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공공의대·의사 증원 반대 외치며 거리로 나서
의사협회 이필수 집행부, 취임 후 ‘대국민 신뢰 회복’ 주력
대전협, 집행부 ‘유명무실’…의대협은 1년째 ‘무정부’ 상태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며 의사들이 거리로 나선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파업을 주도했던 젊은의사 단체들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며 무정부 상태가 계속됐고 대한의사협회는 새 집행부가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국민에게 냉대를 받고 있다.

2020년, 의료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당시 정부에서 추진 중이던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반대하며 무기한 파업 투쟁을 벌이면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또 한번 의료대란을 야기했다.

파업은 9월 4일 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서로 합의하면서 끝났다. 이후 의료계는 내부 분열이 일어나면서 세대 갈등에 빠졌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의료계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3월 새로운 수장에 선출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의 첫 행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었다. 국민 신뢰부터 회복해야 협회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회가 수술실 CCTV 설치와 의사 면허 규제 등의 법안에 반대 입장을 강경하게 펴면서 신뢰 회복은 커녕 오히려 불신만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전문병원에서 연이어 터진 대리수술 파문은 의사협회의 자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시 파업을 이끌었던 젊은의사들의 상처는 더 심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단체행동이 끝난 후 새로운 수장을 선출했지만, 집행부 구성에 난항을 겪으며 사실상 지난 1년 동안 표류했다. 그러면서 의료 현안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던 대전협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게 됐다.

더욱이 의정합의 당시 합의문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문제가 포함돼 있었지만, 지난 1년 동안 제대로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대전협은 다시 새로운 수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전자투표 도입 이래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파업이 막 끝난 후 출범한 24기 한재민 회장 당선 당시에만 해도 투표율은 66%였다. 불과 1년 만에 36%로 반토막난 것.

집행부를 향한 전공의들의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계기다.

동맹휴학과 국가고시 거부까지 감행하며 선배 의사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던 의대생들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9.4 의정합의 이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도 회장단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되는 등 심각한 내홍에 휩싸였다.

이후 의대협의 집행부 임기는 지난 3월 종료됐지만, 여전히 새로운 수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원자가 없다는 이유다.

더욱이 지난 파업 이후 의대생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스스로 국시를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사회에서 의대생에게 국시 재응시 기회를 부여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여론은 냉담했다.

그러나 정부는 의사 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응시 기회를 한번 더 부여했고 시민들은 ‘특혜’라는 이유로 반감이 커졌다.

더욱이, 정부가 마련해준 시험에서 불합격한 일부 의대생들이 하반기 시험도 볼 수 있게 해달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여론은 더욱 더 악화됐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파업 후 1년이 지났지만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그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봉합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며 “의사협회 집행부가 내부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잦은 투쟁으로 지친 회원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외치며 마음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신뢰 회복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정부에서는 계속 의사를 옥죄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 데다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때마다 ‘밥그릇 챙기기’로 비춰지기 때문”이라며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그보다 배는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정부와 여당은 공공의대와 의대 정원 확대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만큼 언제 다시 또 추진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 때가 됐을 때 의료계가 다시 하나가돼 저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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