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신 전쟁 종전 제안…영국·독일 등 지재권 포기 ‘글쎄’
생산 역량 갖춘 업체 리스크 높아…투자대비 실익 ‘불확실’
국가별 다른 입장과 개발사 반발…합의 도출 쉽지 않을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백신 물량 수급의 불균형이 해소될까. 미국이 지적재산권 면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수급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제약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국제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개발사가 순순히 협조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복제 생산 확대를 통한 수급 안정화 전략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코로나19 백신 지적재산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복제 생산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물량 부족 현상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그러나 국제적 합의가 도출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중론이다. 세계무역기구(WTO) 164개 회원국의 동의를 모두 얻어야 하는데 영국, 독일, 일본, 스위스, 브라질, 노르웨이 등이 벌써부터 지적재산권 일시적 유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사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회원으로 있는 미국제약연구제조사협회(PhRMA)는 최근 성명을 내고 바이든 행정부의 지적재산권 면제 지지는 백신 공급을 약화시키고, 위조 백신의 확산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향후 다른 감염병 사태 발생 시 업체들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백신을 개발하려는 의지가 크게 꺾일 것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WTO에서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개발사가 기술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설령 이 같은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되더라도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상당하다. 개발사가 만족할 만한 기술이전을 해줄지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제조생산 설비 구축에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적재산권 면제 기간이 한시적이라 역량을 갖춘 업체가 적극적으로 복제 생산에 뛰어들지 여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따라서 개발사와 국가 간 유기적인 글로벌 공조 체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코로나19 백신 지적재산권 면제는 현실화되기 어렵고, 된다 하더라도 득보다 실이 클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제네릭 생산이 본격화되더라도 오리지널과 동등한 품질과 안전성 등이 빠르게 입증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수급 불균형은 오히려 더 악화될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가장 효과적으로 물량을 뽑아낼 수 있는 개발사가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제네릭 생산업체가 대거 가세할 경우 절대적인 생산량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것. 즉 한정된 자원이 낭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적 재산권 면제는 국가 주도하에 추진되는 사안이고 한시적이라 현실화되더라도 투자 대비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개발사와의 관계 악화와 특허소송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역량을 갖춘 업체가 복제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적 재산권 면제 목소리가 확산하면 개발사들이 기술이전을 전제로 한 위탁생산 계약을 기피하면서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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