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내 제약바이오 122곳 2021년 2분기 실적 해부(上)
올 제약바이오 '1조 클럽' 11곳 예약…코로나 비즈니스 ‘총력’
영업익 3곳 중 1곳만 ‘증가’…흑자전환 9곳 vs 적자전환 21곳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체로 몸집은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일부 대형사와 진단기기 업체를 제외하곤 당초 기대치에 한참 부족한 수준이었다.

제약바이오기업 10곳 중 7곳은 전년보다 매출이 늘었지만, 반대로 10곳 중 7곳은 영업이익이 쪼그라들면서 수익성 악화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바이오 중심의 하위권 기업 대다수는 이익이 난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적자에 시달렸다. 

<메디코파마뉴스>는 2021년도 2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122곳의 공시자료(연결기준)를 분석했다.

≫ 국내 제약사 10곳 중 7곳은 수익성 ‘악화’

전체 122개 제약사 중 83곳이 전년 2분기 대비 매출 성장에 성공했다. 이 중 매출은 증가했어도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 성장률인 5%의 벽을 넘지 못한 곳이 14곳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성장을 기록한 곳은 69개사에 불과했다. 즉 절반에 가까운 53개사는 외형이 쪼그라든 것이다.

수익성 악화를 보인 곳도 전체의 74%(90곳)에 달했다. 10곳 중 7곳 이상이 남는 장사를 못한 셈이다.

이들 기업은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거나 적자를 낸 곳들이다. 대표적으로 안국약품, 부광약품, 일동제약, 제일약품, 영진약품, 삼천당제약, 신풍제약, 동성제약, 조아제약 서울제약, 경보제약, 팜젠사이언스 등 21개사가 영업이익이 적자전환 했다.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 돋보인 곳도 있었다. 셀트리온제약, 경남제약, 진양제약, 에스디바이오센서, 녹십자셀, 삼성바이오로직스, 메타바이오메드 등 7개사는 수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SK바이오사이언스, 동아에스티, 명문제약, 에스티팜, 대웅제약, JW중외제약, 차바이오텍, 메디톡스, 쎌바이오텍 등 9개사는 영업이익이 흑자전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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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바이오 11개사 상반기 누적 매출 5천억 웃돌아…’1조 클럽’ 유력

올 상반기(6개월간) 매출 5,000억 원 이상을 달성한 곳은 11개사로 확인됐다. 매출 1위는 코로나19 진단키트의 힘이 작용한 에스디바이오센서로 전년 상반기(2,193억원)보다 9배 성장한 1조9,595억 원을 달성했다. 줄곧 1위를 지켜왔던 셀트리온은 8,887억 원으로 2위로 밀려났다.

전통 제약사 중에는 유한양행이 8,124억 원으로 최다 판매고를 기록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7,895억 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6,730억원), GC녹십자(6,698억원), 씨젠(6,555억원), 종근당(6,394억원), 광동제약(6,270억원), 대웅제약(5,593억원), 한미약품(5,496억원) 등이 최상위권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은 이미 1조 원을 돌파한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함께 5,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만큼 올해도 1조 클럽 입성이 유력해졌다.

≫ 대형제약사 실적 ‘희비’…대웅·한미·동아ST·동화·셀트리온제약 상승세 ‘주목’

2분기 매출 규모 400억 원 이상의 상위 제약사 47곳 중 18곳에서만 수익성이 전년보다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9곳은 적자거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2분기로만 봤을 때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낸 곳은 진단기기 업체인 에스디바이오센서였다. 이 회사는 전년보다 383% 늘어난 3,904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상반기 누적으로 보면 9.66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이미 1조 원에 육박한 이익을 올렸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영업이익 1,668억원, 전년比 105%↑)가 전년보다 두 배 이상의 이익을 내며 그동안 1위를 고수했던 셀트리온을 제치고 영업이익 규모 2위로 올라섰다.

이와 함께 SK바이오사이언스(영업이익 662억원, 전년比 흑자전환), 휴젤(266억원, 59%↑), 대웅제약(187억원, 흑자전환), 셀트리온제약(166억원, 189%↑), 바디텍메드(1166억원, 11%↑), 한미약품(159억원, 50%↑), 하나제약(106억원, 66%↑) 등이 수익성을 개선하며 100억 원 이상의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동아에스티(영업이익 79억 원, 흑자전환), 동화약품(72억 원, 16%↑), 에스티팜(49억 원, 흑자전환), 메디톡스(44억 원, 흑자전환), JW중외제약(20억 원, 흑자전환) 등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반면, 수익성 부진에 시달린 곳도 있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비록 올 2분기 각각 1,632억 원과 76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작년 기록했던 영업이익보다는 각각 10.2%, 12.3%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진단키트 대표 기업인 씨젠도 2분기 들어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14.7% 감소한 1,442억 원에 그치면서 급성장세가 한풀 꺾인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 외에도 종근당(영업이익 316억 원, 전년比 13%↓), 콜마비앤에이치(230억 원, 35%↓), 바이오니아(226억 원, 29%↓), 동국제약(158억 원, 13%↓), 녹십자(111억 원, 29%↓), 광동제약(92억 원, 33%↓), 보령제약(65억 원, 33%↓), 일양약품(62억 원, 18%↓), 대원제약(45억 원, 40%↓), HK이노엔(30억 원, 77%↓), 경동제약(25억 원, 52%↓) 등이 10% 이상의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감소로 수익성 부진을 겪었다.

