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확산 중인데…“실외 2미터 거리두면 마스크 탈의 가능”
"국민, 실외 마스크 탈의 가능한 것으로 오인 소지 충분…부적절”
전문가, “상황 파악 못한 듯…편한 마스크 착용으로 안내했어야”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상황에서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수칙’이 논란이 되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실외에서 사람 간 2미터(m) 이상 거리두기가 가능한 경우 마스크 탈의도 할 수 있다고 안내했기 때문이다.

단서 조항을 달았다고는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9일 “20일 이후 전국 내륙에 폭염이 예고됨에 따라 온열질환에 주의해달라”며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수칙’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 수칙에서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질병청은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중요하나, 무더운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심박수, 호흡수, 체온 상승 등 신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질병청은 “실외에서 사람 간 2m 이상 충분한 거리두기가 가능한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실외에서의 마스크 필수 착용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침방울을 통해 주로 감염된다. 밀폐, 밀접, 밀집의 ‘3밀’의 실내 공간에서는 확진자가 뿜어낸 침방울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을 정도로 고정돼 있으나 실외에서는 공기 흐름이 강해 순식간에 침방울이 흩어진다.

이 때문에 실외 마스크 필수 착용과 관련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방역당국도 이 점을 인정한 바 있다.

실제로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2m 거리두기가 가능하다면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의학적·보건학적으로는 맞는 설명”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2m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서다.

현재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2주 가까이 1,000명 이상의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이 같은 확산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질병청의 온열질환 안내 수칙에서 실외 마스크 탈의를 언급한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20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인구 밀집도가 낮은 산이나 시골, 농촌에서는 2m 이상 거리 유지가 가능해 실외에서 마스크 탈의가 충분히 가능하지만 도시는 그렇지 않다”며 “델타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질병청의 이 같은 안내는 아쉽다. 공무원들이 관행적으로 낸 자료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이나 도시의 경우 인구 밀집도가 높은 데다 2m 이상 거리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마스크 탈의를 안내할 것이 아니라 비말마스크 등 숨 쉬기 나은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감염내과 전문의도 “2주 가까이 코로나19 감염자가 1,000명 이상 발생하는 상황에서 질병청의 이 같은 안내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녀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 자칫 잘못하면 코로나19 확산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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