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생명공학주 96조 ‘증발’…국내 ‘나비효과’ 우려
美 3천조 인프라 투자 추진 vs 금리 상승 ‘힘겨루기’

이번 주 국내 증시는 미국의 국채금리 등락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美 상원에서 1조9천억 달러의 부양 법안이 통과함에 따라,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3조 달러(약 3,320조원)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대한 진척 속도가 향후 증시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금요일 미국 증시는 기대 이상의 고용지표를 받아들면서 금리 상승 악재를 막아냈다. 이에 따라 목요일까지 보합에 머물던 美 증시는 다우지수가 1.82% 급등하면서 한 주를 마감했다. 국내 증시도 미국 증시의 호조로 이번 주 초 코스피의 강세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유력 외신들은 미국 국채 금리가 여전히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美 정부의 막대한 돈 풀기가 인플레와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채 금리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상회할 경우 벨류에이션 문제를 겪고 있는 증시와 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올해 들어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분야다.

실제로 지난주 종합주가지수가 0.44% 오르면서 강보합에 머무르고 다우지수는 1.82% 올랐지만, 국내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이 기간 1.54% 하락했으며 나스닥 생명공학지수도 4.47% 급락했다.

특히 의약품 지수는 올해 들어 15.4% 빠진 상태로 작년말 150조가 넘던 시가총액은 5일기준 약 23조원이 증발한 127조원까지 내려 앉았다.

관건은 글로벌 제약바이오를 대표하는 나스닥 생명공학지수의 움직임이다. 나스닥 생명공학주는 지난주에만 850억달러(약 96조원)의 시가총액이 공중분해되면서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에 최악의 한 주를 경험했다.

나스닥 생명공학지수는 최근 3주 연속 하락세로 12% 급락했다. 향후 일시적 반등은 있겠지만 하락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추가 쏠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생명공학주에 투자한 대형 헤지 펀드들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주 생명공학주와 관련한 127개 펀드에서 5억6,900만 달러 규모의 돈이 빠져나갔다. 국내 제약바이오에서도 헤지펀드의 대량 환매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나비효과’가 우려되는 배경이다.

이번 주 주목할 증시 이벤트로는 10일(현지시간) 발표될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12일 예정된 생산자물가지수(PPI)다. 여기에 11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이번주 10일 있을 美 재무부 국채 경매도 시장의 핵심 이슈로 꼽히고 있다.

≫ 주간증시 리뷰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국 금리 상승 불안에 따라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인 끝에 코스피가 0.44% 오르는 혼조세를 보이면서 보합으로 마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은 그동안의 피로도가 쌓이면서 1.55% 내림세가 이어졌다. 특히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일양약품의 백혈병 신약 ‘라도티닙(슈펙트)’의 임상 3상 실패 소식은 제약바이오주에 타격을 안기며 의약품 지수의 하락을 부채질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치료제 관련주의 하락은 깊었다. 일약약품은 주간 33.46% 급락했고 부광약품 –14.9%, 한국비앤씨 –11.91%, 대웅제약 –5.17% 등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다만, 신풍제약이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피라맥스’의 임상 2상을 오는 4월 안에 마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이 회사의 주가는 12.65% 상승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종은 하락세가 장기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생명공학지수와 아메리카거래소의 아멕스 생명공학지수는 각각 4.47%와 3.61% 하락하며 비교적 큰 폭의 내림세를 그렸다.

수급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개인의 매수세가 유입됐다. 지난주 개인은 거래소에서 2조1,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매수를 단행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매도로 대응했다. 외국인은 1조1,100억원을 매도했고 기관은 9,600억원을 팔아 치우면서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코스피 의약품 업종에서도 지난주 개인이 1,600억원 가량을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로 일관하면서 주가는 힘을 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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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탄력받은 종근당…코로나19 치료제 승인 신청 ‘임박’

종근당은 ‘실적’과 ‘테마’ 모두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주 이 회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이 조만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의 조건부 허가 신청에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받은 약물은 셀트리온의 ‘렉키나주’가 유일하다.

종근당은 최근 러시아에서 100여명 규모로 진행한 나파벨탄의 임상2상 시험을 종료했다. 회사는 이 연구를 통해 고위험군 환자에서 61.1%의 증상 개선율을 입증했다.

만약 종근당이 이번 주 중에 나파벨탄의 허가를 신청할 경우, 승인 여부는 5월 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식약처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에 대해 40일 이내 신속심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작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시장의 기대치를 높여놨다.

종근당은 지난해 1조3,030억원의 매출을 내면서 전년대비 20.7%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1,239억원으로 전통제약사 중에는 유일하게 1,000억원 선을 돌파한 것. 당초 시장의 예상치를 한참 웃돈 수준이다.

이 회사의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일단 불투명했던 ‘프롤리아’의 성공 가능성을 지난해 확인한 데다 라니티딘 제제의 판매 중단 이후 새로 도입한 ‘케이캡’의 성장이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규 도입한 비만약 ‘큐시미아’, 야간뇨 치료제 ‘미니린’, 피임약 ‘머시론’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도 종근당의 올해 성적표에 기대를 모으게 하는 이유다.

≫ 지난주 이슈 기업

이수앱지스, ‘급등’ 배경에 주목…러시아산 백신 영향받았나

이수앱지스는 지난주 바이오주의 급락 속에서도 주간 27.3% 오르며 주목받았다. 여기에는 ‘애브서틴’ 임상 결과와 러시아 백신 소식이 재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할 점은 이 회사의 주가 흐름이다. 임상 발표 전일인 지난 4일 오후 3시경, 강보합에 머물던 이 회사의 주가는 마감을 앞두고 13% 올랐다. 반면, 발표 당일(5일)에는 오전까지 17% 상승한 이후 오후에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결국 0.98% 오르는 보합에 그쳤다.

이수앱지스의 주식 시세는 단기변동만 놓고 보면, 애브서틴 임상에 대한 내부정보가 전날 새어 나온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만한 상황인 것.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 회사가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의 위탁생산(CMO) 컨소시엄에 들어가면서 수혜 기대감에 따른 주가 급등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수앱지스의 주가가 급등한 4일, 러시아 백신 테마주로 함께 언급되고 있는 이트론, 이아이디, 바이넥스도 각각 4.73%, 6.96%, 2.34% 오르는 동반 강세를 보였다.

최근 스푸트니크V의 임상 3상 중간 결과도 국제학술지 ‘란셋’ 2월 2일자에 발표되면서 신뢰성이 높아진 상태다. 이 논문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는 약 91.6%의 예방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최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코로나 백신의 불확실성 대응 차원에서 러시아 백신의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관련주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 백신의 면역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 3상이 내년 1월 28일까지 진행될 예정인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현재 스푸트니크V 관련주로는 이트론, 이아이디, 이수앱지스, 바이넥스 등이 언급되고 있다. 바이넥스는 이수앱지스와 같이 위탁생산 컨소시엄에 포함돼 있으며, 이트론과 이아이디는 소량의 스푸트니크V 백신을 수탁개발(CDMO)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는 한국코러스의 지분 16.7%를 가지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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