또 일동제약(-84억 원), 영진약품(-49억 원), 안국약품(-23억 원), 삼천당제약(-20억 원), 신풍제약(-11억 원), 제일약품(-10억 원), 부광약품(-6억 원), 경보제약(-2억 원) 등은 2분기 영업 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 SD바이오센서, 영업이익만 1조…전통제약사 분발도 ‘주목’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들 가운데 눈길이 가는 곳들이 있다.

먼저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대형사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 회사는 전년 대비 매출이 4배(295%) 오른 7,804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08억 원에서 3,904억 원으로 383% 급증했다.

백신 보급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과 변이 발생을 반복하면서 진단키트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일각에서는 이 회사가 상반기에만 1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한 만큼 하반기 역시 같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의 분발도 주목할 만하다. 

대웅제약은 올 2분기, 매출 2,897억 원(전년比 14.1%↑), 영업이익 187억 원(흑자전환)을 기록하면서 실적개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 같은 실적 성장에는 전문의약품 부문의 매출 증가와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의 고성장이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나보타 매출은 전년 동기 56억 원에서 올해 232억 원(국내 90억 원, 수출 142억 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나보타의 美 유통사인 이온 바이오파마가 메디톡스와 소송 취하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셀트리온제약도 연일 축포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120% 올라온 96억 원을 기록했는데 2분기에는 이보다 더 늘어난 16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수익성 개선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이 같은 급성장에는 간장용제 시장 1위 제품인 ‘고덱스’의 공이 컸다. 이 약은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32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 셀트리온으로부터 제공 받은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램시마’, 항암제 ‘트룩시마’와 ‘허쥬마’ 등도 상반기 235억 원을 달성하면서 실적 성장에 기여했다.

한미약품은 전문의약품의 처방 성장으로 2분기 의미 있는 결과지를 받아들었다. 매출은 전년보다 14.7% 늘어난 2,793억 원, 영업이익은 159억 원으로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여기에는 이 회사의 중국법인인 북경한미의 실적 상승이 한몫했다. 진해거담제 ‘이탄징’은 194억 원의 매출로 전년대비 28배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보이면서 북경한미의 매출 595억 원(전년비 120%↑), 영업이익 86억 원의 기록을 거들었다.

동아에스티는 2분기, 시장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면서 하반기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높였다. 매출은 1,474억 원(전년比 32.1%↑)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79억 원(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이 회사의 주요 품목들의 매출 증가세가 성장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위염치료제 ‘스티렌’ (48억 원, 전년比 202.8%↑), 기능성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80억 원, 39.3%↑), 성장호르몬제 ‘그로트로핀’ (100억 원, 41.2%↑) 등이 대표적이다. 또 도입 신약인 손발톱무좀치료제 ‘주블리아’(57억 원, 53.5%↑)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JW중외제약은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이 회사는 지난 2년간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반전되는 분위기다. 1분기 10%의 매출 성장과 함께 9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분기에도 흑자 전환하면서 20억 원의 이익을 내는 등 정상궤도 진입을 예고한 것.

이 같은 실적 개선은 전문의약품(ETC)의 판매고 증가(2분기 매출 1,150억 원, 10.3%↑)와 중국 심시어파마슈티컬그룹에 기술수출한 통풍치료제 'URC102'의 마일스톤 유입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동화약품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다섯 분기 연속 5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올 2분기 역시 72억 원의 이익을 달성했다. 여기에는 주력 제품인 ‘활명수’류가 상반기 11.7% 성장한 36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실적개선에 힘을 보탰고 지난해 7월 인수한 척추 임플란트 전문 제조업체 ‘메디쎄이’ 매출 등 의료기기 사업 실적이 올해 신규로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 코로나19가 ‘쏘아올린’ 틈새시장…위탁생산 업체 ‘인기몰이’

백신 위탁생산(CMO)으로 재미를 본 기업들도 실적 상승이 뚜렷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분기 매출 1,446억 원으로 전년보다 277% 급성장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42억 원 적자에서 662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러한 ‘어닝 서프라이즈’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에 따른 매출 효과가 이익에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이 회사는 올해 새롭게 CMO 등 용역 매출로만 상반기에 1,294억 원을 올렸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NVX-CoV2373'의 공정개발과 원액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했다. 또 자체 개발한 백신 ‘GBP510’에 대해 3상 임상시험계획(IND)도 승인받아 향후 선구매에 따른 수조 원대의 매출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34%, 105.6% 늘어난 4,122억 원, 1,668억 원을 달성했다.

회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 증가로 현재 1, 2 공장 모두 풀가동 중이다. 여기에 3공장 가동률도 최근 상승하고 있으며 2022년 가동을 목표로한 4공장 수주도 진행 중이다. 실제로 2019년 41.6%에 그쳤던 공장가동률은 올 2분기 79.6%까지 올라왔다.

항체의약품의 수주잔고(아직 이행되지 않은 수주액)는 6월 현재 43억5,600만 달러(한화 약 5조1,000억 원)로 집계됐으며 제품개발 성공 시 83억3,300만 달러(9조7,500억 원)까지 확대되는 구조다. 향후 이 회사의 수익성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배경이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델타 변이 등으로 인해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 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라며 “급변한 제약바이오 생태계에 적응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회사 간 격차가 커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옥석 고르기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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