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압도적인데 시장 반응은 ‘시큰둥’…“잣대 따로 있다”
벼락 스타에 보수적 시선…플러스 알파 요구하는 ‘투심’
“신사업·M&A 등 기업가치 끌어올릴 중장기 전략 확보해야”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로 단숨에 국내 제약바이오 중심에 선 진단기기 업체에 대한 저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적 상위사외 비교해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지만 시가총액 규모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그러나 실적 수치만으로 기업의 가치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주력 사업의 성장성과 지속성에 대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의 성과가 일회성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시장의 보수적인 시선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진단기기 업체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올해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이 두 회사는 올해 1분기 각각 3,517억 원, 1조1,791억 원의 매출과 1,939억 원, 5,76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실적 1위에 올라선 셀트리온(연매출 1조8,491억 원/영업이익 7,121억 원)과 업계 두 번째로 영업이익 2,000억 원 고지(2,925억 원)를 돌파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연매출 1조1,647억 원)마저도 이들 진단기기 회사와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어 진단기기 업체의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특히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의 역사를 새로 쓸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처럼 진단기기 업체가 바이오 대장주의 실적을 압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가총액(7.29 종가 기준) 격차는 상당하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각각 35조3,070억 원, 60조2,760억 원의 시총을 기록하고 있는데 반해 씨젠은 5조630억 원, 에스디바이오센서는 5조7,110억 원에 불과하다.

두 진단기기 업체 투자자들 사이에서 실적 대비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 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두 바이오 대장주의 시총 규모를 단기간에 따라잡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 단순히 실적 수치만 놓고 보면 저평가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의 성장성과 지속성, 차세대 캐시카우 여부 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이에 못지않다는 것. 즉 코로나19 진단키트만으로는 투심을 끌어 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시장 참여자들은 개별 기업에 투자를 하는데 있어 실적뿐만 아니라 여러 지표를 눈여겨 본다. 이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도별 시총 추이를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셀트리온은 주력 제품인 ‘램시마’를 2015년 유럽 주요 시장에 론칭한 이후 후속 품목을 개발 및 추가하고, 수출 국가를 확대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실적 격차를 크게 벌려왔다. 그러나 정작 시가총액은 2018년 이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9년 28조 6,490억 원, 2020년 54조6,520억 원, 올해(7.29 종가 기준) 60조2,760억 원으로 가파른 시총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셀트리온은 같은 기간 23조2,290억 원, 48조2,620억 원, 35조3,070억 원으로 확연하게 밀리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이 고착화되면서 셀트리온 투자자들은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개화시킨 명실상부 선두업체인 데다 매년 실적도 뒷받침되고 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비해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 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기울어져 있는 시장의 편애는 여전하다. 최근 몇 년새 경쟁이 심해진 바이오시밀러보다는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위탁생산의 성장 잠재력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의 일원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의 후한 평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약바이오 업계를 평정한다 하더라도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에 준하는 수준으로 시총이 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총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팬데믹 종료는 곧 실적 악화로 직결될 것이라는 부정적 기류를 반전시켜야 결국 기업가치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정통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에는 단순히 실적만 반영된 것이 아니다”라며 “회사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단기기 업체들이 저평가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신사업이나 M&A 등에 효과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며 “기업가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상수를 꾸준히 발굴하고, 이를 시장에 어필하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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