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법·보험업법 정부 입법 발의…국회 상임위 심의·의결 남아
의료계, 의료민영화 시발점 우려…“비급여 진료내역 제출로 변질”
경실련, “산업 활성화에 초점 맞춰진 법안…국민 피해 우려에 반대”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공-사보험 연계법’이 원안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국회 본회의 의결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라고 우려하는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이어 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라며 시민단체까지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법 및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각각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보험업법 개정안은 정무위원회 심사를 거치게 된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를 밟아 개정안을 확정하게 된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기존의 공사보험정책협의체를 통해 추진되던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연계 관리가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보건복지부-금융위원회) 간 협의·조정 근거가 마련된다.

특히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이 상호 간에 미치는 의료 이용량 및 의료비용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와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도 확보된다.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초 이 법은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강화정책으로 인한 실손보험사의 반사이익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보험사에 건강보험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내용 중심으로 변경됐다. 실제로 공-사보험연계위원회의 심의대상에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및 지급 등 편의증진에 관한 사항’ 및 ‘건강보험 비급여 의료비의 관리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됐다.

또 의료기관 실태조사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를 ‘비급여 진료비용의 항목·기준 및 금액 등 현황의 조사·분석 및 공개’ 및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등에 관한 평가’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사보험 연계와 무관한 사항까지 포함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공사연계법은 국민의료비 및 실손보험료 부담 완화라는 애초의 취지와 무관하게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자료 제출로 변질됐다”며 “이를 통해 비급여 진료를 통제하고, 민간보험사의 사익만 보장하게 된 셈이다. 이는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가 계속 반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강행했다”며 “이 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에서도 공-사보험연계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초 법 취지와 달리 정부가 디지텔 헬스케어산업의 활성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어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 남은경 국장은 16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사보험연계법안은 20대 국회 때 발의됐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며 “당시 해당 법안은 실손보험을 건강보험 정책과 연계해 관리하자는 취지로 공보험 의료정책 중심이었으나 이번에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은 보험업법과 국민건강보험법으로 각각 나뉘어 금융위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체가 돼 대등한 형태로 운영돼 부적합하다”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정부 당국이 민간보험사에서 운영하는 의료 관련 보험을 정책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의료정책 중심에서 국민의 비용 부담이나 체계를 어떻게 짤 것이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지금의 법안은 민간보험 관련 데이터를 받기 위해 공보험 데이터를 넘겨줘야 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보험이 민간보험의 데이터를 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반대의 경우 민간보험사에서 국민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이익 추구에 이용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남 국장의 주장이다.

남 국장은 “정부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키우면서 민간보험사들의 산업 확장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의 틀 안에서는 공·사보험 연계법이 공익적, 보건의료정책 차원으로의 접근은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금융업 활성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결국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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