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회장, 前 집행부 이후 악화된 여론 ‘신뢰 회복’에 주력
의협 대의원회, 수술실 CCTV 본회의 통과 저지 위한 투쟁 주문
회원 권익 걸리지만…여론 의식해 파업 보다 ‘대화’에 주력할 듯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필수호가 출항 3개월 만에 진퇴양난에 빠졌다.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하자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본회의 통과 저지를 위한 투쟁을 주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 신뢰 회복에 주력한 이필수 집행부 입장에서는 여론 악화를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법안을 의결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필수 회장을 향해 투쟁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필수 회장은 대정부 투쟁보다 소통과 대외협력을 중요시해 왔다. 전임 집행부의 ‘강경 투쟁’ 모드로 인해 보건의료 정책에서 ‘의료계 패싱’이 잇따른 데다 국민 여론이 악화돼 이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와 여야 국회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인 스킨십을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법안이 복지위를 통과하자 의료계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의협 집행부는 회원을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한참 부족하다”며 “무기력하게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통과를 지켜보기만 한다면 앞으로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협 집행부가 예외 조항 설정에 애써 위로받거나 이 문제를 향후 헌법소원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집행부는 회원 권익 수호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회원을 결집하고 투쟁을 위한 행동 절차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의원회의 이 같은 요구에 이필수 집행부는 난감한 입장이다. 출범한 지 이제 막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강경 투쟁 모드로 선회하기에는 아직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펼쳤던 총파업 여파로 의사사회에 대한 국민 불신은 여전히 팽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협회가 다시 투쟁 모드로 선회한다면 의료계의 국민 신뢰 회복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더욱이, 현재 의사 면허 규제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법도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된 이후 의정협의체를 통해 논의하자고 했지만, 관련 법안은 여전히 살아있어 언제든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3년 동안 보건의료 정책을 추진하며 국민 신뢰와 지지 필요성을 알고 있는 이필수 회장으로서는 투쟁 선회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그렇다고 투쟁 목소리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다.

이필수 회장은 최근 진행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회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정부·국회와의 소통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이 복지위에서 통과하면서 이 회장의 말은 공염불에 그치게 됐다.

그야말로 의사협회가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이를 방증하듯 의사협회는 투쟁 선회와 관련, 내부 논의 중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26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집행부가 출범한지 얼마 안 된데다 수술실 CCTV 설치를 비롯해 보건의료정책 법안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도 마찬가지”라며 “24일 수술실 CCTV 강제 설치 의무화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협회 이정근 상근 부회장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지만, 투쟁으로 선회하는 방향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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