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제약사 50곳, 상반기 R&D 비중 7.3%…전년比 증가
셀트리온·한미약품, 1000억원 이상 연구개발 투자 ‘눈길’
유한·일동·대웅·일양·휴젤·삼천당 ‘늘고’, 현대·녹십자·유나이티드 ‘줄고’

 

제약바이오업계가 코로나19에 따른 최악의 상황에서도 R&D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50곳의 상반기 연구개발비 규모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투자가 늘어난 곳은 75%(37곳)에 육박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R&D 비중도 7.3%로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났으며 금액적으로 보면 800억 원 이상 확대된 규모였다. 국내 제약사들이 실적 부진과 자금 확보에 시달리면서도 미래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반기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R&D 확대에 대한 전략적 선택에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메디코파마는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2020년 반기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주요제약사 50곳의 R&D 투자 규모를 분석했다.

먼저, 50개社의 총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8,993억 원으로, 지난해(8171억원)보다 822억 원이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평균 7.3%로 지난해 상반기 평균 7%보다 늘어났다. 수치적으로 변화가 크진 않았지만 경영환경 악화에서도 투자규모가 증가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체 50개사 가운데 지난해보다 투자금액이 늘어난 곳은 37개사, 줄어든 곳은 13개사로 조사됐다. 10곳 중 7~8곳은 R&D 지출을 늘렸다는 의미다.

주목할 점은 영업적자가 났거나 이익이 감소한 22개사 마저도 5곳을 제외한 17곳이 투자규모를 늘렸다는 점이다. 수익성 악화에도 R&D 투자를 생존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돈을 푸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 평균 R&D 매출비중, 대형사 8.5% vs 중소사 5.9% vs 빅파마 17.5%

셀트리온과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상반기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대형제약사 26곳의 R&D 투자비율은 평균 8.5% 수준으로, 투자규모는 7,961억 원에 달했다. 전년도 지출액 7,308억 원(투자비율 8.7%)보다 약 653억 원의 돈을 더 쓴 셈이다.

대형사의 R&D 절대적 투자 규모가 늘었음에도 투자비율이 떨어진 이유에는 매출 확대로 인한 외형성장에 따라 비율 자체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례로 셀트리온의 지난해 상반기 투자액은 1,184억 원(매출비중 25.9%)으로 올 상반기 1,419억 원보다 200억 원 이상 대폭 늘어났지만 비중 자체는 17.7%로 급감했다. 매출 성장이 전년보다 75%가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JW생명과학, 휴젤, 삼천당제약 등 매출 1000억 원 미만의 중소제약바이오사는 평균 5.9%, 투자액 1,031억 원으로 지난해 보다 0.8% 늘고 투자액도 168억 원(20%↑)이 증가됐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R&D 투자 비중은 여전히 대형사보다 낮았다. 중소사들은 절대적인 투자금액을 떠나 비율 측면에서도 대형제약사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향후 이들 기업에 대한 경쟁력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국내 제약사의 R&D 투자 규모는 빅파마가 쏟아부은 지출 규모와는 상당한 차이를 드러냈다.

올 상반기 글로벌 주요제약사 10곳(존슨앤존슨, 화이자, 노바티스, GSK, 암젠, 길리어드 사이언스, 바이오젠, 머크, 애브비, 일라이 릴리)의 평균 경상연구개발비 투자비율은 17.5%였다. 비율로만 보면 국내 제약사와 2배 이상 차이나는 규모다. 이들 빅파마가 한 분기 만에 지출한 R&D 비용도 수조 원대였다.

대표적으로 존슨앤존슨은 상반기 R&D 투자액이 51억7,700만 달러(원화 6조1,200억원, 매출대비 R&D 비중 13.3%)였다. 또 노바티스(5조3,400억원, 19.1%), 머크(5조1,000억원, 18.9%), 화이자(4조5,600억원, 16.2%), 애브비(3조5,000억원, 15.5%), GSK(3조4,400억원, 15%), 일라이 릴리(3조2,900억원, 24.5%), 길리어드 사이언스(2조8,400억원, 22.5%), 암젠(2조2,300억원, 15.3%), 바이오젠(1조2,100억원, 15%) 등의 R&D 투자비도 국내 상위 제약사 연 매출액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글로벌 바이오텍들의 R&D규모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에 대해 임상 3상 시험에 돌입한 모더나는 상반기 3,1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국내 진원생명과학과 관련이 있는 이노비오 파마수티컬스도 작년 1,200억 원 투자에 이어 올해도 5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반면, 국내 주요 대형제약사 가운데 매출 대비 R&D 비중이 20%가 넘으면서 상반기 1,000억 원 이상을 쓴 곳은 단 한 곳도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이 각각 17.7%(1,419억원), 19.2% (1,023억원) 수준으로 글로벌과 비교할 만한 규모로 체면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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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D 투자비중, 한미·셀트리온·대웅·일양·일동 ‘높고’ 광동·제일·씨젠 ‘낮고’

국내 매출 1,000억 원 이상 상위 제약사 중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높은 곳은 한미약품, 셀트리온에 이어 대웅제약(15.9%), 일양약품(12.8%), 일동제약(12.4%), 유나이티드제약(12.1%), 삼진제약(11.5%), 동아에스티(11.3%), 유한양행(11%), GC녹십자(10.3%), 종근당(10.2%) 순이었다.

