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제약사 내수비중 87% 달해···수출 비중 확대 ’시급‘
씨젠·녹십자·한미약품·동아ST·유한, 올 ’1천억 클럽‘ 유력
삼성·유유·부광·경남·하나·환인, 수출비중 1%에도 못 미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 사이에서 ‘수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수출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전년도 보다 수출 실적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평균 87.2%에 달했다. 기업들이 수 년째 수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바이오시밀러를 제외하면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내수 한계를 타개하기 위한 수출 비중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7일 메디코파마는 국내 주요 상장 제약사 45곳의 반기 보고서를 통해 내수와 수출의 매출 구조를 확인한 결과, 2019년 평균 88.1%였던 내수비중이 올 상반기 87.2%로 소폭 감소하면서 내수시장 의존도가 약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전년도 보다 수출 비중을 0.9% 끌어 올린 이면을 들여다 보면, 일부 진단 시약의 수출 증가분을 제외했을 땐 수출성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액이 가장 많았던 곳은 씨젠으로 3,354억 원을 기록했다. 이어 GC녹십자(수출액 1,243억원), 한미약품(854억원), 동아에스티(762억원), 유한양행(543억원), 경보제약(539억원), 메디톡스(507억원) 등이 상반기 500억 원 이상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이들 기업은 올해 수출 1,000억 원 기업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45곳 매출대비 수출 비중 현황> 전체 표 내려받기는 최하단에 박스를 클릭해주세요.


 

≫ 절반 이상은 ‘내수중심’…3곳 중 1곳만 수출 비중 10% 이상

올 상반기 우리나라 총 의약품 수출액(38억1,200만 달러, 약 4조5,000억원) 가운데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19억9,000만 달러(약 2조3,500억원)로 전체 수출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점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해외 수출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시밀러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41%였다. 이마저도 바이오 양대 산맥인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수출분)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수출분포함)가 상당 부분 책임졌다.

결과적으로 보면, 45곳의 제약사 가운데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낮아진 곳은 25곳으로 대외 무역을 늘린 20곳을 압도했다. 또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1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은 15곳으로, 3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 비중이 전년도 보다 눈에 띄게 성장한 곳은 파미셀이었다. 이 회사는 1년 전과 비교해 수출 비중이 24.6% 증가했으며 상반기 수출 규모만 110억원에 달했다. 이어 씨젠(9.6%, 3,354억원), 메디톡스(8.6%, 507억원), 신풍제약(5.5%, 269억원), 비씨월드제약(4.9%, 46억원), 동성제약(4.5%, 46억원), 일성신약 (4.2%, 22억원), 경보제약(4.2%, 539억원), 녹십자(2.4%, 1,243억원) 등도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반면, 수출 비중이 쪼그라든 곳도 있었다. 유한양행(6.4%↓, 543억원), 대화제약(4.8%↓, 24억원), 대웅제약(4.8%↓, 205억원), 신일제약(3.2%↓, 5억원), 조아제약(3.2%↓, 22억원) 등이 전년대비 2% 이상 수출비중이 줄어든 곳들이었다.

≫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신흥강자’ vs 실적 부진 빠진 ‘보툴리눔제제’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가장 높았던 곳은 씨젠이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해외에 내다 팔면서 수출 비중을 94.1%(수출액 3,354억원)까지 끌어 올렸다. 여기에는 진단키트인 ‘올플렉스’의 힘이 작용했다.

이 회사의 실적도 덩달아 좋아졌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보다 무려 6배(528%) 성장한 818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상반기 105억 원에서 올해 2.087억 원으로 훌쩍 뛰었다.

파미셀도 유전자치료제 및 진단용 키트에 사용하는 ‘뉴클레오시드’의 무역이 늘면서 수출 비중이 52.9%(110억원)에 달했다.

보툴리눔 제제를 수출하는 메디톡스(67.2%, 수출액 507억원)와 휴젤(39.8%, 356억원)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높은 곳들이었다.

다만 메디톡스와 휴젤은 수출 규모가 전년대비 각각 24%, 10% 감소했다. 이에 따라 각사의 영업이익도 메디톡스는 적자전환(-140억원), 휴젤은 10%(영업이익 290억원) 줄어들면서 실적 부진을 겪었다. 메디톡스의 경우 전체 매출이 쪼그라들자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소폭 증가하는 착시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원료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는 경보제약(48.1%, 539억원)은 수출 비중이 전년보다 4% 늘어나면서 48%까지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끌어 올렸다. 이 회사의 무역 주력 국가는 일본으로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53%)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편,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10% 이상 차지한 곳들은 영진약품(29.9%, 322억원), 신풍제약(26.8%, 269억원), 동아에스티(24.4%, 763억원), 녹십자(18.6%, 1,243억원), 한미약품(16.1%, 854억원), 비씨월드제약(15.7%, 46억원), 동국제약(10.9%, 294억원), 휴온스(10.7%, 192억원), 일성신약(10.7%, 22억원), 일양약품(10.5%, 161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 내수 의존 ‘우물안 개구리’…수출 비중 1%대 기업 ‘속출’

수출 비중이 1% 내외인 제약사들도 무더기로 나왔다. 삼진제약(수출비중 1.7%, 상반기 수출액 20억원), 이연제약(1.6%, 10억원), 신일제약(1.5%, 5억원), 광동제약(1.4%, 89억원), 동화약품(1.2%, 16억원), 대한약품(1.1%, 9억원), 경남제약(0.5%, 2억원), 환인제약(0.4%, 3억원), 하나제약(0.3%, 3억원), 유유제약(0.2%, 1억원), 부광약품(0.2%, 2억원), 삼성제약(0%)이 대표적인 내수 중심의 기업들이었다.

다만, 이들 기업 가운데 하반기 수출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곳도 있었다. 부광약품의 경우 1분기 수출실적은 없었지만 코로나19 치료에 쓰이는 긴급의약품 ‘미다졸람주사’가 최근 수출길에 올랐다. 하나제약도 지난 4월 룩셈부르크에 긴급의약품을 수출한 바 있다. 경남제약은 최근 '레모나'와 ’결콜라겐‘ 등을 영국과 호주를 비롯한 동남아지역으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회사는 올 하반기 중국 수출을 계기로 턴어라운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내수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약가인하 압박과 제네릭 축소 위기를 돌파할 당장의 대안은 수출 확대 뿐”이라며 “현재 바이오의약품과 진단 시약의 수출액이 증가세를 보이는 만큼 코로나19 사태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할 타이밍이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