 소진돼 대출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를 반영하듯 금융당국은 돈을 빌려주는 증권사에 대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향후 신용거래 축소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주목할 점은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자금이 대거 몰린 제약바이오 업종이 올해 주가 하락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이다.

주가가 급락하면 빚으로 산 주식은 담보비율이 줄어들어 다시 매도물량이 나오는 악순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신용융자를 안고 제약바이오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금융투자협회 및 한국거래소 신용융자 잔고 데이터를 토대로 주요 제약바이오 종목 132곳의 신용융자 현황을 분석하고 기업별 평가수익률을 단독 공개한다.

≫ 셀트리온·씨젠·신풍·부광 등 빚투 규모만 ‘수 천억원’

지난 24일 기준, 제약바이오 132개 종목의 신용융자액은 3조8,616억 원에 달했다. 이 중 평가이익으로 잡힌 금액은 945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주가가 급등한 한국비엔씨와 바이오니아 2종목의 투자이익만 1,128억 원에 달해 두 회사를 제외할 경우 사실상 이익 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번 본지 조사 대상에 오른 기업 가운데 이익이 난 곳은 65종목, 손실을 낸 곳은 67종목이었다. 돈을 빌려 주식을 샀지만, 절반의 종목에서 손해를 본 셈이다.

투자자들이 빚을 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셀트리온이었다. 이 회사에 끼여 있는 신용융자 규모는 5,380억 원에 달했다. 이들의 평가 차익은 793억 원 수준으로 평균 1.47%의 수익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셀트리온 외에도 셀트리온헬스케어(신용융자액 4,546억 원), 씨젠(2,206억 원), 셀트리온제약(1,678억 원), 신풍제약(1,664억 원), GC녹십자(1,204억 원), 삼천당제약(1,076억 원), 부광약품(1,040억 원)을 사겠다는 투자자들에게 증권사가 1,000억 원 이상의 돈을 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신용융자액 896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655억 원), 파미셀(547억 원), 유바이오로직스(522억 원), 인트론바이오(518억 원), 한국파마(455억 원), 차바이오텍(435억 원), 이연제약(428억 원), 종근당(419억 원), 한미약품(415억 원), 유나이티드제약(414억 원), 일양약품(402억 원) 등도 대규모 신용거래로 투자금이 몰린 곳들이었다.

☞  <제약바이오 종목별 신용융자 잔고 및 수익률 현황> 전체 표 내려받기는 최하단에 박스를 클릭해주세요.

≫ 빚내서 씨젠·신풍·일양 ‘몰빵’ 했지만…돌아온 건 ‘손실’

문제는 투자자들이 거액의 빚을 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절반 이상의 종목에서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실 규모가 큰 대표적인 곳은 씨젠이었다. 투자자들은 2,207억 원을 빌려 이 회사의 주식 242만3,902주를 사들였다. 이 중 총 손실액은 602억 원 규모로 주당 평균 손해금액이 2만4,813원에 달했다. 손실률만 30%를 육박하는 수준이다. 씨젠의 주가는 지난 4월 23일 연중 최고가인 11만6,400원을 찍은 이후 24일 현재 6만6,200원으로 43% 급락한 상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종목별 신용손실 규모를 보면, 신풍제약 –186억 원(수익률 11.17%↓), 셀트리온헬스케어 –123억 원(2.71%↓), 일양약품 –103억 원(25.72%↓), 부광약품 –93억 원(8.94%↓), 앱클론 –85억 원(37.96%↓), 제일약품 –58억원(22.81%↓), 화일약품 –57억 원(26.39%↓), 영진약품 –51억 원(19.37%↓) 등이 비교적 손해 폭이 컸던 곳들이었다.

이 외에도 국제약품 –43억 원(수익률 36.57%↓), 콜마비앤에이치 –40억 원(14.8%↓), 파멥신 –34억 원(43%↓), 바이넥스 –32억원(9.56%↓), 에이비엘바이오 –22억 원(11.23%↓) 등이 주가 약세에 따라 손실이 났다.

≫ 신용융자 사상 최대치주가 급락 시 피해는 ‘빚투 개미’ 몫

금융투자협회가 공개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9월 들어 신용거래 규모가 25조 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 13일에는 총 25조6,540억 원(코스피 13조9,788억 원, 코스닥 11조6,752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이처럼 신용융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만큼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증권사들의 신용융자가 한도 소진으로 중단됐다가 다시 재개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증권사의 융자력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돈을 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런 초유의 사태는 주식시장이 상승장일 때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하락장일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신용잔고가 많은 주식의 경우 급락이 더 가파르고 융자금이 감소하면서 손실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3월 초부터 3월 중순(19일)까지 종합주가지수가 28% 급락하면서 당시 10조 원에 달했던 신용잔고액은 7조 원대로 급격히 쪼그라든 바 있다. 여기에는 반대매매로 인한 물량 출회도 한몫했다.

문제는 최근 증시에서 일평균 반대매매 거래 금액이 지난 7월 42억 원에서 한 달만인 8월 들어 85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는 점이다.

반대매매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사들인 주식이 주가 하락으로 담보율이 낮아지면 추가 증거금이 요구되는데, 이 때 투자자가 추가 담보 주식이나 돈을 넣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임의로 주식을 팔아 상환받는 것을 뜻한다. 증권사가 임의로 주식을 팔 때는 이미 시세가 떨어진 상태인 만큼 매도가 역시 저렴한 가격으로 매겨진다. 개인 투자자로서는 반대매매를 당하면 큰 손실을 떠안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평균 공여율 9%, 잔고율 3.52%…악성 매물 전환 ‘위험 수위’

제약바이오기업 132곳의 평균 신용 공여율은 9% 비중을 차지했다. 공여율은 전체거래에서 빚으로 사들인 신용거래의 비중을 말한다. 때문에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식이나 급등주 등에서 신용거래 비중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24일 기준, 신용 공여율은 대한뉴팜(신용공여율 38%), 신일제약(29%), 화일약품(29%), 삼진제약(29%), 삼일제약(25%), 일동제약(23%), 옵티팜(22%), 대웅제약(20%), 바디텍메드(20%) 등이 2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상장주식 5주가 거래될 때 최소 1주는 대출을 받아 샀다는 의미다.

신용 잔고율은 평균 3.52%로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 거래량이 많은 전기전자나 운송장비 업종의 경우 평균 2%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제약바이오기업의 잔고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셈이다.

잔고율은 해당 종목의 상장 주식수에서 빚으로 사들인 주식 수의 비율을 뜻한다. 때문에 주가가 급락할 경우 신용 잔고는 매물로 전환돼 투자자의 손실 규모를 더 키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신용 잔고율은 제일바이오가 9.3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삼천당제약(8.96%), 제놀루션(8.68%), 국제약품(8.34%), 진양제약(8.26%), 바디텍메드(7.97%), 인트론바이오(7.92%), 신일제약(7.6%), 화일약품(7.42%), 팜젠사이언스(7.38%), 비씨월드제약(7.35%), 한국파마(7.11%)가 7%를 초과했다. 이는 총 상장 주식수가 100주라면 이 중 7주는 돈을 빌려 산 주식이었다는 의미다.

제약바이오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전문가는 “지난해 제약바이오 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을 거뒀지만, 올해는 조정 내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앞서 신용융자를 통해 주식을 대거 매입한 투자자들의 경우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과 이자 부담으로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정부의 대출 규제나 금리 인상 등 유동성 축소가 예상되고 있다”며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신용한도 축소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현재 임계점에 도달한 신용융자 잔고는 충분히 우려할 만한 사안이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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