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사 10곳 투자율 18%…한 분기 R&D 지출만 수조원대
국내 주요제약사 50곳, R&D 비중 7.4%…전년比 0.4% 증가
한미·유한·대웅·녹십자, 1000억 이상 R&D 투자 ‘체면유지’

제약바이오업계가 코로나19로 불거진 최악의 상황에서도 R&D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50곳 가운데 37곳에 해당하는 약 80%가 연구개발비를 작년 보다 늘렸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R&D 비중도 8% 가까이 늘어났으며 그 규모만 2,000여억 원에 달했다.

다만, 내로라 하는 글로벌 제약사 10곳의 평균 R&D 지출비율이 20%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은 우리나라가 신약 독립을 위한 여정에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2020년 3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주요제약사 50곳의 R&D 투자 규모를 심층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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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D 비중, 대형사 8.4% vs 중소사 6.7%…빅파마는 20% ’육박‘

셀트리온과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3분기 매출 2,000억 원 이상 대형제약사 21곳의 R&D 투자비율은 평균 8.4% 수준으로, 투자규모는 1조1,947억 원에 달했다. 전년도 지출액 1조423억 원(투자비율 8.7%)보다 약 1,524억 원의 돈을 더 쓴 셈이다.

이처럼 절대적인 R&D 투자 규모를 늘리고도 전반적으로 투자비중이 낮아진 데에는 매출 확대에 따른 외형성장으로 비율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셀트리온의 경우, 올 3분기까지 연구개발에 들인 돈만 2,503억 원으로 지난해(1,912억원, 매출비중 25.6%) 보다 591억 원 이상 대폭 늘어났지만, 비중 자체는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 회사의 매출이 전년보다 81% 성장했기 때문이다.

반면 동성제약, 우리들제약, 유유제약 등 매출 2000억 원 미만의 중소제약바이오 29개사는 평균 6.7%, 투자액은 2,393억 원으로 지난해(5.7%)보다 1% 늘고 투자액도 305억 원(14.6%↑)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R&D 투자 비중은 여전히 대형사보다 낮았다. 중소사들은 절대적인 투자금액을 떠나 비율 측면에서도 대형제약사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향후 중소 제약바이오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국내 제약사의 R&D 투자 규모는 빅파마가 쏟아부은 지출 규모와도 상당한 차이를 드러냈다.

올 3분기 글로벌 주요제약사 10곳(존슨앤존슨, 머크, 화이자, 노바티스, GSK, 애브비, 암젠, 일라이 릴리, 길리어드, 바이오젠)의 평균 경상연구개발비 투자비율은 18.2%였다. 비율로만 보면 국내 제약사와 2배 이상 차이나는 규모다. 이들 빅파마가 한 분기 만에 지출한 R&D 비용도 수조 원대였다.

대표적으로 존슨앤존슨은 올해 3분기 R&D 누적투자액이 80억1,900만 달러(원화 8조9,200억원, 매출대비 R&D 비중 13.3%, 11/24 환율 기준)였다. 머크(8조4,500억원, 21.4%), 화이자(6조9,200억원, 17.3%), 노바티스(7조4,400억원, 18.5%), GSK(4조8,500억원, 14.3%), 애브비(4조8,400억원, 13.6%), 암젠(3조2,900억원, 15.8%), 일라이 릴리(4조7,300억원, 24.8%), 길리어드(3조9,600억원, 20.7%), 바이오젠(2조4,100억원, 21.8%) 등 R&D 투자비도 국내 상위 제약사의 연 매출액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글로벌 바이오텍들의 R&D규모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에 대해 임상 3상 시험에 돌입한 모더나는 3분기까지 6,6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반면, 국내 주요 대형제약사 가운데 매출 대비 R&D 비중이 20%가 넘으면서 2,000억 원 이상을 쓴 곳은 단 한 곳도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셀트리온이 2,503억 원(매출대비 19.1%), 한미약품 1,868억 원(매출대비 23.4%)으로, 체면을 세웠다.

 

≫ R&D 비중, 한미·휴젤·대웅·삼천당 ‘높고’ 광동·화일·우리들·명문 ‘낮고’

국내 매출 2,000억 원 이상 상위 제약사 가운데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높은 곳은 한미약품, 셀트리온에 이어 휴젤(17.4%), 대웅제약(15.6%), 삼천당제약(14.1%), 삼진제약(12.7%), 부광약품(12.6%), 유나이티드제약(12%), 일동제약(11.5%), 동아에스티(11.5%), 안국약품(11.2%), 대화제약(11.1%), 유한양행(10.8%), 일양약품(10.8%), 동구바이오제약(10.3%) 순이었다.

