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경영 전략도 보수적…“지갑 닫고 내실 다졌다”
‘미래 본’ MSD, ‘재미 본’ J&J …‘점프한’ 애브비 ‘각자도생’
셀트리온·삼성바이오 공세에 레미케이드·엔브렐 ‘직격타’

글로벌 주요 빅파마들의 지난해 실적이 공개됐다. 몸집은 컸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절반의 기업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3분기, 상당수 빅파마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시장의 눈높이를 맞췄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다소 아쉬운 실적으로 한 해를 마감하게 됐다.

이 가운데 존슨앤존슨은 90조원의 매출로 1위 자리를 지켜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반면, 화이자와 바이오젠, GSK, 머크(MSD) 등은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수익성 저하에 노출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절반의 기업이 R&D 투자에 지갑을 닫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한 때 시장을 호령했던 빅파마의 오리지널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이 바이오시밀러 공세에 매출 감소가 현실화 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존슨앤존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 화이자의 류마티스관절염약 ‘엔브렐’ 등은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시장 잠식의 중심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선두에 있었다.

메디코파마는 지난해 4분기 및 연간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주요 제약기업 10곳(존슨앤존슨, 머크, 화이자, 노바티스, GSK, 애브비, 암젠, 일라이릴리, 길리어드, 바이오젠)에 대한 재무실적을 심층 분석했다.

 

≫ 빅파마, ‘수익성 저하’ 노출…몸집은 ‘우량아’ 내실은 ‘빈약’

글로벌 주요 제약기업 10곳의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6.2%에 달했다.

다만, 여기에는 ‘숨은 일인치’가 존재했다. 엘러간을 인수한 애브비(37.7%↑)를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의 평균치는 2.7%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들 9곳의 제약사는 화이자를 제외하고 모두 외형 성장을 이뤄냈지만, 원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성장만으로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수익성 저하는 더 심했다. 영업이익은 5곳만이 증가하고 나머지 5곳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제약사만 한정해서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영업 환경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매출대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R&D 비율(연구개발비/매출 비중)도 절반(5곳)이 줄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영업환경이 악화되자 상당수 빅파마들이 공격적인 투자 보다 보수적 전략을 취한 결과다. 연구개발비는 존슨앤존슨을 제치고 머크의 투자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 매출원가, 수익성 결정지어…‘애브비·암젠·길리어드 웃었다’

외형에선 여전히 존슨앤존슨이 가장 거대한 곳이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89조8,500억원(825억8,400만달러, 12/31일 환율 기준) 규모였다.

성장 면에선 애브비(매출 49조8,300억원)가 돋보였다. 앞서 엘러간을 인수한 이 회사는 전년 동기대비 37.7% 판매고가 늘어나면서 최대 성장률을 달성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매출 26조8,600억원, 전년比 10.6%↑)와 암젠(27조6,600억원, 9.3%↑), 일라이릴리(26조7,000억원, 9.9%↑) 역시 10%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외형 성장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화이자(매출 45조6,000억원, 전년比 19%↓)는 큰 폭으로 역성장 했다. 존슨앤존슨(89조8,500억원, 0.6%↑), 머크(52조2,200억원, 3%↑), 노바티스(53조2,600억원), GSK(47조5,700억원, 1.5%↑)도 성장률이 소폭에 그쳐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최종 판매가를 결정짓는 매출원가율은 10곳이 평균 22.3%였다. 원가율이 낮을수록 기업이 가져가는 수익은 더 많아지는 만큼 제약사 입장에선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수치다. 2019년 이들 기업의 평균 매출원가는 25.7%로, 전년 보다는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원가율이 가장 낮았던 곳은 바이오젠(13.4%)과 암젠(13.2%)으로 10% 초반대를 기록했다. 애브비(원가율 18.1%)와 길리어드(18.3%)도 20% 선을 밑돌면서 비교적 제품 원가율이 낮은 곳으로 집계됐다. 반면, 노바티스, GSK는 30%를 웃돌아 매출원가 비중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 코로나19에 ‘닫혀진 지갑’…R&D ‘보수적 전략’ 선회

빅파마 10곳이 작년 한 해 총 매출에서 사용한 평균 연구개발비 비중은 20.2%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에도 불구하고 존슨앤존슨, 머크, 화이자, GSK, 애브비, 일라이 릴리, 바이오젠 등은 R&D 투자 규모를 더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머크가 14조6,600억원을 신약 개발에 쏟아부으며 존슨앤존슨(13조2,3300억원)을 앞질렀다. 화이자(10조2,300억원)도 10조원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하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노바티스, 암젠, 길리어드는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R&D 비율 측면에서 보면, 바이오젠(29.7%), 머크(28.1%), 일라이 릴리(24,8%), 화이자(22.4%)가 20%대를 웃도는 수준이었으며 존슨앤드존슨(14.7%), GSK(14.3%), 애브비(13.5%)가 매출대비 연구개발비를 10% 선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R&D 비율은 전년보다 낮아지거나 정체된 모습이었다. 특히 전년 매출에서 40%에 육박하는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었던 길리어드는 이를 20% 아래로 대폭 낮췄다. 이 회사는 2019년에만 9조4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R&D 비용을 투자한 바 있다. 당시 길리어드는 류마티스관절염 신약후보 물질인 ‘필고티닙’을 비롯해 갈라파고스社의 모든 파이프라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51억달러(5조7,956억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시키면서 연구개발 비용을 대폭 늘렸다.

이 외에도 노바티스(전년비 1.3%↓), 애브비(2.7%↓), 암젠(1.6%↓), 일라이 릴리(0.3%↓) 역시 R&D 투자 비중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바이오젠(13.3%↑), 머크(9.2%↑), 화이자(5.7%↑), GSK(1.7%↑)는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경영 악화 상황에서도 연구개발 비중을 늘린 곳들이었다.

≫ J&J, ‘발로 뛰어 번 돈’ 최다…코로나 ‘재미 본’ 길리어드

영업이익은 존슨앤드존슨이 21조6,700억 원으로, 10곳 중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이어 애브비(17조300억원), 머크(13조5,400억원), 암젠(13조2,100억원), 노바티스(11조4,500억원), GSK(10조2,900억원)도 지난해 10조원 이상의 이익을 냈다.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길리어드로, 전년대비 증가율이 111.5%였다. 이 외에도 암젠(26.8%↑), 일라이릴리(18.3%↑), 애브비(12.5%↑), 노바티스(4.2%↑)가 수익성이 개선됐다. 반면, 화이자(37.9%↓), 바이오젠(19.7%↓), 존슨앤존슨(7.6%↓), 머크(6.7%↓), GSK(-4.8%)는 영업이익에서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한편, 지난해 4분기 실적만 따로 떼어 보면, 애브비의 커진 몸집이 눈에 띄었다. 이 기간 회사는 15조8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같은 기간보다 59.2% 성장했다.

길리어드(4분기 매출 8조700억원, 전년비 26.9%↑)와 일라이 릴리(8조900억원, 21.7%↑)도 외형이 성장하면서 영업이익 역시 함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은 각각 3조3,400억원, 2조5,300억원으로 189%와 50% 불어났다.

이 외에도 암젠과 애브비가 각각 2조9,400억원, 4조9,2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년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4분기 들어 12.4% 역성장한 바이오젠은 4,600억원 규모의 영업익 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 했다. 화이자도 7.9% 마이너스 성장률로 영업이익이 8,700억원에 그치면서 전년대비 61%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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