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빚으로 셀트리온·씨젠·부광·삼바 수천억 ‘몰빵’
신풍·영진·대원·신신·경동·신일, 이틀 급락에 ‘발만 동동’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담보로 빚을 내서 주식 투자(이하‘빚투’)하는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급기야 증권사들의 신용대출 한도가 소진돼 대출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온 것. 그런데 문제는 개인들이 많이 투자한 제약바이오 업종에 며칠 새 대규모 차익 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급락하면 빚으로 산 주식은 담보비율이 줄어들어 다시 매도물량이 나오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특히 신용 융자금액이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 주식의 거래에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증거금(기본형 주문가격의 50%)을 내고 돈을 빌리는(사고자 하는 주식의 남은 잔액 50%) 것을 말한다. 증거금이 50%라면 내가 가진 돈의 2배까지 주식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가령 내가 1천만 원의 돈을 가지고 있다면 증권사를 통해 최대 2,000만 원 정도의 주식을 살 수 있다. 통상 상환 기간은 90일이다. 다만, 사들인 주식은 증권사가 담보로 잡는데 담보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29일 메디코파마는 금융투자협회 및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 데이터를 토대로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140곳의 신용융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27일 기준 신용융자액은 무려 2조8,750억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자들, 셀트리온·씨젠·부광약품에 빚내서 ‘몰빵’

조사대상 중 투자자들이 가장 많은 빚을 내어 샀던 종목은 셀트리온으로 지난 27일 결제일 기준으로 빌려서 사들인 금액은 3,797억 원에 달했다. 이 외에도 셀트리온헬스케어(신용융자액 2,991억원), 씨젠(2,189억원), 부광약품(1,277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1,107억원)를 사겠다는 투자자들에게도 증권사가 1,000억 원 이상의 돈을 빌려줬다.

신용 공여율은 최근 27일을 기준으로 대성미생물(27%), 디에이치피코리아(26%), 삼진제약(26%), 대한뉴팜(25%), 코아스템(25%)이 25% 이상 차지했다. 상장주식 4주가 거래될 적에 1주는 대출받아 샀다는 의미이다.

신용 잔고율은 한국유니온제약이 10.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제일바이오, 비씨월드제약, 화일약품, 앱클론, 대성미생물도 8%를 초과했다. 잔고율이 10%라는 의미는 총 상장 주식수가 1,000주라면 이 중 100주는 돈을 빌려서 샀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신용융자 많으면 주가 급락 시 피해는 빚투 ‘개미 몫’

금융투자협회가 공개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지난 24일 기준 주식시장의 신용융자 전체 잔고액은 코스피 6조 7,422억 원, 코스닥 7조 3,074억 원으로 합해 14조 원을 넘겼다. 

이렇게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만큼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 삼성증권을 비롯해 상당수의 증권사들이 규정상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됨으로써 돈을 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더는 빚내어 투자하기는 어렵고 돈을 갚을 일만 남았다는 의미다.

이런 초유의 사태는 주식시장이 상승장일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주식시장이 하락장이라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신용잔고가 많은 주식의 경우 급락이 더 가파르고 융자금이 감소하면서 빚 투자한 개미들의 손실도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초부터 3월 중순(19일)까지 종합주가지수가 28% 급락하면서 당시 10조 원 규모의 신용잔고액 규모가 7조 원대로 급격히 쪼그라든 바 있다. 여기에는 반대매매로 인한 물량 출회도 한몫했다.

반대매매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투자자의 해당 주식이 주가 하락으로 담보율이 하락하면 추가 증거금이 요구되는 데 이때 투자자가 돈을 넣지 못하면 증권사가 임의로 주식을 팔아 상환받는 행위를 뜻한다. 증권사가 임의로 주식을 팔 때 시세가 이미 떨어진 상태에서 매도호가 역시 싼 가격에 던져지게 된다. 개인 투자자로서는 반대매매를 당하면 큰 손실을 껴안게 될 수밖에 없다.

평균 공여율 12%·잔고율 3.25%...악성 매물 ‘전환’ 위험도

조사대상 제약바이오 기업의 평균 신용 공여율은 12% 비중을 차지했다. 공여율은 전체거래에서 빚으로 사들인 신용거래의 비중을 말하는데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식이거나 급등주 등 이었을 경우 신용거래 비중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여율은 대체로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비중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포함된 국내 대표 업종인 전기전자 업종이나 운송장비 업종은 공여율이 평균 10% 안쪽을 기록했다.

