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글로벌 백신 ‘호재’에 씨젠 등 주가 ‘수직 낙하’
코로나19, 메르스와 달라…“계절성 독감으로 토착화될 듯”
“무증상자 많아 백신 개발되더라도 진단키트 수요 지속될 것”

국내 진단키트 관련주들의 주가가 수직 낙하했다. 해외발 연이은 백신 호재 소식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진단키트의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무증상 감염과 광범위한 전파력으로 인해 코로나19가 빠른 시일 내 종식될 가능성이 낮은 데다 신종플루처럼 계절성 독감으로 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백신과 치료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당장 확진자 진단부터 필요한 만큼 진단키트 수요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30일 메디코파마는 대표적인 진단키트주 6개사의 연중 변동폭과 최근 주가 등락률을 분석하고, 향후 진단키트 시장의 변화를 알아봤다.

진단키트 관련 기업의 주가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 20일 이전인 1월 17일 대비 연중 최고가 기준으로 평균 619.7% 상승했다.

이 중에서도 수젠텍은 1월 17일 5,350원에서 9월 8일 6만 5,800원으로 무려 1129.9% 수직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랩지노믹스도 5,380원에서 7월 31일 5만 7,800원으로 974.3% 올랐으며, 진단키트 대장주인 씨젠은 3만 1,050원에서 8월 10일 32만 2200원으로 937.7% 상승했다. 바이오니아도 6,530원에서 8월 19일 3만 5,200원까지 올라 439.1% 성장세를 보였으며, 파미셀은 8,450원에서 5월 29일 2만 6,150원으로 209.5% 올랐다. 다만, 지노믹트리는 다른 기업과 달리 2만 800원에서 3월 10일 2만 6,550원으로 27.6% 오르는데 그쳤다.

이 가운데 올해 매분기마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씨젠은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6,835억원, 4,186억원 달성했다. 전년보다 각각 7.7배, 24.2배 상승한 수치다. 회사는 4분기에도 높은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분기 실적에 따라 연매출 1조원 달성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 백신 개발 성공 ‘가시화’…진단키트주 주가는 ‘급락’

최근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이 가시화 되면서 진단키트주의 주가는 급락했다. 백신·치료제가 개발되면 진단키트 활용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물량을 매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1월 들어 글로벌 제약사들은 앞다퉈 백신에 대한 효과를 발표하며 미국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다는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진단키트주들의 주가는 11월 26일 현재 종가 기준으로 이 달 최고점 대비 평균 25.8% 하락했다.

하락폭이 가장 큰 기업은 대장주인 씨젠이었다. 씨젠은 11월 6일 28만 9,5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으나 26일 18만 1,200원으로 마감하며 37.4%의 하락세를 보였다.

바이오니아도 11월 9일 2만 7,100원에서 1만 9,550원(27.9%)까지 떨어졌으며, 랩지노믹스도 11월 5일 3만 1,550원에서 현재 2만 2,800원으로 27.7% 하락했다. 수젠텍 역시 11월 3일 3만 5,6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26일 2만 6,100원으로 마감하며 26.7% 떨어졌다. 파미셀도 11월 17일 2만 5,850원에서 1만 9,900원으로 23% 하락했으며, 지노믹트리는 11월 2일 1만 8,650원에서 1만 6,400원으로 12.1% 줄어들었다.

11월 뿐만 아니다. 연중 최고가 대비 하락률도 평균 45.2%에 달했다. 랩지노믹스가 60.6%로 가장 많이 떨어졌으며, ▲수젠텍 60.3% ▲바이오니아 44.5% ▲씨젠 43.8% ▲지노믹트리 38.2% ▲파미셀 23.9% 하락했다.

≫ 전문가들, “진단키트 수요 지속할 것” 전망 잇따라

시장의 분위기와 달리 전문가들은 진단키트의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2009년 발생한 신종 인플루엔자 A(H1N1)는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WHO에서 팬데믹 선언을 하게 했다”며 “현재는 백신이 개발돼 계절성 독감으로 토착화됐다. 코로나19 역시 신종플루처럼 계절성 독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임상 현장에서는 진단키트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백신을 접종할 때 무증상자를 걸러내기 위해서라도 진단키트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역시 진단키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것이라는 데 입 모으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에 정통한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는 무증상자가 많은 데다 전파력도 강한 만큼 단기간에 종식될 가능성이 낮다”며 “백신·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진단 속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키트가 대량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의견은 미국에서도 나왔다.

미국 투자은행 BOA(Bank of America)는 최근 주가가 급락한 서모피셔 사이언티픽을 ‘매수 추천’ 했다.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생산으로 인해 진단키트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서모피셔는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연구, 제조, 분석 및 진단을 위한 장비와 시약, 관련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BOA는 “코로나19 백신의 성공적인 개발로 인해 진단키트 수요가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미국 및 유럽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서모피셔가 판매하는 진단키트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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