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21개사 3분기 공시 전격 분석(上)
3Q 매출 500억원 이상 29개사, 영업이익 두 배 이상 늘어
셀트리온·삼바·씨젠·종근당·녹십자는 ‘어닝 서프라이즈’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3분기 성적표가 공개됐다. 앞서 일부 매출 상위 제약사의 성적표가 기대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적 악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제약사별 희비는 있었지만 상위 제약사의 선전으로 영업이익이 지난해 보다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낮아진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제약바이오기업 121곳의 매출은 전년 동기 보다 1조4,300억 원(23.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4,096억 원보다 두 배가 넘는 9,688억 원을 달성했다. 이를 매출 500억 원 이상의 상위 제약사(29곳)로 좁혀 보면 전년 4,010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올 3분기에 5,690억 원 증가하면서 9,700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신약 개발 중심의 하위권 제약사는 초기투자로 인한 실적 부진의 늪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분기 매출 500억 원 이하의 중소 제약바이오(92곳)의 영업 성과는 지난해 87억 원 이익에서 올해 32억 원 손실로 바뀌었다. 제약바이오 기업별 실적 격차가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2020년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121곳의 공시자료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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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곳 중 3곳 ‘성장’, 1곳은 ‘역성장’…‘빈부 차’ 극명

전년도 3분기 대비 매출 외형이 늘어난 곳은 전체 121개사 중 90개사, 줄어든 곳은 31개사로 집계됐다. 4곳 중 3곳이 성장하고 1곳은 역성장한 셈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곳(37.2% 비중)이 늘어났다. 흑자전환은 11곳(9.1%)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적자전환이 10곳(8.3%), 영업이익이 줄어든 곳은 19곳(15.7%), 영업적자가 지속된 곳도 36곳(29.7%)에 달했다. 대형제약사 위주로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나고 적자 폭은 감소한 반면, 중소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별로 보면, 한미약품, 영진약품, 테라젠이텍스, 메디톡스, 안국약품, 신신제약, 한국유니온제약, 우진비앤지, KPX생명과학, 제일바이오 등 10개사는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또 현대약품, 동성제약, 경남제약, 삼성제약, 조아제약 등 36개사는 적자가 지속됐고 삼천당제약, JW중외제약, 이연제약, 동아에스티, 신풍제약, 제일약품, 대원제약, 삼진제약 등 19개사는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보였다. 이 중 43개사가 세전 순손실을 냈다.

반면, 피씨엘, 차바이오텍,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니아, 인트론바이오, 진양제약, 셀루메드, 파미셀, 녹십자엠에스, 대성미생물, 부광약품 등 11개사는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일동제약, 씨젠, 고려제약, 동화약품, 삼일제약, 유한양행, 셀트리온헬스케어, 바이텍메드, 서울제약, 테고사이언스, 종근당,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경보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바이넥스 등 영업수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곳도 16개사나 나왔다. 이 외에도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우리들제약, 광동제약, 셀트리온제약, 한독 등 29개사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이 가운데 매출 1위는 셀트리온이었다. 이 회사의 판매고는 전년동기 대비 90% 늘어난 5,488억 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4,634억 원을 달성했다.

정통제약사 중에는 유한양행이 4,297억 원으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이 외에도 GC녹십자(4,196억원), 종근당(3,584억원), 씨젠(3,269억원), 광동제약(3,584억원), 대웅제약(2,768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746억원), 한미약품(2,669억원) 등이 최상위권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유한양행, 녹십자는 3분기에 이미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종근당, 광동제약, 대웅제약,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등도 3분기까지 매출 7,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올해 연매출 ‘1조 클럽’ 가입이 유력해졌다.

≫ 대형제약사, 코로나19 사태에 영업 성적 ‘희비’

3분기 매출 규모 500억 원 이상의 상위 제약사 29곳 가운데 26곳이 매출 성장에 성공했고 3곳만이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 보면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최소 전년보다 매출이 10% 이상 성장을 달성한 곳은 씨젠, 바이오니아,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차바이오텍,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제약, 콜마비앤에이치, 종근당, 경보제약, 동국제약, 녹십자, 일양약품, 일동제약, 유한양행, 한독, 휴온스, 보령제약으로, 이들 18곳은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한 자릿수 성장에 만족한 곳은 휴젤, 광동제약, 제일약품, JW중외제약, 대웅제약, 유나이티드제약, 한미약품, 대원제약 등 8곳으로 조사됐다. 반면, 마이너스 성장률로 역성장 한 곳은 삼진제약, 동아에스티, 동화약품으로 3곳에 불과했다.

수익성에서는 상위 제약사 29곳 중 7곳의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부진에 시달렸다. 4곳 중 3곳의 영업실적이 좋아졌고 1곳이 악화된 셈이다.

