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호재 등에 업고 주가 고공행진…시가총액 ‘퀀텀점프’
SD바이오·씨젠, 저평가 목소리에도 투심 외면…주가 ‘지지부진’
불확실성에 몰리는 공격적 배팅…제약바이오 ‘신뢰성 훼손’ 우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백신 관련주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 압도적인 실적에도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는 진단키트주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는 잠재적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불확실성의 실체가 향후 시장의 기대감에 부합하지 못하면 제약바이오 전반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진단키트 테마주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확연히 다른 모양새다. 백신 대장주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증시를 이끌 만큼 성장했지만 진단키트 쌍두마차인 SD바이오센서와 씨젠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 백신 임상 3상 승인과 위탁생산 사업 호조 등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다. 7월까지만 해도 11~12조 원대를 오가던 시가총액이 지난달 17일(52주 최고가 기준 27조6,930억 원) 28조 원에 근접했을 정도다. 최근 조정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20조 원(9.17일 종가 기준 20조 8,462억 원) 라인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SD바이오센서와 씨젠은 좀처럼 반등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코스피에 입성한 SD바이오센서는 지난달 11일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면서 시총이 7조 원(7조1,154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후 계단식 하락이 이어지다 현재(9.17 종가 기준)는 4조 9,828억 원에 그치고 있다.

씨젠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코로나19 최대 수혜주로 부각되며 한 때 8조 원(52주 신고가 기준 7조8,951억 원)에 육박했던 시총은 현재 3조3,164억 원(9.17 종가 기준)까지 쪼그라든 상태다.

이처럼 최근 주가 행보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압승을 거두고 있지만 실적은 정반대 양상이다.

SD바이오센서와 씨젠은 올해 상반기 각각 1조9,595억 원, 6,555억 원의 매출액과 9,667억 원, 3,38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국내 제약바이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백신 위탁생산 사업을 등에 업고 매출액 2,573억 원, 영업이익 1,199억 원을 올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줬지만 진단키트 대장주들과 직접적인 비교가 될 정도는 아니다.

보통 실적과 주가가 비례하는 경향이 강한 것을 감안했을 때 현 시장 분위기는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낸 원인으로 실적 지속성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진단키트보다는 백신 업체의 잠재적 가능성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백신과 진단키트의 잠재적 수익성을 예측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글로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진정되면 진단키트의 실적이 수직 급락할 것이란 공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데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등장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앞으로 단순 호흡기 질환과 코로나19를 구분할 진단키트의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저개발 국가의 경우 진단키트 수출액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SD바이오센서와 씨젠의 현 주가 수준이 저평가돼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이유다.

반면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과 개발 기대감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위탁생산 수혜를 보고 있는 국내 업체가 현재 극히 일부인 데다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선진국들이 물량을 싹쓸이하며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확진자 증가세도 통제되기 시작하면 시장 파이가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는 것.

토종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상당하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후속 백신들도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특히 선진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받은 백신도 부작용 이슈로 인해 접종 기피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제한된 임상으로 개발되고 있는 국산 백신이 국내·외에서 얼마나 효용 가치를 가질지에 대한 비판이 상당하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한 관계자는 “백신과 진단키트의 중장기 수급과 수익성을 쉽게 예측할 수 없음에도 구체적인 근거없이 어느 한쪽으로 투심이 몰리는 것은 경계를 해야 한다”며 “현재 제약바이오를 지탱하는 코로나19 모멘텀이 긍정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 불확실성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과열된 분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좋지 못한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거품이 급격하게 꺼지며 시장 전반에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뢰성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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