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표준제조기준 논의 ‘시동’…업계 반응은 ‘미지근’
제약바이오협회, 회원사 의견 통일 도출에는 실패한 듯
자체 연구까지 진행했지만…업계 ‘사분오열’ 우려 목소리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정부가 의약품 표준제조기준(이하 표제기)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한 모양새다. 그동안 안전성·유효성 심사(이하 안유심사)에 막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일반의약품 시장에 산소호흡기 역할을 해낼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7일 제약업계, 학계 전문가와 함께 ‘의약품 표준제조기준 개선을 통한 일반의약품 활성화 추진방향’을 주제로 '제1회 의약품 안전, 소통·도약 포럼’을 개최했다. 이 곳에는 50여 곳의 일반의약품 제조·수입업체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표제기 이슈는 제약업계에서 상당한 폭발력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지난해 초 식약처장-제약업계 CEO 간담회에서 해외 선진 8개국(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캐나다) 의약품집을 근거로 안유심사 면제 규정을 폐지하는 규제안이 포함되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약업계는 안유심사 면제가 폐지될 경우 제약사의 신제품 연구·개발 의지가 꺾여 일반의약품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 입장에서 보면, 규제가 덜한 건강기능식품으로 눈을 돌리면서 일반약을 대신하는 비정상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때문에 선진국 수준으로 우선, 표제기 범위를 넓혀 놓고 개별 안유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국민건강과 제약산업 발전 모두에 이익에 된다는 게 약업계의 주장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마음도 급해졌다.

당초 협회는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검토 과정을 거쳐 공식적인 의견을 식약처에 전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또 제약업계에 미칠 파급력이 큰 사인인 만큼 공청회도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협회는 지금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실제로 메디코파마 취재진이 협회 측에 확인한 결과, 자체 연구는 마무리됐지만 협회가 이를 식약처에 전달하지 않았고, 향후 공식적인 입장 발표 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해당 사실에 대해 식약처에 이중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결과는 동일했다. 제약바이오협회가 표제기와 안유심사에 관련한 어떠한 연구 자료도 정부 측에 건네 준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협회가 연구를 완료하고 내부 논의까지 진행했지만 회원사 간 이견차가 커 통일된 입장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표제기와 관련해 협회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이 사안에 관심이 있는 회원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행정 지원(연락처 수집 및 전파 등)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표제기 관련 연구 결과는 식약처에 전달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 협회 차원의 특별한 일정이나 연구 결과 공개도 현재로선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회원사 간 이견이 있더라도 협회가 한 번쯤은 교통정리를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식약처가 만든 자리에 몇몇 특정 제약사만 참석해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한다면, 업계 전체 의견으로 호도될 수 있는 데다 개정안이 행정예고 된 이후에도 회원사들의 사분오열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에 진행된 포럼 참석자 선정 절차에 대한 일각의 지적에 대해 본지가 식약처 측에 문의한 결과, 해당 사안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포럼 주제와 직결된 두 단체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를 통해 참여자 수요 조사를 진행했던 만큼 관심이 있는 기업은 얼마든지 참석할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 관계자는 “두 곳의 유관단체에 회원사의 참가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었다”며 “포럼 개최 전에 수차례 진행된 예비회의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관계자들을 섭외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더라도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 이후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제약업계의 여러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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