셀트리온(3분기 영업이익 2,453억 원, 전년비 분기증감률 138%↑)을 비롯해 씨젠(2,099억원, 2968%↑), 셀트리온헬스케어(1,277억원, 499%↑)는 외형성장뿐 아니라 3개월 동안 1,000억원 이상의 영업 성과를 거두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565억원, 140%↑), 녹십자(507억원, 37%↑), 종근당(483억원, 147%↑), 바이오니아(424억원, 흑자전환), 동국제약(253억원, 39%↑), 콜마비앤에이치(231억원, 33%↑), 휴젤(212억원, 16%↑), 유한양행(204억원, 509%↑), 휴온스(153억원, 10%↑), 광동제약(135억원, 58%↑), 보령제약(123억원, 3%↑), 유나이티드제약((108억원, 28%↑), 차바이오텍(108억원, 흑자전환), 한독(103억원, 44%↑)도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반면, 수익성 부진에 시달린 곳도 있었다. 한미약품(-323억원, 적자전환), JW중외제약(1억원, 95%↓), 제일약품(12억원, 53%↓), 대원제약(50억원, 40%↓), 동아에스티(68억원, 68%↓), 삼진제약(71억원, 40%↓)은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 코로나19 수혜 ‘씨젠’ 바이오시밀러 ‘셀트리온’ 기술수출 ‘유한’ ETC ‘종근당’

3분기 가장 큰 폭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곳은 씨젠이었다. 회사는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무려 10배(941%)가 성장한 3,269억 원을 기록해 대형사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68억 원 이익에서 올해 2,099억 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무려 3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같은 배경에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올플렉스’의 힘이 작용했다. 이 제품은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후 수출물량이 대폭 늘어났다. 실제로 분자진단 시약 제품의 3분기 누적수출 금액은 5,401억 원으로 전년 521억 원보다 5,0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씨젠이 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진단키트의 수요 증가로 4분기에도 탄탄한 매출 증가를 전망하면서 매출 추정치를 1조 원 이상, 영업이익은 6,4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성장세도 가팔랐다. 그동안 셀트리온의 성장에 비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성장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3분기 누적 매출 1조2,406억 원(전년비 58%↑), 영업이익 2,703억 원(577%↑)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한 것. 이는 셀트리온의 올 3분기 매출 누적 1조3,504억 원(81%↑), 영업이익 누적 5,473억 원(107%↑)과 비교해도 궤를 같이한 수준이다.

이 회사의 실적 상승세의 원동력은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였다. 트룩시마는 3분기 누적매출 5,905억 원으로 지난해 3,146억 원보다 8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력 제품들의 3분기 성적과 비교해 보면 램시마(누적 매출 4,682억원 17%↑), 허쥬마 (1,389억원, 101%↑), 램시마SC (277억원, 62%↑)에 비해 압도적인 성적이다. 트룩시마는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퍼스트무버로 2019년 11월 가장 먼저 미국 시장에 진출해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했다는 평가다.

4분기에도 트룩시마 성장 지속과 다소 부진했던 램시마SC의 유럽에서의 적응증 확대, 일본에서의 허쥬마 판매가 매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은 1조8,000억 원, 영업이익은 3,7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유한양행도 3분기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았다. 앞서 1분기 매출은 3,133억 원으로 전년보다 9% 역성장, 영업이익은 10억 원만을 기록해 부진한 실적을 보였지만 2분기 들어 매출 4,155억 원, 영업이익은 357억 원을 기록하면서 턴어라운드를 이끌어 냈다. 3분기에도 영업이익만 247억 원을 달성해 안정적 궤도에 들어섰다.

이 회사의 성과에는 무엇보다 기술료 수취가 한 몫했다. 2분기 인식된 기술료 441억 원에 이어 3분기에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만 132억 원을 수취하는 등 169억 원의 기술료가 인식된 것.

여기에 전문의약품(ETC) 부문도 8.5% 성장하면서 2,668억 원의 판매고로 실적 상승에 힘을 보탰다.

유한양행은 2분기를 기점으로, 4분기 역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연 매출 500억 원 규모의 항암제 ‘글리벡’의 신규 도입과 유한킴벌리의 지분법이익, 군포공장부지 매각에 따른 1,300억 원의 자금 활용, 4분기 레이저티닙의 임상 3상 진입에 따른 마일스톤 대가도 약 750억 원 규모의 유입이 기대되고 있다. 유한양행의 올해 예상 매출(연결기준)은 전년대비 약 10.7% 성장한 1조6,400억 원, 영업이익은 1,000억 원이다.

종근당은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만 보면 국내 정통 제약사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유일하게 1,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돌파, 1,106억 원을 달성했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나무랄 곳 없는 산뜻한 실적 상승을 거뒀다. 3분기 매출 3,584억 원(전년비 28%↑), 영업이익 483억 원(147%↑)을 기록했다. 당초 약간의 실적 상승은 예상됐지만 시장 기대치를 한참 웃돈 수준인 것.

이 회사의 실적 상승은 ETC 부문이 주도했다. 종근당의 주력 품목 자체가 당뇨, 고지혈증 등 지속적인 복용이 필요한 만성질환 치료제가 많았던 만큼 코로나19 영향을 받지 않고 매출 성장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비대면 영업에 따른 마케팅비 감소(24%↓)도 수익성 개선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회사는 4분기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단 불투명했던 ‘프롤리아’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데다 라니티딘 제제의 판매 중단 이후 ‘케이캡’의 성장이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규 도입한 비만약 ‘큐시미아’, 야간뇨 ‘미니린’, 피임약 ‘머시론’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 회사의 내년도 성적표에 기대를 모으게 하고 있다.

종근당의 올 예상 매출은 지난해보다 22% 증가한 1조 3,200억 원, 영업이익은 1,5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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