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5억도즈 위탁생산 ‘눈앞’…영업익 최대 2조 육박할 듯
3교대 가동 시 30억도즈 생산도 가능…기존 코어 사업도 ‘대기 중’

GC녹십자가 MSD의 블록버스터급 백신들을 떠나 보냈다. 그런데 의외로 회사는 차분한 분위기다. 녹십자가 이미 빅픽처를 그려놓은 것 아니냐는 소문이 시장에서 나도는 배경이다. 믿는 구석 없이는 1200억 원대 도입품목을 내주고도 이렇게 조용한 건 말이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이 회사에 대기 중인 호재는 뭘까. 메디코파마는 녹십자가 그린 큰 그림을 들여다봤다.

한국MSD는 내년부터 ▲가다실·가다실9(HPV) ▲조스타박스(대상포진) ▲로타텍(로타바이러스) ▲프로디악스-23(폐렴구균) ▲엠엠알(홍역·유행성이하선염 및 풍진 혼합 바이러스) ▲박타(A형 간염 바이러스) 등 7개 백신의 국내 코프로모션 파트너사를 HK이노엔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가다실·가다실9(611억원), 조스타박스(559억원)의 국내 판매를 담당해왔던 GC녹십자는 내년 1,200억원대의 매출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이 회사 전체 매출이 1조3,697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약 10%에 육박하는 규모다.

그런데 당사자인 GC녹십자는 오히려 편안해 보인다. 글로벌 민간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글로벌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합의한 만큼 내년에 막대한 수익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실제로 CEPI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GC녹십자에서 5억 도즈의 물량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1도즈 당 1~3달러의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서 만약 5억 도즈 생산이 현실화되면 최소 5,500억원에서 최대 1조6,500억원의 영업이익(환율 1,100원 기준)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작년 GC녹십자 영업이익(403억원)의 14~41배에 달하는 수치다.

아직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백신 제조사와 정확한 수량은 변동될 가능성이 있지만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오히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생산 물량 규모가 확대되거나 CEPI에 소속되지 않은 개발사와의 추가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GC녹십자의 연간 위탁생산 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8시간 동안 생산시설(완제 공정 기준)을 가동하면 연간 10억 도즈, 2~3교대로도 돌리면 20~30억 도즈까지 늘릴 수 있다. 또 자체 개발 제품을 모두 제외하고 풀 가동 시 80억 도즈 생산이 가능하다.

녹십자 관계자는 “CEPI와 연계한 위탁생산 계약은 개발사로부터 원료를 받아와 충전하고 포장하는 완제 공정의 형태다. 기존의 코어 비즈니스를 유지하면서도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이유다”며 “여기에 콜드체인 시스템이 필요한 초저온 백신 등도 기존 생산·보관 시설로 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GC녹십자가 내년에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감이 단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감백신, 헌터라제, 일반약 등 기존 사업도 실적 확대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독감백신의 매출은 코로나19로 대유행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44.1% 증가한 860억원을 기록, 어닝서프라이즈를 견인했다. 특히 남반구 지역의 올해 수출 물량이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사실상 북반구 지역의 실적을 토대로 이뤄낸 성과라 더욱 고무적이다. 독감백신이 올해 보다 더 나은 매출 성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울러 지난 9월 중국에서 최초로 허가받은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와 비맥스를 필두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일반약 사업도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낼 것이란 평가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내년에 CEPI와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 헌터라제 해외 매출 확대, 일반약 제품군의 성장세 유지 등이 예상된다. 여기에 남반구 지역의 내년 상반기(3~4월) 독감백신 수출 물량이 트윈데믹 우려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 때문에 MSD 백신 코프로모션 계약 종료가 미치는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오히려 도입 상품이 빠지면서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여지가 있고, 전체 매출 규모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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