반면,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한 곳도 있었다. 대한약품은 매출에서 0.3%, 화일약품 0.6%, 바이넥스 0.8%, 우리들제약 1.2%, 광동제약 1.4%, 차바이오텍 2.1%, 씨젠 2.3%, 명문제약 2.4%, 셀트리온제약 2.6%, 삼일제약 2.7% 수준으로 R&D에 투자하고 있었다.

≫ 정부지원 R&D, 20개사 혜택…녹십자, 전체 보조금의 ‘절반’ 수령

20개사가 정부로부터 약 125억 원의 R&D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었다. 이 중 녹십자가 절반에 가까운 60억 원을 챙겼다. 회사는 최근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바이오신약 ‘GC5131A’를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의 정책과제로 채택됐다. 녹십자는 지난 8월 해당 물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9월부터 환자 대상 투약을 시작하는 등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이 외에도 탄저병 예방 백신 ‘GC1109’(임상2상)와 결핵 백신 ‘GC3107A’(임상 3상)의 개발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특히 회사는 독일, 우크라이나, 조지아 등 해외에서 암악액질 환자를 대상으로 천연물 의약품 'GCWB204'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하면서 정부로부터 40억 원을 추가 수혈 받았다.

이 외에도 대웅제약(10억원), 신풍제약(8억원), 대화제약(7억원), 삼진제약(6억원), 대원제약(6억원), 차바이오텍(5억원), 하나제약(5억원), 차바이오텍(3억원), 유나이티드제약(3억원), 일양약품(2억원), 휴젤(2억원), 동화약품(2억원) 등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수령했다.

≫ 셀트리온·한미·유한·대웅·녹십자 R&D에 1000억 이상 '투척'

올해 R&D에 가장 많은 돈을 들인 곳은 셀트리온으로 2,503억 원을 지출했다. 한미약품도 1,868억 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이어 유한양행(1,246억원), 대웅제약(1,095억원), 녹십자(1,041억원), 종근당(945억원), 동아에스티(527억원), 일동제약(485억원), JW중외제약(310억원), 일양약품(276억원), 보령제약(267억원), 휴젤(252억원), 대원제약(226억원), 삼진제약(224억원), 이 200억 원 이상을 R&D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해 연간 3,03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셀트리온은 올해 9월까지 2,503억 원을 투자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R&D 투자는 3,3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약품은 올해 매출액의 23.4%에 해당하는 1,868억 원을 연구개발비에 썼다. 이는 지난해 1,544억 원(매출대비 18.7%)보다 대폭 늘어난 규모다. 앞서 사노피와 당뇨병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계약 종료로 양사 간 공동연구 분담액 496억 원을 3분기에 일괄 반영하면서 R&D 지출이 추가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한양행은 R&D 투자비율을 9.8%에서 10.8%로 확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9억 원을 추가 투입한 것으로, 올해 1,246억 원이 지출됐다. 이 회사의 최근 실적 상승은 기술수출 성과에 따른 결과물로, 이는 다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게 하는 주요인으로 이어졌다.

≫ 현대약품·코오롱생과, R&D 지출 10억원 이상 줄여

연구개발비가 전년보다 늘어난 곳은 조사대상 50곳 가운데 37곳에 달했다. 셀트리온(순증가액 592억원), 한미약품(324억원), 유한양행(229억원), 대웅제약(108억원) 등이 지난해 보다 100억 원 이상 지출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일양약품(95억원), 씨젠(83억원), 일동제약(76억원), 동구바이오제약(64억원), 휴젤(61억원), 대화제약(45억원), 삼천당제약(40억원) 등이 R&D 지출을 대폭 끌어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도 연구개발에 만은 지갑을 열었다. JW중외제약, 동성제약, 명문제약도 R&D 지출을 각각 13억 원, 3억 원, 2억 원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연제약(15억원 증가), 영진약품(22억원), 삼진제약(20억원), 경동제약(9억원), 신풍제약(23억원), 대원제약(26억원), 하나제약(18억원) 역시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R&D 투자를 늘리는 투지를 보였다.

반면, 코오롱생명과학(순감소액 42억원↓), 현대약품(39억원↓), 녹십자(31억원↓), 보령제약(16억원↓), 유나이티드제약(13억원↓), 한독(11억원↓) 등이 지난해보다 연구개발비 투자 규모를 10억 원 이상 줄인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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