반면, 광동제약은 매출에서 1.4%, 제일약품 3%, 차바이오텍 2.2%, 씨젠 2.4% 정도로 연구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는 않는 수준이었다.

아울러, R&D 투자 관련 정부 보조금은 19개사에서 약 100억 원(94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중 녹십자가 절반이 넘는 48억 원을 챙겼다.

녹십자는 최근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바이오신약 ‘GC5131A’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과제로 채택 받아 이목을 모았다. 회사는 지난 20일 이 물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승인을 받아 본격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이 외에도 탄저병 예방 백신 ‘GC1109’(임상2상)과 결핵 백신 ‘GC3107A’(임상 3상)의 개발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상태다.

이어 대웅제약(10억원), 신풍제약(7억원), 대원제약(6억원), 하나제약(4억원), 차바이오텍(3억원), 삼진제약(3억원), 대화제약(2억원), 휴젤(2억원), 일양약품(2억원), 유나이티드제약(2억원), 영진약품(1억원), 동국제약(1억원) 등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수령했다.

≫ 셀트리온·한미·유한·대웅·녹십자·종근당 R&D에 500억 이상 '투척'

R&D에 가장 많은 돈을 들인 곳은 셀트리온으로 1,418억 원을 지출했다. 한미약품도 1,023억 원을 연구개발에 쏟아 부었다. 이어 유한양행(802억원), 대웅제약(722억원), 녹십자(689억원), 종근당(622억원), 동아에스티(352억원), 일동제약(343억원), JW중외제약(215억원), 일양약품(196억원), 휴젤(184억원), 보령제약(184억원), 대원제약(151억원), 삼진제약(137억원), 휴온슨(130억원), 유나이티드제약(126억원), 제일약품(104억원), 부광약품(102억원)이 100억 원 이상을 R&D에 투자한 곳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해 3,03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셀트리온은 램시마 피하주사제형(CT-P13 SC)의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실적 개선에 전망도 고무적이다. 회사는 지난해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판매허가를 취득하고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에선 임상 3상이 개시된 상태다.

또 셀트리온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CT-P17’의 EMA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내년 유럽과 미국에서 시판 허가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CT-P16도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회사는 최근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와 진단키트 CT-P60 개발에 착수했다.

한미약품은 상반기 매출액의 19%에 해당하는 1,023억 원을 연구개발비에 썼다. 회사는 현재 30개가 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신약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미약품에 대한 전망도 나쁘지 않다. 이 회사는 바이오의약품의 약효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통해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을 다수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호중구감소증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는 작년 말 미국 FDA에 시판허가를 신청해 올해 10월 허가를 목표로 출시가 예정돼 있다. 최근 한미약품의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이 2분기 경영실적 컨프런스콜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내용이다.

NASH(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Glucagon/GIP/GLP-1 삼중작용제 ‘트리플 아고니스트’는 단일 타겟 경구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기전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일에는 MSD에 NASH 치료제 LAPSGLP/GCG(듀얼아고니스트)를 기술수출하면서 8억7천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1상 임상을 진행 중인 ‘글루카곤 아날로그’(HM15136)는 미국 FDA와 유럽 EMA로부터 선천성고인슐린증 희귀약으로 지정된 데 이어, EMA로부터 인슐린자가면역증후군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추가 지정됐다.

유한양행은 R&D 투자비율이 9.8%에서 11%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억 원 규모가 더 투자된 것이다. 기술수출 성과에 따른 실적 상승이 연구개발투자를 늘리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해 길리어드사이언스·베링거인겔하임 등과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 신약후보물질을 약 2조 원(1,655백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체결에 성공하는 등 연구개발에서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얀센바이오테크에 기술 수출한 폐암신약 ‘레이저티닙’도 단독요법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거액의 로열티 수혜도 예상된다. 실제로 2분기 인식된 기술료는 얀센으로부터만 378억 원을 수취하는 등 총 441억 원이 반영됐다. 얀센 측은 2023년까지 레이저티닙의 허가 신청을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 R&D 지출, 셀트리온·유한·일동 ‘늘고’ 현대·녹십자·코오롱생과 ‘줄고’

연구개발비가 전년보다 늘어난 곳은 전체 조사대상 50곳 가운데 3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순증가액 235억원), 유한양행(110억원) 외에도 일동제약(89억원), 대웅제약(57억원), 일양약품(56억원), 휴젤(55억원), 삼천당제약(41억원), 씨젠(38억원), 신풍제약(24억원) 등이 R&D 지출을 대폭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적자전환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차바이오텍과 JW중외제약도 R&D 지출은 각각 11억 원과 9억 원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휴젤(55억원), 하나제약(16억원), 삼진제약(14억원), 영진약품(18억), 삼천당제약(41억원), 일동제약(89억원), 대화제약(13억원), 이연제약(18억원), 대웅제약(57억원) 등이 영업이익 감소에도 R&D 투자를 늘리는 투지를 보였다.

반면, 현대약품(순감소액 24억원↓), 녹십자(23억원↓), 코오롱생명과학(20억원↓), 유나이티드제약(17억원↓), 콜마비앤에이치(13억원↓), 삼아제약(13억원↓), 한독(12억원↓) 등이 지난해보다 연구개발비 투자 규모를 10억 원 이상 줄인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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