신용 잔고율 역시 3.25%로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 전기전자 업종은 평균 1.7%, 운송장비 업종은 평균 1.27%를 기록했던 만큼 제약바이오 기업의 잔고율은 두 배 이상 높았던 셈이다.

잔고율은 해당종목의 상장 주식수에서 빚져서 매수한 주식수의 비율을 뜻한다. 때문에 주가가 급락할 경우 신용 잔고는 매물로 전환돼 투자자의 손실 규모를 더 커지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융자금 급증 신풍·경동·대원제약...빚투 개미 주시해야

특히 제약바이오 대표 업종인 의약품(44종목)에서는 6월부터 지난 24일까지 신용융자 규모가 두 달여 만에 약 5,000억원(7583억원→ 1조2316억원, 62%증가)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지수 상승률이 31%나 됐던 만큼 주가 급락 시 빚 투자한 개미들의 피해가 예고된 셈이다.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것은 주가가 급등했던 종목들의 경우 신용융자 잔고도 같이 늘었기 때문에 이들 중 주가 급락이 또 다른 매물을 불러 더 큰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테마주들의 급작스런 하락이 시장 참여자들의 원성과 우려가 쏟아지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7일과 28일 양일간 코로나19 치료제 관련주들의 차익 매물이 쏟아지며 제약바이오주가 급락했다. 대표적으로 신풍제약, 영진약품, 대원제약, 신신제약, 경동제약, 신일제약 등은 20% 이상 떨어졌다.

앞서 이들 종목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치료제 소식 등으로 인해 빚을 져 주식을 늘렸던 터라 그 충격이 곱절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 사례로 신풍제약은 지난 5월말 융자잔고액이 161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7월 14일 790억 원을 정점으로 27일 현재 융자액은 520억 원이 남아 있는 상태. 최근 신풍제약의 주가는 코로나19 치료제로 말라리아치료제 ‘피라맥스’가 임상 2상을 진행하면서 주가는 두달 남짓 동안 8배(5월말 21,700원→ 7.24일 159,500원)나 올랐다.

이후 지난 28일 기준 신풍제약의 주가는 고점 대비 반 토막(55%↓)이 났다. 문제는 늘어난 신용융자액이 아직도 많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우려가 반영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도 신풍제약의 주가 급락 사유가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덱사메타손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한 것을 기폭제로 덱사메타손 품목허가를 받은 신일제약, 경동제약, 대원제약, 영진약품 등이 급등했다가 과열 주가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 내림 폭도 깊어졌다.

이들의 신용융자 금액은 5월 말과 지난 27일을 비교하면 신일제약 15억원(18억원→33억원), 경동제약 42억원(6억원→52억원), 대원제약 140억원(22억원→162억원), 영진약품 23억원(153억원→176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일제약의 경우 지난 22일 신용융자액이 123억 원에 도달했지만 이후 사흘간 90억 원이 상환되면서 추가 물량은 크게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융자금이 늘어난 점을 고려한다면 경동제약과 대원제약을 주시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셀트리온·일양·제넥신·삼천당·알테오젠·파미셀·신풍 ‘관심’

한편, 신용 융자액이 1,000억 원 이하인 곳으로 셀트리온제약(940억원), 일양약품(700억원), 제넥신(595억원), 삼천당제약(546억원), 알테오젠(543억원), 파미셀(536억원), 신풍제약(519억원), 에이비엘바이오(514억원) 주식에도 투자자들이 많은 빚을 져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함께 메드팩토(492억원), 녹십자(484억원), 콜마비앤에이치(396억원), 유한양행(378억원), 에스티팜(345억원), 엘앤씨바이오(322억원), 앱클론(310억원), 바디텍메드(305억원), CMG제약(298억원), 차바이오텍(270억원), 한미약품(254억원), 바이넥스(254억원), 대웅제약(254억원), 코미팜(232억원), 인트론바이오(215억원), 테라젠이텍스(206억원), 동화약품(204억원)도 200억 원 이상이 융자금으로 사용됐다.

반면, 융자금액이 10억 원 이하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종목도 다수 존재했다. 아스타, 젠큐릭스, 오리엔트바이오는 융자금 잔고가 1억 원이 되지 않았고 퓨쳐켐, 휴마시스, 애니젠, 팬젠, 진원생명과학, 티앤알바이오팹, 일동홀딩스, 이노테라피, 케어젠, 나이벡, 경남제약, 우진비앤지, 피씨엘, 대한약품, 에스씨엠생명과학 등은 신용융자액이 10억 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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